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현재까지 핵무기 개발에 쏟아 부은 돈이 65억8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국의 핵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비용이 든 걸로 나타났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위하여 지난 30년간 쓴 돈이 65억8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북한 핵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지요. 그에 의하면 북한은 영변 핵단지 등 핵 관련 시설 건설에 20억1천만 달러, 핵기술 연구개발에 3억1천만 달러, 원자로와 핵연료공장 재처리시설 건설에 27억2천만 달러,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에 2억 달러 등 도합 65억8천만 달러를 썼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중국산 옥수수 1,940만 톤을 살 수 있는 엄청난 돈이며 8년 동안 북한 전체 인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북한에서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2백만 명 이상의 사람이 굶어 죽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시기에도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해 계속 외화를 썼지요. 북한이 그때 핵개발을 중단했더라면 2백만 명의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핵을 가지게 되어 그 누구도 북한을 침략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핵 강국이 되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그 어느 나라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침략할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도 북한보다 몇십배 더 잘 사는데 구태여 북한을 침략할 이유가 없지요. 중국도 러시아도 일본도 북한을 침공하면 자기네 나라의 경제도 타격을 받는데 왜 전쟁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더욱이 미국은 북한을 침략해서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은 위기에 몰린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더 우려하고 있습니다.
소련의 상황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어요. 소련이 망한 것은 핵무기나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소련은 핵무기를 수만개나 가지고 있었으나 나라의 경제가 후퇴하고 인민들의 의식주 생활이 나빠지고 민심이 술렁이면서 붕괴되었습니다. 북한도 현재처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만 만들고 군대만 강화하면서 경제를 무시하고 주민들의 의식주 생활을 방치한다면 내부로부터 흔들리면서 체제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라도 개혁 개방을 하고 주민을 보살피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면서요?
고영환: 현재 국제사회는 위성을 통해 북한이 풍계리에서 제3차 핵실험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13일 쏘아올린 이른바 인공위성이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김정은의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핵실험을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물론 우방인 중국마저도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관훈클럽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한 중국 칭화(淸華)대학 국제발전연구소 부소장 추수룽(楚樹龍) 교수는 지난 2일 한국의 중앙일보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중국 정부는 대북한 정책의 기조를 바꿀 것이며, 원유 등 지원물자를 줄이거나 아예 원조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미 북한에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전달하였다고도 말했습니다.
추 교수는 올해 10월 18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차기 주석으로 선출될 것이 분명한 시진핑 현 중국 부주석과 칭화대 동창생이며 중국 정부의 대외 정책에 조언을 하는 유명한 교수인데요. 중국은 현재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공산당이 지도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유명한 교수가 외국에 나가서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개인적인 발언이 아니라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제까지 북한을 두둔하여 온 중국이 북한의 지난 13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신속하게 비판한데 뒤이어 이렇게 강력하게 핵실험을 반대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박성우: 앞으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어떠할 걸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추 교수는 중국이 그렇게 강력하게 경고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이라는 것을 북한이 뻔히 알면서도 한 행동으로 보아야 하며, 이는 양국관계를 심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생각을 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북한이 무너지면 탈북자 수백만명이 북중 국경을 넘게 되고, 이러면 동북3성의 치안이 불안해지며, 중국의 경제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하여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한국을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든다면, 중국은 현재의 대북한 끌어안기 전략을 포기하고 새로운 대북한 정책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추 교수가 말한 것과 같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 원유 등 전략물자 지원을 중단하고 북중 국경을 봉쇄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거든요. 그러면 북한은 숨이 막힐 것이고, 체제까지 붕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북한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밧줄이 끊어지는 셈이지요. 이는 북한 체제에 굉장한 위험을 가져다 주게 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 정권이 미얀마(버마)를 닮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요즘 많이 들리던데요.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다음 주 미얀마를 외교장관 자격으로는 27년 만에 처음 방문하여 양국관계 발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북한이 미얀마의 랑군에서 1983년 전두환 당시 한국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시도하다가 17명의 한국 사람들을 사망케 한 사건이 일어난 후 미얀마와의 교류를 자제해 왔지요. 그러다가 현재 미얀마가 개혁 개방의 길을 걸으면서 한국 외교장관이 이 나라를 방문하게 되는 겁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지난해 말 미얀마를 방문하였고, 이후부터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대사급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고 구라파와 호주, 일본 등이 제재를 풀거나 빚을 탕감해 주고 있지요. 이러한 변화는 미얀마가 지난 4월 처음으로 민주주의적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정치 및 경제체제를 개혁하면서 시작된 일입니다. 다시 말해 미얀마가 먼저 민주화를 위해 변화를 시작하면서 국제사회가 이에 동조하고 국제제재를 푼 것이지요.
북한과 미얀마는 너무나 닮은 점이 많습니다. 반세기 이상 독재를 해왔고, 나라의 문을 걸어 잠갔으며, 반미 반서방 정책을 취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얀마가 민주화되면서 경제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하면서 미얀마 사람들의 삶의 질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얀마를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성우: 요즘 쿠바 국민들이 자본주의형 경제개혁에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쿠바의 최대 신문인 ‘그란마’지는 쿠바가 경제 분야를 자본주의적으로 개혁하면서 이 개혁조치에 대해 모든 쿠바 인민들이 만족해하고 있다고 지난 4월 26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의하면, 쿠바 정부는 승용차와 집 등을 개인이 사도록 허용하였고 자본주의적인 사기업을 허용하면서 경제가 발전하고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는 오직 유일하게 북한만이 사회주의적 경제 노선을 고수하고 있고, 그래서 경제는 파탄일로입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고 배불리 먹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200여개국이 다 개혁 개방을 하고 자본주의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는데, 북한만이 대원군식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어서 빨리 세계사적 흐름에 동참하여 개혁 개방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개혁과 개방이 왜 필요한지를 쿠바와 미얀마가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