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의 고위급 관료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일반적 국가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일반적 국가관계”라고 불렀다는 소식이 한국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됐는데요.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27일 중국을 다녀온 새누리당의 유기준 최고위원이 밝힌 내용인데요.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난 왕자루이 부장은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일반적인 국가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북한을 자주 다녀오고 김정일 위원장과도 친한 사이였던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 부장이 한 발언이어서 더 충격적입니다.
중국과 북한 두 나라는 서로를 “순치의 관계”, “피로써 맺어진 특수 관계”라고 그 동안 말해왔는데, “일반 관계”라고 부른 것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일반적 관계란 북한이 라오스 같은 나라와 맺는 관계를 뜻합니다. 그러니 중국과의 관계가 “순치”의 특수 관계에서 일반적인 관계로 바뀌었다는 의미이지요.
북한이 핵실험을 한 후 북중 관계는 빠르게 냉각되어 왔습니다. 중국은 세관 검열을 강화하고, 중국 내 북한 은행들의 계좌를 폐쇄하고, 지원 규모를 줄이는 등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형제 국가, 의지하는 마지막 언덕이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은 중국과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를 빨리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입을 피해는 더 커지고, 북한 주민들이 할 고생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박성우: 연관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최룡해가 김정은의 친서를 시진핑 주석에게 전달했고, 그 내용은 북중간 정상회담을 기대한다는 것인데, 시 주석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화권 언론의 보도이고, 아직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게 사실일 경우 파장이 클 것 같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22일 최룡해가 중국에 김정은의 특사로 갔다가 24일 귀국했지요.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특사가 갔는데 시진핑 주석은 최룡해가 중국을 떠나기 직전에야 만나주었습니다. 원래 특사가 가면 당일 혹은 그 다음 날 만나 주는 게 정상인데, 떠나기 직전에 30분만 만나 주었고, 만나주자마자 최룡해가 베이징을 떠난 겁니다.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북한과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이고, “형제 국가”라고 하였고, 권력 서열 2인자가 갔는데, 꼬박 3일 동안 애를 태우다가 마지막 순간에 만나 줬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죠.
또한, 중화권 신문인 ‘둬웨이’에 의하면, 김정은이 친서에서 9월경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하였는데, 시 주석은 “알았다”고만 대답하고 방문 요청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외교관이었던 제 경험에 의하면, 어느 정도로만 답변을 해줬어도 북한 신문은 ‘시 주석이 김정은 제1비서를 중국으로 초청하였다’고 쓰겠는데, 그런 소리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이것은 시 주석이 김정은의 방중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시진핑 주석이 수차례나 최룡해에게 북한이 핵을 포기하라고 경고하였다는 점입니다. 최룡해는 김정은의 허락이 없는 상태로는 시 주석의 비핵화 요구에 답변할 수 없었을 것이고, 다만 중국 측의 압력 때문에 6자회담에 참가하겠다고 대답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은 이미 2009년부터 “6자회담은 폐기되었다”고 공언하여 왔는데, 결국은 자신들이 친 큰 소리를 슬그머니 거둬드리고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중국은 기필코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할 작정이고요. 북한이 핵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북중관계가 계속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내부 소식을 좀 다뤄보지요. 북한 군 수뇌부에 대한 인사가 너무 자주 있는 것 아니냐, 이런 평가가 한국 언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계산을 해 보니, 두 달에 한 번 꼴로 수뇌부를 물갈이 했다는 내용인데요. 위원님은 그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가 된 2009년 1월 이후 총참모장은 5회, 인민무력부장도 5회 교체됐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차수가 되었다가 대장으로 내려오고, 대장이 다시 차수가 되고, 이렇게 아주 정신이 없는 모습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 조명록 총정치국장은 죽을 때까지 총정치국장을 하였고, 다른 장령들도 한 번 임명되면 10년, 20년 이상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김정은이 올라 와서는 두 달, 석 달 만에 한 번씩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이 바뀌고 있습니다. 본인들도 경황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김정은 시대가 김정일 시대보다 비교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입니다. 김정일 때는 군 간부들이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해 자리를 잘 지켰는데, 지금은 군 간부들이 충성을 바치지 않고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김정은이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자주 바꾸는 것이죠. 군의 최고 간부들을 자주 바꾸면 그만큼 군 조직이 흔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체를 자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군부가 안정되지 못하고, 그러니 자주 교체하여 충성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가슴 아픈 일도 하나 있었지요.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측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파악되고 있고, 그래서 김정은 지도부가 탈북자에 대한 대처 방안을 강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을 떠나 중국을 거쳐 라오스까지 가다가 라오스 국경에서 경찰에 잡혀 있던 탈북 청소년 9명, 그렇게도 한국에 오고 싶어 하던 그 어린 9명이 지난 28일 북한 보위부 요원들에 의하여 평양으로 강제 압송됐습니다. 북한이 비행기까지 동원하여 탈북자들을 잡아 간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나이 어린 9명을 잡겠다고 보위부 요원들을 라오스까지 파견하고 탈북자들을 비행기까지 동원하여 북한으로 끌고 간 북한의 행태에 온 세계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는 세계 나라들과 국제기구들을 통해 이번 압송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정은이 통치자가 된 후 탈북자들에 대한 통제와 유인, 그리고 국경 경비를 대폭 감화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 “탈북자들은 가겠으면 가라”고 하던 때와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김정은이 왜 이렇게 탈북자들을 가혹하게 대할까? 저도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요. 저는 김정은 자신이 탈북자 가족이기 때문에 더 이러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정은의 이모 고영숙은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외삼촌도 구라파로 망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맏아들인 김정남도 해외에 머물면서 북한으로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온집안이 탈북자들인 셈입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에게 더 심하게 구는 것 같습니다. 또한 탈북자가 늘어나 한국에 와서 잘 살고 있으니, 이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탈북하면 체제가 그만큼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김정은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한 어린이들을 비행기까지 동원하여 다시 끌고 들어가는 것은 세상에 없는 일입니다. 세계가 지금 탈북자 문제에 대한 김정은 체제의 움직임을 낱낱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민주당은 다른 정당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북한에 좀 더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민주당 지도부가 북한에 쓴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야당인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가 지난 27일 “북한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욕감을 느낀다. 남과 북이 서로 상대방 정상에 대해 최소한 상호 존중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정권을 잡은 당은 여당, 집권하지 못한 당은 야당이라고 하지요. 현재까지 야당인 민주당은 대체로 북한 지도부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고, 실제로도 북한 지도부를 잘 비판하지 않았는데, 이례적으로 북한을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저는 야당까지도 현재 북한 지도부의 정책을 비판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그래서 민주당이 북한 인권 문제 등에서 통상적인 세계적 흐름을 따르기 시작한 것으로 봅니다. 결국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야당까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북한이 좀 상대방을 존중하는 점잖은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민주당이 왜 북한에 쓴소리를 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북측이 좀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