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파트 붕괴 사고와 무관?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아파트 붕괴 사고 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하면서 고위 간부들이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대형 사고가 났다고 해서 북측의 고위급 간부가 사과하는 건 이례적이죠. 위원님, 당국자가 사과한 이유부터 분석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의 중앙통신이 지난 18일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동 주택건설장에서 아파트가 붕괴되어 인명사고가 났다면서 지난 17일에는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간부들이 피해주민들을 만나 사과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대형 인명사고 소식을 보도하고 당과 정부의 고위 간부들이 사고현장을 찾아 ‘이 사고가 저희들 탓이며 죽을 죄를 지었다’고 공개 사죄하고 이런 모습을 로동신문에 실은 것은 제가 북한에서 살 때도, 그리고 한국에 와서도 처음 보고 듣는 일입니다.

북측은 1992년 통일거리 아파트 붕괴로 1개 중대가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생겼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사고를 보도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북한이 이전의 북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휴대폰 그러니까 손전화가 2000년대에 들어 급속히 확산되어 북한 및 지방소식들이 우편국을 통한 전화만이 가능하였던 1990년대 이전 시기보다 전국으로 더 빠르게 확산되는 데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고는 평양시 중심부의 고급 아파트, 그것도 인민보안부가 짓는 아파트이니 보안부 가족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보안부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많이 희생되면서 그 소식이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를 계기로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한계를 넘고 있기 때문에 사과한 것이라고 봅니다.

다음으로는 한국에서 벌어진 세월호 침몰 사고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북측은 한국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자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였고, 한국의 장관들과 대통령까지 수차례 사고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가족들을 위로하였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대통령과 간부들을 푸대접하고 그 앞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였다는 소식들을 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에서는 사고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과 간부들이 사과를 하지 않으니 한국과 북한의 실정이 서로 비교되면서 ‘남한에서도 그렇게 하는데 우리 북조선은 뭐야’ 하는 불만이 날을 따라 커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불만이 김정은에게 쏠리려 하니 인민보안부장 선에서 사과하는 것으로 급속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사고 원인을 놓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저도 북한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 문수거리에 나가 외교부 살림집을 지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도 무조건 ‘언제까지 살림집 건설을 마무리하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있었고, 시멘트가 안 들어오면 시멘트를 적게 모래와 자갈로 혼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무조건 언제까지 건설을 끝내라’고 하는 지도부의 지시가 있었고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일을 서두르다 보니 모든 것을 적당적당, 빨리빨리 하면서 기술적 조건들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 첫째 원인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시멘트가 모자랐던 80-90년대와 달리 현재는 건설자재들을 간부들이 중간에서 많이 빼돌려 시장에 팔면서 시멘트와 자갈, 모래 비율 등이 제대로 규정대로 혼합되지 않아서, 단단한 콘크리트로 지어져야 할 아파트가 시멘트가 적게 들어가 모래알처럼 부스러지는 콘크리트로 지어지면서 아파트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붕괴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은 한국 같은 나라는 역시 전문 건설인력, 숙련된 기능공들이 규정을 지켜가면서 아파트를 짓는데 반해 북한에서는 기업체별로, 정부 부, 위원회별로 건설을 맡겨 비전문가들이 건설을 하면서 규정도 없고 공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건설물들이 자주 붕괴하는 것입니다. 저는 건설장에서 일하는 동안 감리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속도전의 폐해, 자재의 부족, 비전문가들에 의한 마구잡이 건설로 인해 붕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고, 이번 평천 아파트 붕괴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속도전 이야기를 잠시 하셨는데요. ‘평양 속도’, ‘마식령 속도’, ‘조선 속도’ 이런 게 모두 속도전의 다른 이름들이지요. 북측 지도부가 대를 이어서 이렇게 속도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북한에서는 유난히 속도전을 강조하죠. 김일성 때에는 천리마 속도, 평양 속도를 강조하였고, 김정일은 희천 속도를, 김정은은 현재 마식령 속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속도전을 강조하는 명목상 이유는 남들이 한걸음을 걸을 때 북조선은 열 걸음을 걸어 남들이 백년, 이백년 동안 이룩한 것을 북한은 1년 동안, 10년 동안 건설하여 남들을 따라잡아 세계 최일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이른바 기념비적 건물들을 많이 세워 이를 김일성의 업적으로 만들고 주민들이 김일성을 존경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강했습니다. 김정일 시대 때는 주체사상탑, 만수대 동상, 개선문 등 김일성의 이른바 업적을 기리는 건설들을 많이 하였는데, 이는 김일성의 마음에 들게 하여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자신의 업적도 만들어 내려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건설물 공사가 끝나야 성과가 보이고, 그래야 주민들도 믿겠으니 그리한 것이죠.

김정은 시대에 들어 와서는 이른바 마식령 스키장, 승마구락부, 물놀이장 등을 건설하여 김정은이 인민들을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빠른 시일 내에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빨리빨리’ 하다가 평천 아파트도, 통일거리 아파트도 무너지는 것인데 말이죠.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도 관심사입니다.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중앙통신은 평천 아파트 사고를 보도하면서 간부들이 죽을 죄를 지었다고 사과하는 모습도 보여줬고, 김정은이 사고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파 잠을 자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고 보도를 한 다음날 로동신문에 난 김정은의 모습입니다.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평양 대성산 종합병원을 방문하였는데, 병실에서 파안대소 즉 아주 크게 만족하고 웃는 모습이 사진으로 보도된 겁니다. 더군다나 김정은은 사고가 난 뒤 가슴이 아파 잠을 자지 못하였다고 하는데, 실제적으로는 사고가 난 그 다음날에는 축구경기를 관람하였고 이를 공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난 지 한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이 아직도 추모 분위기이고 사람들은 술자리와 주말 나들이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사고현장을 두 번이나 찾아 갔고, 수차례에 걸쳐 인민들과 유가족들에게 사과하였습니다.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 ‘국가가 그들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하여 미안하다’며 사고자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이 전국에 생방송으로 전해지면서 온 국민이 다시 한 번 울었는데, 북한의 지도자는 사고 다음날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여 묘한 대조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 나라의 지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매우 중요하지요. 북한 주민들도 찬찬히 지켜보고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