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5일 북경에서 중국 수뇌부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이 후진타오, 즉 호금도 주석과 지난 25일 북경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는데요. 어떤 의제를 다뤘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20일부터 중국을 방문했는데요. 동북 지방을 둘러봤고, 항주까지 내려갔다가 북경으로 다시 올라와서 25일 호금도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으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걸 칭찬했고, 호 주석은 북한이 중국을 따라 배우려고 나서는 행동을 치하했다는 정도가 세계 언론에 보도됐는데요. 제가 보기엔 아무래도 중국으로부터 무상 경제지원을 받는 문제가 회담 의제로 가장 심도 있게 이야기됐을 것 같고요. 라선 지구 및 압록강 황금평 지구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지원을 받아내는 문제, 그리고 3대 세습에 대한 지지를 얻는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이야기됐을 것 같고요.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기 위한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할 것인지도 논의됐을 것이고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냉랭해졌는데, 중국 지도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가 회담에서 토론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이 지난 1년여 사이 세 번째 중국 방문이지요?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5월과 8월, 그리고 올해 5월, 이렇게 세 번 간 건데요. 외교는 다들 배워서 아시겠지만 호상성(상호주의)의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김정일이 중국에 한 번 가면, 호 주석이 평양에 한 번 오고, 이런 식으로 호상성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요. 중국의 국가수반은 1년 동안 한 번도 평양에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김정일은 세 번씩이나 중국에 가서 호 주석을 만났는데요. 이걸 외교적 결례라고 말합니다. 이건 좋게 말하면 실수이고, 나쁘게 말하면 굴욕적이고 사대주의적인 의미가 크거든요. 머리를 숙이고 갔다는 것이죠. 그만큼 긴급한 사정이 있느냐는 게 관심사인데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지요. 후계자는 어리고 경험도 없습니다. 경제는 회복될 기미가 없고, 식량은 부족합니다. 또 2012년에 강성대국을 해야 하는데, 특별히 잘 진행되는 것도 없습니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약간 굴욕적인 행동을 하는 거지요. 1년에 세 번이나 대국에 가서 지원을 요청한다는 건 사실은 기분이 안 좋은 이야기지요.
박성우: 후계자인 김정은의 동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단 방문자 명단에는 없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따라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나요?
고영환: 처음엔 세계 언론이 혼돈을 빚었습니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오보를 냈는데요. 그런데 이번엔 김정일이 단독으로 중국에 갔고, 김정은은 국내에 남은 게 거의 확실해 보이고요. 이전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외국에 나갈 때, ‘김정일 지도자가 국내에 있으니 나는 마음 놓고 외국 여행을 갈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김일성 주석이 이전에 후계자가 없는 상태로 외국에 갔을 때 쿠데타 시도가 한 두 번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김정일은 중국에 가서 일주일 넘게 다니고 있는데, 후계자가 집을 지키고 있으니 든든하다는 거지요. 둘째로는 아마 중국측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김정은을 데리고 가면 호 주석도 만나고 습근평(시진핑) 부주석도 만나야 할 텐데요. 중국 지도자들이 나이 어린 김정은 부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이 세계 언론에 비치는 걸 중국측이 약간 부담스러워할 수 있거든요. 이런 걸 고려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성우: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언론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언론이 모두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소식을 보도했는데요. 우리 청취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북한은 세계 사람들이 볼 때 매우 특이한 나라거든요. 북한은 ‘먹을 게 없다’면서 아프리카 나라에까지 찾아가서 식량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만들어봤자 크게 쓰지도 못할 핵무기를 만드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이제껏 ‘사회주의에서 우리가 모범이다’는 말을 해 왔으면서도,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김정일 위원장은 또 27세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나라에서 이렇게 삼대째 권력을 넘겨주는 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있습니다. 2000년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에 간 게 이번까지 여덟 번입니다. 중국에 갈 때마다 세계 사람들은 김정일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거든요. 그런데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할 것처럼 하다가 지원만 받아갔습니다. 이렇게 이상한 점들이 너무 많으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외국으로 한 번 떴다고 할 때마다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거지요.
박성우: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한 중국내 일반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고영환: 예전에 김일성 주석이 중국을 찾을 때나,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대 초에 중국을 갈 때 중국 사람들은 꽃다발을 들고 연도 환영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중국 사람들이 그런 걸 하지도 않고, 중국 정부가 그걸 시키지도 않을 정도로 민주화가 많이 이뤄졌어요. 이번에 중국 장춘에서 항주까지 내려가는 기차를 타고 가는데, 신변 문제 때문에 시속을 60-70km로 딱 맞추거든요. 이러다 보니 남방으로 다니는 수백 대의 중국 열차들이 못 다니게 된 겁니다. 인터넷에 난리가 났죠. ‘왜 어느 한 사람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기차에 앉아 기다려야 되느냐’는 거지요. 특히 북경에 있을 때도 김정일 위원장이 움직일 땐 도로를 통제했거든요.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의 차량은 빨리 움직였는데요. 하지만 다른 차량들은 움직이질 못했습니다. 버스도 안 다니고, 열차도 못 타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화가 많이 난 거지요. 인터넷을 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뭐 그리 대단해서 그가 올 때마다 길을 비켜줘야 하나’, ‘또 구걸하러 왔나’, ‘그 사람 보기 싫다, 제발 오지 마라’ 이런 말이 나오는 거지요.
박성우: 대형 상점에도 들렀던데요. 이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23일 항주에 있는 일용품 상점에 들렀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좀 있으면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모습을 담은 문헌 영화를 만들어야 할 텐데요. 김정일 위원장이 콩기름 병을 들어보는 모습 같은 걸 보여주면서 선전하겠지요. 외국에 나가서까지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는 거지요. 또 김정일 위원장도 실제로 관심이 있었겠지요. 진짜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박성우: 아마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