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베를린 제안, 북한의 결단 촉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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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이른바 '베를린 제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북측에 진의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한국 언론이 ‘베를린 제안’이라고 부르는 게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김정일 위원장을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베를린에서 밝힌 내용을 뜻하는데요. 북한은 일단,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만, 한국 정부가 이와 관련해서 후속 조치를 취했지요?

고영환: 네. 한국 청와대의 김희정 대변인이 지난 18일, 남북 사이의 정상 회담에 관한 비공개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진의가 북한에 전달됐고,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접촉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은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 5월9일 베를린에서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끝낸 다음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 한국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할 의사가 있다, 그런데 단지 조건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것이고, 그렇게 한다면 서울 정상회담에 오는 미국이나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가 북한의 안전도 담보하고 경제 지원도 약속하겠다’는 내용의 베를린 제안을 했는데요. 북한은 일단 조평통 성명을 통해서 이걸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김희정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면 남북 사이에 물밑 접촉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고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은 이런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일단 결단을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정말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요즘 대북 식량 지원 문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가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미 국무부에 대북한 인권 담당 대사가 있습니다. 로버트 킹이라는 인물입니다. 이 사람이 5월 말 국무부 관리들과 평양에 들어가서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건데요. 국무부에 대북 인권 담당 특사가 임명됐을 때 북한은 아주 격렬하게 반응했습니다. ‘미국이 그 무슨 특사까지 임명하면서 우리나라의 제도를 전복하려는 기도를 구체적으로 실현 단계에 옮기려는 극히 도전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굉장히 반발했는데요. 그랬던 북한이 미국 정부의 인권담당 특사에게 대규모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는 점에 세계가 굉장히 놀라고 있거든요. 지난 1월14일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 한성렬 공사가 킹 특사를 만나서 식량 지원을 요청했고요. 킹 대표가 모니터링 문제, 그러니까 식량 지원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것도 다 해주겠다’고 했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그동안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북한에 식량 지원을 굉장히 많이 해 왔어요. 그러면서 요구한 것이, 지원한 식량이 꼭 필요한 사람들, 그러니까 노인들, 어린이들, 함경북도나 양강도 등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배급되는지 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이걸 북한은 계속 반대해 왔거든요. 그리고 한국에 지금 2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와 있는데,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식량 지원한 걸 먹어봤다는 사람이 드물어요. 이게 뜻하는 바는, 특수 계층, 그러니까 군이나 보위부, 그리고 특수 지역, 그러니까 평양 같은 지역으로 식량이 집중됐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젠 미국이 원하는 투명성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이 ‘만족할 만큼 들어주겠다’고 한 겁니다. 북한이 이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걸 놓고 세계가 놀라고 있고요. 우리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장성택 행정부장이 5월 말에 중국의 동북지역을 방문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면서요?

고영환: 그렇죠.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이달 28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방문하는 지역은 요녕성 단둥시이고. 여기서 가까운 북한 땅인 황금평에 임가공 기지를 중국과 합작해서 건설하는데, 그 착공식에 참가한다는 거고요. 이후 길림성 장춘시와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둘러본 다음, 라진-선봉 지역으로 넘어가서 중국 훈춘과 라진-선봉을 잊는 도로 보수 공사의 착공식에도 참가한다고 중국 소식통이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를 지낸 바 있고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인 이수영 합영위원회 위원장이 이미 지난달 베이징에 가서 이 문제를 다 토의했는데, 장성택 부장이 이번달 말에 중국에 다시 가는 겁니다. 아마 두 사람 사이에 공로 쌓기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고요. 지난 시기를 보면, 중국이 대규모로 북한을 지원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특히 무상원조를 해 준 적이 없거든요. 중국은 자기네 국익을 위해 북한의 지하자원을 가져가고, 정말 필요하다면 소량 지원을 해 줬는데요. 이번에 북한이 중국과 대규모 경제협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보건대, 북한이 개혁 개방 의지를 보인다면, 아마 중국이 대규모 지원을 할 거고요. 한국과 미국도 대규모 대북 지원을 할 겁니다. 결국은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문제인 거지요.

박성우: 경제관련 소식 하나 전해 드립니다. 5천 원짜리 북한 돈의 위조지폐가 대량 유통되고 있어서 북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뉴스가 최근에 보도됐는데요. 북한이 미국 돈을 위조해서 문제가 된 건 많이 알려졌는데, 이젠 북한 안에서 북한 돈 위조지폐가 나왔다는 게 특이해 보입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대북한 언론 매체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가 지난 8일 밝힌 데 의하면,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지난 20일 보위부와 중앙은행 일꾼들로 10명을 모아 상무조를 만들어서 각 지역에 내려보냈다고 하는데요. 김일성 주석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5천 원짜리, 북한에서는 제일 큰돈인데, 그 위조지폐가 지금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게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지요. 김일성 주석의 소위 ‘위대성’과도 관련된 문제이고요. 또 북한의 내부 질서를 완전히 혼돈에 빠트리는 문제거든요. 이 5천 원짜리 지폐가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졌다고 해요. 지함(종이상자)에 20억, 30억 원씩 담겨서 전국으로 뿌려지고 있고, 평성과 평양 시장에서 이게 발견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지난 시기 외교관을 할 때, 북한에서 만드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직접 봤거든요. 미국 사람들과 세계 사람들은 이걸 ‘슈퍼 노트’라고 하는데요. 이전 사회안전성에서 갖고 있던 ‘평성 상표인쇄공장’이라는 게 있습니다. 북한 돈도 찍는 곳인데요. 여기서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만들었고요. 제가 자이르에 외교관으로 나가 있을 때, 사회안전성 대표단이 위조 달러를 가지고 거기도 왔었어요. 거기서 시범적으로 돈을 바꿔보기도 했거든요. 거의 다 속았어요. 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었다는 거지요. 사실 위조지폐를 만드는 범죄 조직은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위조지폐를 만드는 경우는 세계에서 북한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세계 사람들의 신경을 많이 긇어놓았는데요. 미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걸 보면, 북한이 2000년대 중반에는 위조지폐와 위조담배를 갖고 한해에 5억 달러까지 벌었습니다. 그래서 범죄 국가라고 불렸는데요. 이젠 또 위조된 북한 돈까지 돌아다니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 있는 문제이고요. 화폐개혁을 2009년에 했는데, 위조지폐가 이렇게 많이 나오면 화폐개혁을 다시 해야 하거든요. 화폐개혁 실패로 북한이 굉장히 큰 혼란을 겪었는데요. 이런 걸 보면 참 할 말이 없습니다.

박성우: 나라가 나서서, 정부 차원에서 위조지폐를 만들고 있으니까, 그 밑에 있는 국민들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