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당 대회를 끝낸 북한의 최근 행보를 살펴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위원장이 당 대회 이후 첫 공개활동으로 기계설비 전시장을 찾았는데요.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7차 당 대회 폐막 이후 첫 공개 일정으로 기계설비 전시장을 방문했다고 북한의 노동신문이 지난 13일 전했습니다. 김정은은 당 대회 개막식 때처럼 짙은 색 양복과 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출품된 기계 제품들은 자강력이 제일이며 자력·자강이 우리가 살아갈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증해준다"며 "우리는 반드시 수입병을 뿌리 뽑고 수입병에 완전히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은 이날 현지 지도에서 '자강력 제일'이라는 말을 7번이나 했습니다.
저는 김정은의 이번 당 대회 이후 첫 현지지도에서 가장 눈여겨 본 대목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김정은이 양복을 입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이 닷긴깃 옷을 입지 않고 양복을 입은 것은 조부 김일성 따라하기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김일성은 1960~70년대 양복을 즐겨 입었습니다. 이 시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이른바 ‘황금의 시대’였습니다. 먹고살만했고 그 시기 북한을 지도한 사람이 양복을 입은 김일성이었습니다. 양복을 입고 김일성의 머리모양을 따라한 김정은이 현지지도에 나타난 것은 북한 인민들에게 ‘김일성 주석이 환생하였다’ ‘김일성과 너무나 비슷하다’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한 고도의 선전선동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주의 깊게 본 것은 김정은이 자강력을 강조하고 수입병을 반대한다고 한 것입니다. 김정은이 당 대회 이후 경제 현장부터 찾은 것은 북한 경제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자강력을 강조하고 수입병 반대를 외치는 것은 핵실험에 이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경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이것이 북한체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데 대한 김정은의 대응책으로 봅니다. 이와 함께 북한 무역의 70~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수입병’으로 규정하고,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표시하고, 다른 편으로는 중국과 무역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1960년대의 ‘자력갱생’ 소리를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도 반복을 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당 대회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리용호가 외무상에 기용됐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리용호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는데요. 부원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새 외무상에 6자회담 수석 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기용된 것으로 지난 10일 알려졌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이 영국 정부에 보낸 각서에서 리용호 부상을 외무상으로 호칭하였다는 것입니다. 저의 평양외국어대학 2년 후배였던 리용호는 김정일 시대 숨은 실세였던 리명제 전 김정일 서기실 부부장의 아들입니다. 평양외국어대에서 영어를 전공했으며 영국과 아일랜드 대사, 미국국 부국장도 지냈습니다. 2010년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한 이후 6자회담 수석 대표도 맡았습니다. 1994년부터 미·북 대화에 참석한 미국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리용호는 핵 문제, 대미관계 문제에 정통하고 영어 실력도 뛰어나고요.
한국의 많은 대북 전문가들은 대미관계, 핵 관계 전문가인 리용호 외무상이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핵 보유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리용호 신임 외무상이 리수용 당 부위원장과 함께 핵 외교를 전담하고 대미관계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봅니다. 똑똑한 외교관인 리용호 외무상이 국제 흐름과 추세를 상부에 잘 보고하여 핵 폐기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현명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데 일조하기를 희망해 봅니다.
박성우: 북한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프리카를 방문했지요. 왜 김영남이 움직인 건가요?
고영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프리카 방문 경유차 지난 17일 오전 고려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베이징에 입국했습니다. 베이징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베이징 수도 공항에 도착한 뒤 주중 북한대사관 차량을 이용해 베이징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동지가 적도기네(기니) 공화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가하기 위해 17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이날 오후 보도했습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아프리카를 가던 길에 중국에 들른 것"이라며 중국과의 회담 등을 위해 온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도 김 상임위원장이 베이징 방문 기간 중국 측과의 양자협의 가능성은 낮음을 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상임위원장이 적도기니 방문 계기에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동향을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적도기니 방문은 블럭불가담(비동맹)운동을 강화하고 적도기니 같은 아프리카 나라들과 협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아직도 블럭불가담 운동을 강화한다고 하면서 아프리카 나라들과 교류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북한의 외교 시계가 아직도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주변에 한 동포인 한국이 있고, 중국도 있고 일본, 러시아도 있는데 저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에 협조를 한다고 찾아다니는 저의 옛 상관인 김영남 위원장의 모습이 어쩐지 안돼 보입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의 대남 관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남북교역은 전무하다시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개선을 외치는 북한 당국으로서도 답답한 구석이 많을텐데요. 부원장님께서는 어찌 보십니까?
고영환: 올해 남북 간 교역액은 개성공단 중단으로 '0원'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12일 한국 통일부가 펴낸 '2016 통일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 교역액은 개성공단 관련 교역의 증가로 2014년보다 15.9% 늘어난 27억1448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 중 개성공단 교역액이 99.6%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이후 3월부터 현재까지 남북 교역액은 '0원'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에만 27억 달라어치의 물건을 생산해 낸 개성공단이 닫히고 근로자 임금 1억달러 이상을 못 벌어 들이니 북한 지도부가 얼마나 속으로 답답해 할까 충분하게 상상이 갑니다. 북한은 아프리카 같은 먼 곳에 가지 말고 바로 붙어 있는 한 동포인 한국과 교류하고 협력하면 될 것입니다. 북한 경제의 번영을 위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살펴보죠. 북한이 지난 번 당 대회에 최소 2억 달러를 사용한 것 같다고 하는데요. 부원장님께서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고영환: 북한이 제7차 노동당 대회 개최를 위해 최소 2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는 지난 16일 통일한국포럼 발제문에서 당 대회를 ‘소모성 정치 이벤트’로 평가하고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남 교수는 발제문에서 “3대 세습의 ‘셀프 대관식’을 위하여 6개월 전부터 최소 2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며 엄청난 재정 지출을 해 주민들의 부담이 가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셀프 대관식’이라는 말은 옛날 왕들이 왕관을 자신의 머리 위에 스스로 올려 놓았다는 말을 빗댄 것입니다.
사실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7차 당대회에서 ‘휘황찬란한 설계도’를 펼쳐 보이겠다고 했을 때 저도 사실은 많은 기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설계도는 사업총화 보고 어디에도 없었고, 수 십 년 동안 해오던 전력 문제, 석탄 문제, 철도운수 문제를 김정은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좀 나은 설계도를 기대하였던 저도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속으로는 얼마나 실망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지위에 이른바 정통성과 합법성을 부여하기 위한 소모성 행사에 2억달러를 썼다니 북한이 보통 나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했던 것처럼 양복을 입고 경제 현장을 시찰하면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