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취한 '5·24 대북제재'가 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천안함 폭침 이후로 남북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실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2010년 3월 한국의 영해에 북측 잠수함이 밤에 몰래 들어와 한국의 경비함인 천안함을 폭침시켰죠. 이 함선을 침몰 시킨 건 북한이라고 국제 조사단이 발표한 후 한국 정부는 5월 24일 대북한 제재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를 ‘5.24 조치’라고 부르는데요. 이것이 발표된지 만 2년이 지났습니다. 이 조치를 계기로 남북관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조치 때문에 달라진 게 아니라 천안함 사건 때문에 달라진 거지요. 한국의 영해에서 벌어진 이 공격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희생됐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정부는 대응책으로 영유아 지원을 제외한 모든 대북 지원을 중단한 거지요. 특수지역인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경제 협력도 중지했습니다. 이 조치가 아직도 유효한 거지요.
사실 북한은 1960년대 청와대 습격사건, 삼척 울진 유격대 침투 사건, 1980년대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 1990년대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등을 벌였지만, 이는 정규군이 아닌 특수부대에 의해 감행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이런 사건들이 남한 자체에서 일어난 사건이거나 자기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건들이라고 발뺌을 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김정일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 북한의 도발 양상이 달라졌어요. 정규군인 해군을 동원하여 한국 영해에서 한국군 군함을 폭발하여 침몰시켰고, 11월에는 백두대낮에 4군단 포병을 동원하여 한국의 평화롭던 연평도에 방사포 사격을 해 사민들을 죽이는 특대형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바꿔놓고 생각해봅시다. 한국군이 남포 앞바다의 초도에 있는 북한 해군함정을 잠수함을 동원하여 폭발시켰다면, 그리고 한국 미사일 부대가 해주 앞바다에 있는 섬을 방사포로 공격을 해 사람이 죽었다면 북한은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6.25 전쟁을 겪은 한국은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확전을 자제하였고, 그래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던 겁니다. 대신 한국은 북한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 같은 최소한의 요구를 한 것이죠. 요구를 받아들이면 다시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24 조치가 가장 절제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냉랭해진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금강산 관광객을 살해하고, 함정을 폭침시키고, 한국의 영토에 포사격을 감행한 북한 지도부 때문이며,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할 당사자도 북한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변화가 없는 거지요?
고영환: 한국정부는 아직도 기본적으로 5.24 제재조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해 봅시다. 해군 장병들이 죽고, 대낮에 포탄 세례를 받아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병원이 불타버렸는데, 그리고 그 일을 저지른 자들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북한과 다시 대화를 하고 쌀을 주고 비료를 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은 최소한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하여야 합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 세계의 발전도상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제3세계 나라에서 유일하게 선진국 대열로 발전한 한국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고 있고, 한국에 발전 경험을 배워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태도만 바꾼다면 우리는 한 동포이고 민족인데 무엇을 아끼겠습니까.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저 멀리 쿠바 같은 나라까지 도와주는데 북한을 왜 돕지 않겠습니까? 폐쇄의 빗장을 풀고 개방의 길에 들어선 미얀마를 5월 15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미얀마를 힘껏 돕겠다고 하면서 북한도 “미얀마의 선택을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많은 뜻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기념할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가 100일을 맞이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서울에 있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가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을 체포해 북한에 다시 넘기는 행위를 반대하여 한국 국민과 세계인들이 시위를 벌린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이 시위에는 한국과 미국의 국회의원들, 탈북자들, 시민들, 시민사회단체들이 참가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시위에 1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가하였고, 150개 이상의 국내외 시민단체가 참석하였으며,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국회의원과 탈북단체장 등 20여명이 이어받기 단식투쟁을 벌렸고, 4월 10일에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시위에 52개 국가가 참여했습니다. 대단한 일이지요.
지난 100일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박선영 의원은 단식을 하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적도 있고요. 서울 주재 중국대사관 맞은 켠에 사는 주민들은 이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밥과 음료수 등을 제공하며 지원하는 아름다운 일도 있었습니다. 또 이 시위에는 한국의 유명 영화배우인 차인표 씨와 국제적으로 유명한 가수그룹인 보니엠, 그리고 한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안철수 씨 등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했습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시위는 워싱턴과 도쿄, 그리고 구라파까지 퍼지며 세계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가지 명백하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 그리고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하는 탈북자들, 그 모든 사람들을 한국과 세계가 잊지 않고 지켜보고 있으며 성심성의로 지지성원을 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박성우: 중국 소식 하나 더 다뤄보겠습니다. 북측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중국 선원들이 북한에서 겪은 일을 언론에 말하기 시작했지요?
고영환: 지난 5월 8일이었지요. 서해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북한군에게 28명의 중국 선원들이 잡혀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중국의 인민일보 인터넷판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이들은 북측에서 막대기로 맞는 등 굉장히 많은 학대를 받았다고 해요. 게다가 가루비누와 옷, 디젤유, 잡은 고기 등을 모두 약탈당했다고 하고요. 더 나아가 북측은 배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걸레로 썼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온 중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중국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북한과 달리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고 외국과의 손전화도 허용이 되는 나라입니다. 요즘 인터넷에 어떤 말까지 나오느냐면, “북한군이 백만 명이라고 하지만 그 전력은 1950년대 수준이다. 심양군구와 북해함대 일부만 동원해도 북한을 당장에 끝장낼 수 있다”면서 전쟁을 하자고까지 들끓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전과 달라진 점은 중국 지도부가 민심을 많이 살피고 인민의 여론을 듣는다는 겁니다. 인민이 이렇게 격앙돼 있으니 중국 정부가 그냥 가만있을 수는 없는 거고요. 만약 중국이 대북 지원을 중단한다면 북한이 얼마 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빨리 국제규범과 국제법을 지킬 줄 아는 나라로 다시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이집트에선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무바라크 등에 의한 군부독재에 시달려 온 이집트 사람들이 처음으로 23일 자유로운 선거를 진행했는데요. 자기네 손으로 자기네 대통령을 뽑아본 건 이집트 사람들도 처음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투표소 앞에서 많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투표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고 해요. “오늘은 참 아름다운 날이다. 다시는 무바라크처럼 인민들의 생활에는 관심이 없이 착취만 했던 그런 독재자가 없어야 한다”고 말하거나 “새로운 대통령은 인민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평양이나 청진, 남포 같은 도시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투표가 이뤄지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박성우: 내 손으로 직접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는 게 민주주의의 장점 중 하나지요. 독재국가에선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