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북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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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군 매체가 북중 접경지에서 벌어진 선양군구(瀋陽軍區)의 대규모 군사 훈련을 전면 공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군이 군사훈련을 했다는 사실이 한국 언론을 포함한 외신을 통해서 가끔 보도된 적은 있었습니다만, 중국군이 발행하는 매체가 이 소식을 보도한 건 매우 이례적인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중국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가 발행하는 잡지 해방군화보(解放軍畵報)가 5월 상반기 화보 제895호에서 지난달 심양군구 제39집단군이 훈련하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전했습니다. 다들 아시듯 중국군 39집단군은 한반도 비상사태시 전투임무를 수행합니다. 사진을 보면 탱크들과 포병, 장갑차 훈련 모습 등이 총 12면에 걸쳐 나오는데요. 중국군이 사전에 검열하고 승인하는 잡지에 39집단군이 명령을 받은 즉시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기사와 함께 실린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베이징의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특별임무를 갖고 있는 39집단군의 훈련 모습을 중국군이 공개한 것은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중국군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북한의 도발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또는 북한의 대남 군사적 행동을 의미합니다. 만일 북한 지도부가 중국 정부와 중국군의 거듭되는 경고와 충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하거나 군사적 도발을 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경우 중국군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인데요. 북한은 이를 깊이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박성우: 미국과 중국이 “모든 종류의 북한 비상사태”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에 말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대한반도 정책 세미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상사태 문제는 중국과의 협의에서 때때로 제기되는 주제”라고 하면서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비상사태 문제가 미국과 중국이 함께 논의하는 주제라는 것”이며 “이는 양국이 가능한 한 북한 비상사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북한 비상사태라는 것이 뭘 뜻하는지를 청취자들에게 설명해드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반도 비상사태란 가깝게 보면 북한에서 지도자가 저격, 혹은 군사 쿠데타에 의해 암살되거나, 김정은 지도부가 붕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좀 더 멀리 보면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고, 대량 탈북 사태가 이어지며, 대량살상무기들이 외국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경우 한반도 문제에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과 함께 어떻게 대처하여 북한 정세를 한시라도 빨리 안정시키고 주민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에 관한 대책을 미리 협의하여 세워 놓으려고 하는 것이죠.

사실 이런 계획이나 대책은 소문 없이 세우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미중 양국이 이를 언론에 공개한다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이 인정하고 있고, 따라서 시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야 그렇다 치고 중국까지 북한의 비상사태 발생 가능성을 높이 보고 이에 대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미국하고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박성우: 미국과 북한의 관계와 관련해서 주목할만한 뉴스가 하나 있었죠. 북측 언론매체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보도를 해서 문제가 됐는데요. 북측 지도부가 왜 이런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측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불량아 오바마에게 천벌을’이라는 주제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북한은 미국 대통령 오바마를 ‘잔나비’, ‘동물원에서 사람들이 던져 주는 먹이나 먹는 원숭이’, ‘혈통마저 불명한 잡종’, ‘아프리카 자연동물원에서 빵부스러기나 핥는 게 제격’, ‘빨쭉귀‘ 등 정말로 비이성적이고 참아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말들로 비하했습니다.

시정잡배도 동네 깡패도 이런 말들을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북한의 얼굴격인 중앙통신이 미국 대통령을 잔나비니, 잡종이니, 아프리카 동물이니 하는 말로 비하하였다니, 정말 이게 정상적인 국가이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인지 세상 사람들이 의문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왜 이런 말과 글들이 연쇄적으로 나오는가 하면 김정은이 이런 식의 글을 쓰고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성향이 어떤지, 얼마나 수준이 낮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인 것이죠.

북한 정권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와는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따라서 가까운 시기에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좋아질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자기네 대통령을 이렇게 원숭이로 비난하였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게 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북한이 말을 좀 가려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죠. 북측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오바마를 비하한 건 북한 당국이 아니라는 거죠. 주민들의 이야기를 중앙통신이 반영했을뿐이라는 겁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당국, 특히 로동당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로동신문 글귀 하나, 중앙통신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검열하고 또 검열하는 북한에서 이렇게 세계 초대강국의 지도자를 막말로 비하하는 소리를 로동당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북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도 어떤 외국의 중급 외교관을 만나는 경우에도 어떤 소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정일에게 다 승인을 받고 나가서 면담을 하였습니다. 하물며 북한이 그렇게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어 하는 미국 정부 그리고 미국 대통령인데, 김정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런 소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얄팍한 술수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뱉어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며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고 발언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끝으로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전용기를 타고 현지시찰을 가는 모습이 최근에 보도됐는데요. 그 의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최근 공군 비행지휘관들의 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하였는데, 경기대회 장소가 온천비행장이라는 것이 확인됐죠. 온천비행장은 1호차(김정은 전용 승용차)로 가면 45분 정도면 갈 거리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굳이 평양 북쪽 순안비행장까지 35분을 가서 비행길 타고 15분을 날아 온천비행장에 간 것입니다. 비행기라는 것은 비행 준비를 하고 뜨고 내리는 데만 15분 이상이 걸리고, 타고 가는 시간이 15분 결렸으니, 한 시간 이상을 소비한 것이죠.

정말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었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비행장에 내리는 장면을 보면서 이해가 됐습니다. 김정은은 비행기에서 붉은 주단을 밟으며 내려와 공군 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공군 의장대를 사열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나 중국 주석이 외국에 가면 이런 대접을 받는데요. 김정은은 지도자가 되어 아직 이런 대접을 받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한 번 외국 지도자처럼 폼이 나게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연출해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거죠.

박성우: 대통령 전용기는 보통 해외 순방 갈 때 쓰죠. 김정은 비서가 제대로된 정상외교를 위해서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누가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말씀하신대로 보여주기식, 과시용으로 전용기를 타고 다니니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