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돌연 취소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개성공단을 21일에 방문해도 좋다고 해 놓고선 하루 전에 말을 바꿨습니다. 외교적으로 큰 결례가 아닌가 싶은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 허가를 지난 20일 돌연 철회했습니다. 반기문 총장은 20일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한 연설에서 “오늘 새벽 북측이 갑작스럽게 외교 경로를 통해 저의 개성공단 방북 허가 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다”면서 “북측은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반기문 총장은 한국의 전 외무장관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 사람입니다. 그는 뉴욕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하여 수개월 전에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북측에 전달하였고 북한은 이를 허용하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용 철회 결정을 남북간 채널을 활용하지 않고 뉴욕 채널을 통해 유엔 측에 직접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로인해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계획 발표 하루 만에 무산됐습니다.
북측이 국제기구 수장에게 하였던 약속까지 뒤집으며 그에 대한 외교적 결례까지 무릅쓰고 북한 방문을 거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9일 대독전승기념일에 모스크바에 가겠다고 하였다가 취소하여 러시아의 불만을 산적도 있고, 이번에는 반 총장의 방문을 허용하였다가 당일 전날 취소하였는데요.
저는 그 배경으로 우선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을 전후하여 김정은의 정책 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정은은 즉흥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이런 결정이 국제규범에 맞지 않아도 간부들은 공포 때문에 김정은에게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거죠. 다음으로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으로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거나, 북측이 최근 보인 대남 도발적 행태를 향후에 계속하겠다는 뜻도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 약속까지 이렇게 저버리는 북한을 국제사회가 신뢰를 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박성우: 이번 일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도 있을 듯 한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용 결정을 철회하면서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정책적 실수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초 계획대로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이뤄지면 그가 한반도 평화사절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은 22년만에, 개성공단 방문은 역사상 처음이었던 만큼 국제사회의 관심도 컸습니다. 그러나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되면서 이런 기대와 관심도 물거품이 된 셈입니다.
반 총장에 대한 북한의 방북 거절은 한반도 정세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반 총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최근에 북한이 보인 도발적 행태와 긴장 모드를 계속하겠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북한은 반 총장의 북한 방문을 거절한 당일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국방위원회는 이 성명에서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에 강하게 반발하며 “우리의 핵타격 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라면서 “함부로 도전하지 마라”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북한은 서해 남측 함정에 대한 조준타격 위협을 하고 실제로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포사격 훈련까지 실시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하는 ‘공포 통치’를 계속하면서 외부를 향해서는 ‘위기 조성’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저는 당분간은 남북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가 외부와의 긴장을 자꾸 높이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할까요?
고영환: 김정은이 올해 로동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하여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에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여러 나라의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 18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도 지난 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로 완공된 국가우주개발국의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시찰했다고 보도했으며,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은 8일 “위성을 필요한 시기에 정해진 장소에서 계속 발사한다는 것은 우리의 불변의 입장”이라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2013년 말부터 철산군 서해 발사장 내 50m 높이의 발사대를 55m 이상으로 높이는 증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것이 완공되면 은하 3호 로켓보다 길이가 긴 40m 이상의 로켓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북한 로동신문도 지난 20일 ‘그 어떤 훼방도 우리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위성발사와 핵실험을 거론하며 북한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와 관련하여 한국의 외교 소식통은 김 제1위원장이 최근 러시아 승전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원인 중 하나가 러시아 측이 북한에 핵실험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만류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북한이 외부와의 긴장 수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의 경제 발전이 되지 않는 이유를 외부의 적들 때문이라고 선전하면서 주민들의 생활고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라고 판단합니다. 책임회피라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어쨌거나 김정은 제1비서도 자기 생각대로 일이 잘 안 되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김 비서가 최근에 자라 양식공장을 시찰하면서 크게 화를 냈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9일 자라 양식공장을 찾아 “이 공장처럼 일을 해선 안된다”며 ‘격노’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김정일이 그 어느 대상을 지도하면서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 ‘장군님께서 일꾼들을 엄하게 질책하시였다’고 내부 강연에서 말한 적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김정은은 순안 비행장 확장 공사 때를 비롯해 여러 번 화를 냈지만 이번처럼 시찰 내내 맹렬한 질타만 늘어놓은 것은 이례적입니다.
자라 공장에서 그는 “전기 문제, 물 문제, 설비 문제가 걸려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넋두리”라고 격노하였습니다. 실제로 북한 경제가 돌아가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전기 문제, 물 문제, 설비 문제입니다. 이것이 북한의 현실인데, 이를 모르는 김정은이 더 이상한 것이죠.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내고 한국에 와서 북한을 연구하고 있는 저도 북한 지도자가 화를 내는 모습을 북한 매체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도한 것은 처음 봅니다. 요즘 북한이 이상해 보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이렇게 화를 크게 내고 이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을 간부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젊은 김정은이 북한 간부들을 향해 ‘내가 나이가 어리다고 깔보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지도자를 보면서 북한 인민들이 지도자가 어떻게 저렇게도 현실을 모를 수 있나, 저런 지도자가 우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외신 보도 하나 소개해 드리죠.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사설에서 북한이 당장은 아니지만 갑자기 무너질 거라고 경고했는데요.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왜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건가요?
고영환: 미국의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는 지난 18일 ‘북한의 공포’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와 억압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정권 붕괴가 곧 일어나지 않을지 모른다”면서도 김정은 체제가 당장은 버티겠지만 어느 시점에 갑자기 무너질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신문은 “김정은 체제는 반드시 어느 시점에 급작스럽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무너질 것”이라며 “그때 한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을 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2011년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후 최소 70명을 처형하는 등 고위층을 숙청하는 공포정치를 해 오고 있으며, 이런 공포정치의 이유가 공포정치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의 권력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장성택 전 행정부장의 처형,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 이후부터 세계 각국에서 김정은 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도를 넘고 있고 당과 군대의 간부들이 김정은에게서 마음상으로 떨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공포정치는 도를 넘고 있고, 그 와중에 북한 지도부는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외부와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오늘 방송 내용을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