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일성 시대 외교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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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밀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달 말 러시아 부총리가 평양을 방문한 이후로 북러 관계가 상당히 급진전된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떠신가요?

고영환: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가 방북하여 북한과 경제협조 합의서를 지난달 28일에 조인하였다고 하지요. 또한 북한 철도성과 러시아 ‘모스토비크’ 과학생산연합체가 철도운수 부문 협조에 관한 문건도 조인했고요. 러시아 부총리의 방북에 맞추어 러시아는 최근 북한에 수십대의 소방차를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는 양국간 무역 결제를 루블화로 하기로 합의하고 준비 작업에 착수하였다고 ‘러시아의 소리’ 방송이 전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유로화를 공식적인 대외무역 결제 통화로 사용하고 있는데, 러시아와의 무역에서 루블화를 사용하기로 하였다는 것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루트녜프 부총리가 이번에 북한에 많은 선물을 안겨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한 단계 더 상승시키겠다는 명백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경향을 보이는 대외경제 관계를 다변화하자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북한이 전통적인 외교, 즉 김일성 시대의 외교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일성은 중국과 관계가 나쁠 때는 소련과, 소련과 관계가 나쁠 때는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양다리 외교를 펼친 바 있습니다. 양다리 외교가 장점은 있습니다. 한 나라를 자극하고 다른 나라로부터 큰 원조를 받아 내는 순환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결국은 두 나라가 다 북한을 믿지 못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으니 러시아에 접근하여 관계를 발진시키면서 중국을 좀 자극하자는 의도의 외교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식의 외교는 중러 관계가 나빴던 이전 시기에는 통하였지만 중러가 좋은 관계를 발진시키고 있는 현재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박성우: 말씀하신대로, 북중 교류는 좀 주춤해진 양상인데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반면 중국과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최근 한달간 북한을 방문한 중국 대표단은 국가관광국 친선방문 대표단 빼고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관광단만 갔지 실제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정부 대표단이 평양에 간적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1분기의 북중 무역액도 지난 해 동기와 비교하여 볼 때 2.83% 감소했습니다. 특히 중국해관총서의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동안 중국은 북한에 1그램의 원유도 수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여 왔는데, 원유가 들어가지 않으면 북한 경제는 물론 군사 분야 그리고 일반 주민들의 생활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무역액이 감소하고 전략물자인 원유까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이 북한에 일정 수준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북한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니 북한이 할 수 없이 러시아에 가 붙고 있는 양상인 것이죠.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였지만, 러시아는 이전의 소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 영향력이 감소하였고, 외국에 팔 것이라고는 천연가스와 원유밖에 없다는 조롱을 받고 있습니다. 국경만 봐도 그렇습니다. 북중국경이 북러국경과 비교가 안될 만큼 길지요.

박성우: 현재로선 중국과의 관계가 북한에게 더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그런데 앞서 말씀하신대로 요즘 북중관계가 좀 서먹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핵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위원님도 동의하시지요?

고영환: 북한과 중국은 그동안 피로서 맺어진 동맹관계, 순치의 관계라는 말로 표현할 정도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죠.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인 자산이라고 생각하면서 북한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한국과 일본, 대만의 연쇄적인 핵개발로 이어져 동북아의 평화를 깨뜨리고 안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핵개발을 반대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특히 김정은 체제는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것을 내놓으면서 중국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지난 4월 28일 한국 주재 추궈홍 중국대사는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하며,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으로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철저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핵무기 개발을 중국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도발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국제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제재’를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아직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측만 가능한 상태인데요. 위원님, ‘새로운 형태의 제재’는 뭘 뜻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을 방문중인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뉴욕 국제평화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북한 제재의 고깔은 북한에 견딜 수 없는 철갑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들리는 말을 종합해 보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경우 북한의 유엔 회원국 지위가 정지될 수 있고,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의 더욱 강력한 제재가 결의될 것이며, 미국, 유럽, 일본, 한국 그리고 특히 중국 등의 개별적인 제재조치들이 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할 뿐만 아니라 북중 국경까지도 닫을 수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렇게 되는 경우 북한에 들어가는 외화, 원유, 식량, 사치품들이 막히게 되죠. 북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핵을 발전시킨다고 하고 핵실험을 하겠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4차 핵실험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배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배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요. 한가지 확실한 건 요즘 들어서 배는 좀 많이 나온 것 같다는 점입니다. 김 비서의 체중이 최근들어 많이 늘어났고, 그래서 비만과 관련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탈북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김정은이 올해 초부터 갑자기 체중이 불어나면서 심장 질환과 뇌경색 증세를 보여 의료당국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지난 6일 전했습니다. 자유북한방송은 김정은의 현재 몸무게가 120kg이며, 장성택 처형 이후 폭식과 폭주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 봉화진료소 의사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폭식과 폭주는 아주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있다는 의미이며, 인간에게 있어서 폭식과 폭주는 건강에서 가장 큰 적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많이 먹는 병에 걸리게 되는데, 이게 그런 경우 같습니다. 한쪽에서는 인민들이 굶고 있는데, 지도자는 산해진미를 많이 먹어 폭식증에 걸리고 체중이 상상하지 못할만큼 올라가고 있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심장 질환과 뇌경색 증세를 보였다는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김 비서가 집권 이후에 살이 좀 많이 찐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김일성 주석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