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 좀 짚어 주시죠.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핵심 사항은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여러가지가 있는데,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역시 양국 정상이 북한의 핵무장과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응 목소리를 공동으로 냈다는 것이고요. 한미동맹 60돌에 즈음하여 한미동맹을 세계적인 모범 동맹으로, 군사나 외교동맹 뿐 아니라 기후 문제까지 다루는 포괄적인 동맹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것이 둘째일 듯 합니다. 평양의 핵 무력 증대와 군사적 도발 등에는 강력히 대응하겠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돌아온다면 강력한 경제적 지원을 주어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셋째입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군사분계선 위에 세계적으로 이름난 ‘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한 것이 넷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동아시아의 첫번째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을 극진하게 대접한 것도 곁들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정상회담 예정 시간을 한참이나 넘겨 성과적인 회담을 하는 모습, 회담 후에는 통역 없이 두 대통령이 나란히 정원을 거닐면서 대화하는 모습, 상하원 의원들이 다 모인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할 수 있도록 극진하게 대접하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었고, 외교적으로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 행사들이 많이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박근혜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도 북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제일 눈에 띈 대목은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저는 전직 북한 외교관입니다. 그래서 외국어를 잘하는 데 관심이 많은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또박또박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연설 후에 미국 사람들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어가 미국 하원의장의 영어보다 더 낫다’는 평가까지 나온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전직 외교관으로서 제가 감동을 받은 것은 대통령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외교력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는 한국전쟁에 군인으로 참가하였다가 현재까지 의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네 명의 의원들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고, 이 의원들이 일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예의를 표시하고, 이 장면에서 전체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는 장면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란 어떻게 하는가를 보여준 것이죠.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에서 주목되는 점은 역시 북한에 대한 대목이었습니다. 북핵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고 도발에는 강력하게 대응하겠지만,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끌고 나가겠다는 대목, 그리고 군사 분계선 상에 세계적인 평화공원을 만들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겠다는 대목 등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설하는 동안 총 39회의 우렁찬 박수를 받았습니다. 한미관계가 얼마나 성숙되고 알찬 동맹인지 알게 하는 방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그 내용을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방안에 대한 깊은 지지를 표시하였고, 평양이 약속과 의무를 지키고 비핵화를 이루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 기자가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그와 얘기해 본 적이 없어 그의 개인적인 성격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다만 그가 호전적이며 막다른 길로 가는듯한 행동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한 후 인민생활은 돌보지 않고 장거리 미사일 실험, 제3차 핵실험 등을 거쳐 올해 2월부터 한국과 미국에 대한 도발을 해온 데 대한 평가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중국을 포함하여 그 어떤 나라도 미국에 대해 핵무기로 위협하고 워싱턴을 불바다로 녹여버리겠다고 위협한 나라가 없습니다. 핵무기를 수만개나 가졌던 소련도, 그리고 세계 2대 초강대국이 된 중국도 미국의 워싱턴을 녹여버린다는 말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극동의 조그만 나라가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니 미국인들은 처음에는 북한이 ‘참 한심한 나라’라고 생각하다가, 그 다음에는 ‘김정은 제1비서가 참 짜증난다’는 감정을 품었던 것 같고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유럽, 중국 등 대다수 나라들도 북한이라고 하는 나라, 특히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 참으로 호전적이고 앞뒤를 분간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오바마 대통령은 항상 ‘미얀마를 봐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지난 7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평양은 미얀마와 같은 나라를 주시해야 한다. 미얀마가 개혁을 하면서 더 많은 무역, 투자,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미얀마와 미국은 지난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현재 두 나라 사이에는 많은 원조와 투자, 무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얀마를 방문한 미 대통령은 양곤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놀라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미국은 평양에도 선택의 길을 주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버리고 평화의 길을 택한다면, 미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말은 북한도 독재의 길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개혁의 길을 걸으면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으키고 있는 미얀마의 모범을 따르면 좋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움켜쥔 주먹을 펴고 손을 내민다면 우리도 손을 내밀겠다“라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미 정상이 북한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면 됩니까?
고영환: 두 정상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는데, 이는 한미 양국이 달라진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평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실험에 대항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하였고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일 중국은행은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하고 계좌를 폐쇄한다고 발표하였고, 중국은행의 뒤를 따라 건설은행과 농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단절하고 있습니다. 한중문화센터의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한 쉬둔신(徐敦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한국의 조선일보와 가진 회견에서 ”중국은행의 북한 계좌 폐쇄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의 연장이며, 북한으로서는 즐겁지 않겠지만 안보리 제재결의 이행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중국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하루 빨리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였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표시했습니다.
핵실험 이후 확실하게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 사이의 고위급 간부 내왕이 없어지고, 중국 세관이 북중 국경을 통과하는 물품에 대한 조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으며, 불법적으로 중국에 들어와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무역일꾼들을 추방하고, 중국은행들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은행들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1단계적 제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만일 중국의 충고를 무시하고 계속하여 핵을 휘두른다면 이보다 더 아픈 2차 제재가 시작될 것이고, 그렇다면 중국에 경제의 거의 80퍼센트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북한은 쓰러질 수 있습니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제의, 오바마 대통령의 선의, 그리고 중국의 충정어린 충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중국이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를 북측 지도부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