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철 숙청은 공포통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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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현영철이 공개 처형된 것 같다고 남한의 국정원이 밝혔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장성택 처형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이 될 텐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 내 군부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께 반역죄로 공개 처형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밝혔습니다. 현 무력부장은 지난달 24~25일 열린 ‘군 훈련 일꾼대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설 중 조는 모습이 적발되고 김 위원장의 지시에 대꾸하며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유일영도 10대 원칙’을 어긴 것이 ‘불경’, ‘불충’으로 지적돼 ‘반역죄’로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은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현영철이 강건군관학교에서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신고사기관총으로 공개 처형된 것으로 전했습니다.

현영철은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다음으로 높은 군 실력자였고 재작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숙청된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국정원은 현영철 외에도 지난 6개월간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등 김정은의 측근들도 숙청됐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장성택, 이영호 같은 최고위급 간부는 물론 중앙당 과장이나 지방 당 비서 등 중간 간부까지 처형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 총살된 중앙과 지방의 고위급 간부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70명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현영철과 김정은의 최측근들이 숙청되면서 북한 내에서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빈약한 권력 기반에 대한 불안감을 내부 권력층을 겨냥한 ‘공포 통치’로 극복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현영철 숙청이 김정은 특유의 공포 통치의 표현이고 최측근 핵심 간부들까지 믿지 못할 정도로 그의 권력기반이 취약하다는 뜻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장성택에 이어 현영철까지 숙청되면서 간부들이 김 위원장과 더는 같은 배를 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그런데 북한의 기록영화와 신문에는 현영철의 모습이 아직까지 계속 등장하고 있거든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방영한 김정은의 군 관련 공개 활동 기록영화에 지난 3월 20일 북한 공군의 비행장 타격 훈련 때 김정은을 수행한 현영철의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흔히 고위급 간부의 숙청 전후로 영상·출판물 등에서 당사자의 얼굴이나 이름을 삭제합니다. 저는 현영철이 숙청되었는데도 그의 영상이 삭제되지 않는 이유를 2-3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 각 기관 사이에 조정과 협의가 잘 이뤄졌는데 반해 김정은 시기에 들어와 그런 조정이 잘 안 되고 있고 이번 사건도 그런 연장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 선전선동부가 자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로는 한국 등 세계 언론이 현영철 처형의 잔인함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는데 부담을 느끼면서 마치 그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29일 국정원이 ‘김정은, 고위 관계자 15명 처형’ 사실을 공개한 것을 고려하여 김정은이 현영철 처형 비공개를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잠시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현영철 숙청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을 좀 찬찬히 해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위원님,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현영철은 어떤 인물인지, 이 사람이 숙청됐다면, 그게 뜻하는 바가 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김정은이 지난달 30일 숙청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무력부장은 17세 때인 1966년 북한군에 입대해 50여 년간 인민군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그는 2006년부터 8군단장으로 복무하다 2010년 9월 인민군 대장에 올랐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고속 승진을 한 셈입니다. 2012년 7월에는 김정은 체제에서 군부 1인자로 통하던 리영호가 전격 해임되면서 그 자리를 물려받아 군 총참모장 겸 차수로 승진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5월에는 총참모장 자리에서 물러나 5군단 사령관으로 좌천됐지만, 지난해 6월 인민무력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김정은이 현영철을 숙청한 것을 두고 그가 군부 길들이기에 적극 나섰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잦은 간부사업과 별을 뗐다 붙였다 하는 ‘견장정치’를 하다가 뜻대로 안되니 처형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동원하였다는 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군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을 통해 북한군 전체에 ‘본때’를 보여주려 하였고 김일성, 김정일과 같이 일한 이른바 노혁명가들이 자신을 깔보면서 자신의 지시를 잘 집행하지 않고 있다는, 그래서 혼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 기반도 약하고 체제가 어떻게 될지, 자신의 운명이 어찌될지 모르는 두려움도 하도 크다보니 이런 과도한 수단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문제는 김정은의 무자비한 숙청이 자신의 권위와 자만심을 충족시킬지는 몰라도 권력층의 충성심 대신 공포심을 유발하고 그들의 이탈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각국의 반응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소개를 좀 해 주시고요. 이런 반응에 대한 위원님의 평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영환: 현영철의 처형 소식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3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반역죄로 대공화기인 고사포로 공개 처형됐다는 첩보에 대해 “사실이라면 북한 정권의 극도의 잔인한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현영철의 처형 소식에 “관계국과 긴밀하게 연대하면서 냉정하게 사태를 주시하고 북한의 동향에 관해 정보 수집·분석을 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말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김정은 등장 이후 있었던 수차례의 군부 고위층 인사 교체 사례들을 열거하고 이번 현영철 처형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도 현영철 처형으로 김정은이 권력을 확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여러 나라가 경악하고 있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박성우: 이번 사건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고영환: 김정은이 현영철을 처형한 것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데니스 핼핀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담당 전문위원은 14일 “현영철 부장이 숙청 직전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군사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김정은은 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모스크바를 방문하겠다고 한 뒤 약속을 어기는가 하면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군부 실력자를 곧바로 총살했다”며 “러시아는 김정은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러시아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국가입니다. 개인적 친분이 국가관계를 좌우할 정도라는 뜻입니다. 러시아를 방문하고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 간 사람, 자신들이 조직한 국제회의에 보름 전에 참가하고 돌아 간 사람을 잔인하게 총살한 것을 러시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이 그토록 공을 들인 러시아가 속으로 화를 낸다면 김정은의 국제적 고립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평가합니다.

박성우: 정리를 좀 해보죠. 국정원이 밝힌 내용은 북한 군부 서열 2위인 현영철이 숙청됐다는 첩보가 있다는 거죠. 이에 대해서 북측이 공식적으로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현영철 숙청이 사실일 경우, 이번 사건은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간접적으로 측정해 볼 수 있는 척도로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