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에 침묵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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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국제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이 지난 2일 사살했습니다. 북한의 공식 언론 매체들은 6일 현재까지도 이 사실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에 침묵하는 북한.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실장님은 북한 정권의 침묵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시각으로 지난 5월2일, 그리고 파키스탄 현지 시각으로 5월1일에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 요원 20명이 알 카에다의 책임자이고 2001년 뉴욕 테러 사건의 장본인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습니다. 빈 라덴은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 있는 백만 달러짜리 요새 같은 주택에서 살았다고 하는데요.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온갖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서 빈 라덴을 추적했거든요. 빈 라덴의 위치를 확인하고, 5월1일 특공대원들이 요새 같은 집에 들어가서 빈 라덴을 현장에서 사살했습니다. 이 장면은 백악관에 모여앉은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국무장관 등에게 위성과 특공대원들의 철갑모(헬멧)에 장착된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고 해요.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작전이 종결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고, 전 세계가 환호했고, 전 세계 TV와 라디오가 이 소식을 긴급뉴스로 타전했는데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오직 북한만이 이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거든요. 북한은 그동안 빈 라덴을 편들지도 않았고, 비난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이 반테러전의 명목으로 다른 나라들을 공격한다’면서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빈 라덴이 미국 특수부대원들에게 사살됐다는 걸 인민들에게 알리기도 좀 애매하고, 또 지금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조건에서 미국을 비판하기도 그렇지요. 그래서 일단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보이고요. 하나 더 말씀 드리면, 미국은 미국의 이익에 해악을 끼친 나라의 지도자들은 10년 이상, 아무리 오래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엄벌해 왔고, 이러한 사실에 북한 지도부가 우려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박성우: ‘국경없는 기자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결성된 국제 언론인 모임인데요. 이 단체가 김정일 위원장을 ‘언론 약탈자’라고 불렀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비정부 단체이고, 세계 모든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국제기구입니다. 지난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서 국경없는 기자회가 김정일 위원장을 ‘언론 약탈자’로 선정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같이 이 불명예스러운 자리에 오른 국가수반은 리비아의 카다피, 수리아(시리아)의 바시르 알 아사드 대통령,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대통령 등입니다. 또 세계 언론 자유의 날에 즈음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발표했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서 북한, 미얀마,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수리아, 쿠바, 리비아 같은 나라들을 언론 탄압 국가로 지칭하면서, 이 나라들에서 언론의 자유와 권리가 가로막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10년 전보다 커졌다고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밝혔지요?

고영환: 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우리말로는 국제사면위원회입니다. 국제적으로 아주 명망이 높은 인권단체인 앰네스티가 지난 5월5일 밝힌 내용인데요.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정치범 관리소(수용소)인 요덕 15호 관리소의 현재 위성 사진과 10년 전 위성 사진을 비교 분석해 보니, 요덕 수용소의 건물 수가 더 늘어나고 그 규모가 확대됐음을 알 수 있었다는 겁니다. 요덕 수용소 이외 다른 6개 관리소의 위성 사진도 분석해 봤는데, 모두 규모가 확대됐다면서 우려를 표했는데요. 아마 김정은 체제로 넘어가면서 관리소 규모가 더 확대되는 것 같아서 심히 우려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월 북한의 인권 실태를 발표하면서 각 관리소에 갇힌 정치범이 15만 4천 명에 달한다고 밝혔거든요. 세계 여러 나라의 위성들이 북한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건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데요. 특히 정치범 수용소는 이런 위성들의 특별한 감시 대상이 되고 있거든요. 국가안전보위부가 정치범 수용소를 관리하는데요. 온 세계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국가안전보위부와 북한 지도부가 좀 명심하고, 인권 탄압을 중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최근 평양을 방문한 경험을 지난 2일 비교적 소상하게 공개했지요?

고영환: 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8일부터 사흘 동안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평양을 방문하면서 느낀 바를 카터 연구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세히 실어서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카터는 친북 인사로 잘 알려진 인물인데, 이런 사람도 북한을 방문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썼어요. 북한이 미사일 같은 최신 무기를 만드는 나라인데, 왜 인민병원에는 수돗물도 공급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썼어요. 그리고 평양에서 평성으로 가는 길가의 논과 밭에서 자동차나 뜨락또르(트랙터), 소나 말 같은 가축은 전혀 없고, 사람들만 일을 하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고요. 특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서 대화했는데, 김영남 위원장이 미국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부정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카터는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서로의 견해 차이를 줄이고 미래를 지향하기 위한 것인데, 당신은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친북인사라고 하는 사람이 비판할 정도니까, 북한 지도부의 (대미)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북한 지도자들의 사고가 얼마나 닫혀 있고, 현재 북한의 현실이 얼마나 암담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실장님, 5월5일은 무슨 날인지 아시지요?

고영환: 북한에는 ‘어린이 날’이라는 게 특별히 없는데요. 한국에선 5월5일이 ‘어린이 날’입니다. 억지로 맞춘다면, 북한에는 6월1일 국제 아동절이라는, 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정치적인 명절이 있고, 6월6일은 소년단 명절인데, 모두 정치적 명절입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아이들을 위한 명절은 없고, 한국에 그런 명절이 있는데요. 지난 목요일이 그 명절이었습니다. 저도 이날 아이들을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주고, 백화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놀이공원을 거쳐서 집에 들어왔는데요. 한국에서는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이고, 특히 아이들이 이날을 많이 기다리죠. 왜냐면 멋있는 옷도 선물 받고… 요즘은 아이들이 선물로 전자제품을 다 원한다고 해요. 그래서 돈이 좀 많이 든다고 하는데요. 북한에도 이런 명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고요. 서울 구로구에 삼흥학교라는, 탈북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는데요. 이 학교에도 국회의원이나 구청 직원들이 찾아가서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선물을 줬다고 하지요. 북한에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지요.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루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