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는 시진핑에 고개 돌리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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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을 찾았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1박2일 일정으로 26일 서울을 찾았지요. 북핵 문제뿐 아니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과 정상회담 의제도 논의했는데요. 위원님은 어떤 점을 주목하셨습니까?

고영환: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에서 윤병세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의례 방문했지요. 6월로 예견되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 일정과 방문 의제를 토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가 주목한 점은 왕이 부장의 발언들입니다.

왕이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제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가까운 친척집을 방문하고 가까운 친구를 방문하여 아름다운 청사진들을 같이 그리고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죠. 박근혜 대통령도 왕이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면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장이 김정은 신체제가 섰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형제’라고 부르던 북한을 먼저 방문하지 않고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렇고, 그가 한국을 가까운 친척, 가까운 친구라고 부른 것도 정말 놀랍습니다. 60여년 전에 북한을 편들어 한국과 싸웠던 중국이 한국을 가까운 친척, 가까운 친구라고 부르는 것은 북한 외교관이었던 저로서는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가까운 친척인 한국과 미래 청사진을 같이 그린다는 의미는 정말 엄청납니다. 한국과 중국이 한반도 미래의 그림을 같이 그린다는 것은 핵문제를 넘어 한국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며 한중이 그런 과정들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논의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신대로, 시진핑 주석이 이르면 6월중 한국을 찾을 것 같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고영환: 복수의 한국 정부 소식통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에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서울을 방문한 것도 주된 목적은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에 앞서 주석의 방문 날짜와 방문 의제를 토론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6월 방한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시 주석이 온다면 주석이 된 다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것입니다. 시 주석은 2009년에 부주석의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먼저 방문하지 않고 서울에 먼저 오는 것에는 많은 정치 외교적 의미들이 있습니다. 사실 김정일도 정식 후계자로 된 후인 1980년대 초반 중국을 방문하였고, 중국 수반들도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2011년 12월 김정일의 사망 후 최고사령관에 오른지 3년이 다 되어 오는데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주석도 평양을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에 중국을 방문하였고, 두 정상은 3차례나 정상회담을 하였으며, 이제는 오는 6월에 중국 주석이 서울을 오게 되어 있는 것이죠. 시 주석이 서울에 오기 전에 평양을 먼저 방문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전에 피로써 맺어진 형제 국가라고 하던 북중관계가 한중관계보다 더 멀어지고 냉랭해지는 이유는 물론 중국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외교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작용할 것이며 시 주석의 방문을 전후로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중국의 이러한 직접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엄중한 후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최근 들어서 러시아나 일본, 그리고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들을 상대로하는 외교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중 관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최근 러시아 부총리의 평양 방문, 러시아 정부의 소방차 20대 증정, 몽골이나 스웨덴 등지에서 연이어 가진 북일 외무성 국장급 회담 등을 보더라도 북한은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과 교류를 많이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현 시기 한중 사이에서는 최고위급에서의 교류 등 여러 부문에서 부단한 교류와 관계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북중관계는 관광단이 오고갈뿐 정말로 차디찬 관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 일본, 중동 및 아프리카 나라들과의 외교를 강화하고 있는 데에는 외교적으로 중국에 외면당하는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 강화로 맞불을 놓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너무 의존되어 ‘중국의 예속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북한이 경제관계를 다변화하여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자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실제로도 북한이 무역 대상국을 다변화하려는 시도가 자주 보이고 있지요. 위원님,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26일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북중 간의 무역규모는 17억 9,9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18억 5,100만 달러 보다 2.8퍼센트 감소했습니다. 북중 무역규모가 지난해까지 매년 가파르게 성장세를 보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중국 세관총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액도 거의 없는 걸로 보도되고 있지요. 뭔가 특이한 움직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북중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 및 무역 의존 경향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이 최근 블럭불가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하였고, 리룡남 무역상이 지난 24일 러시아와 시리아 방문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지요. 이에 앞서 무역성 부상도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을 방문하였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들과의 외교관계 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북중무역 비중이 전체 비중에서 차지하는 몫이 89.1퍼센트에 달하고 있으며,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가 핵실험 등으로 더 악화되는 경우 북한 경제가 정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세계 2대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 북한과 수천리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을 러시아나 일본 등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일북관계 역시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있고, 러시아도 현재 여러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북한은 중국이 요구하는대로 핵무기 개발을 중지하고 북중 관계를 발전시켜 주민의 생활수준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외교관계와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죠. 최근에 북한 당국이 특히 일본의 조총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이건 왜 그렇다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북한이 최근 총련에 대한 애정을 또다시 표시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지난 24일부터 총련 제23차 전체대회가 도쿄에서 열렸는데요. 김정은이 여기에 축하문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9.9절을 맞아 김정은이 축전을 보낸 후 이번이 두 번째이죠. 김정일은 조총련에 직접 축전을 보낸적이 없었습니다. 로동신문도 총련이 북일관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정일은 총련에서 들어오던 헌금이 줄어들면서 총련에 대한 관심을 접었던데 비해 김정은이 이렇게 총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무래도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가 재일교포인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김정은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총련에 대한 이야기,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라서 일본과 총련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것 같고요. 그래서 총련과 일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유달리 큰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처해 있는 대외관계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인 듯한데요. 총련 출신인 모친의 영향을 받아서 김정은 제1비서가 일본과 총련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하셨습니다. 이같은 태도가 북한과 일본의 관계 회복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