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선군정치가 자연재해의 근본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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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서해안 지역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고 북측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가뭄 피해가 심각한 듯 한데요. 먼저 이 질문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은 거의 매년 자연재해를 입잖습니까. 같은 문제가 항상 반복된다면, 이건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실장님은 그 원인을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서해안 지역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고 연일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도 북한의 전역이 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지요. 북한은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피해를 매년 동일한 방법으로 입고 있고, 그럼으로 인해 농업 생산량이 떨어져 인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체제 운영에서 선후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나라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민의 의식주 생활이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가 중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 지도부는 경제에는 관심이 없고, 군대와 군사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경, 즉 경제를 우선시해야 하는데 선군, 즉 군대를 앞장세우니 나라의 살림살이는 거덜나고 인민은 굶주리는 거지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농사를 잘 짓고 자연재해를 미리 막으려면 양수기, 양수관, 모내기 기계, 뜨락또르(트랙터), 타이어, 휘발유 등의 생산과 공급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미사일 만들고 핵무기 만들고 방사포 만들고 1백만 군대를 움직이는데 북한 재력의 거의 모두를 쏟아부으니 가뭄 및 장마 피해를 막기 위한 데 쓸 돈은 아예 없다시피 한 거지요. 그러니 자연재해가 오면 막을 길도 없고, 농사도 안 되고, 그래서 식량도 모자라는 겁니다.

북한 사람들은 겨울에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그리고 밥을 지어 먹기 위해 산에 올라가 나무를 찍어 연료로 쓰고, 나무들을 태워 화전밭을 만듭니다. 그리고 국가도 밭 면적을 늘린다면서 가파른 산이나 언덕에 있는 나무를 베고 밭을 만듭니다. 그러면 민둥산이 되고, 비가 많이 오면 흙이 쓸려 내려가 강바닥이 높아집니다. 이후 조금만 비가 많이 와도 물이 넘치는 홍수피해를 입게 되지요. 그러니까 북한에는 농사가 잘 안 되는 요인이 다 있는 겁니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박성우: 북측 매체가 가뭄 상황을 상당히 자주 보도하는 것 같던데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이번 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올해 북한 농사가 잘 안될 것은 뻔하고, 식량이 모자라면 주민의 불만이 커지겠지요. 그러니 ‘농사가 잘 안 되는 것은 국가의 농업정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가뭄 등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미리 인민들에게 말해 두는 거지요. 그렇게 해서 지도부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걸 막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자연재해 상황을 미리 상세히 보도하여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식량지원을 받아내고자 하는 사전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농사가 자연재해 때문에 잘 안 된다, 그런데 식량이 없으면 북한 내부가 불안해진다, 북한 내부가 불안해지면 우리는 핵실험을 하든지 대남 군사도발을 하든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보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식량을 지원하라, 이런 신호인 셈이죠.

박성우: ‘핵’ 이야기를 잠시 언급하셨는데요. 북한은 ‘핵 보유국’이라고 개정헌법에 명시한 걸로 최근에 보도됐는데요. 왜 이랬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달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였고, 개정 헌법의 서문에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다고 명시했습니다. 북한은 2차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계속 주장해 왔으나 이번처럼 헌법에 명기한 것은 처음입니다. 북한은 김정일이 사망한 후 그의 가장 큰 업적이 ‘핵보유국으로 나라를 만든 것’이라고 하여 왔고, 그래서 이게 크게 놀라운 사실은 아닙니다. 그러나 헌법 자체에 명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강력하고,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김일성 주석은 살아 있을 때 “조선반도는 반드시 비핵화되어야 한다”고 수십차례 발언하였고, 저도 북한 외교부에 있을 때 그런 교시를 여러번 들었습니다. 김정일도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하면서 그 뜻을 계속 지킬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정일이 사망한 후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를 한 거지요.

이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도 지키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키지 않을 것이며, 김정일의 지시도 어기겠다는 뜻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계자라고 하는 사람이 김일성의 유훈과 교시, 그리고 김정일의 지시 모두를 거스른 셈인데, 이러면서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북핵 6자회담 합의들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어겨버리면 그 어떤 나라가 북한을 신뢰하겠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보면 북한의 새 지도자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요즘 김정은의 관심사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통일부가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공개 활동을 종합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김정은은 총 214회의 활동을 하였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총 53회의 공개 활동 중에서 장례 행사를 제외한 24건 중 군부대 시찰이 22건으로, 대다수 공개 행사가 군부대 방문이었습니다. 이때 그의 관심은 군대를 다독이고 자기의 집권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지요.

4월 15일 행사들이 끝난 후인 4월 16일부터 최근까지 김정은의 공개활동 중 경제 관련 활동은 전시기보다 3건 늘어난 5회로 나타났습니다. 아직도 군대 관련 방문이 많기는 하지만 경제관련 방문이 조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지요. 이는 이제는 김정일 사망 직후보다 자신의 권력이 조금 더 튼튼해져서 안심하고 있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요. 이제부터는 경제에도 관심을 가지겠다는 뜻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방문한 경제 부문이라고 하는 것이 만경대 유희장, 능라 인민 유원지, 평양 동물원 등이었습니다. 생산 시설이 아니라 먹고 노는 곳이었다는 거지요. 저는 지도자가 공장이나 농장 그리고 수도보다 더 어려운 지방에 많이 다니면서 인민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최근 김정은의 경제 관련 활동은 유감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박성우: 이제 6월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항상 6.25 전쟁이 떠오르는데요. 관련해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역사학자 21명이 최근에 공동으로 펴낸 역사책에서 한국 전쟁은 ‘남침이 확실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기술했다면서요?

고영환: 네, 저도 그 내용을 봤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북한의 편에 서서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이에 동의하고 역사 교과서를 같이 만들었다는 거지요. 소련 붕괴 후 외교문서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거기에 보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게 나오는데요. 이번에 이런 공동 교과서가 나오는 걸 보면 역사는 그 누구도 영원히 왜곡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진리는 반드시 밝혀진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어느 누구도 왜곡하거나 감출 수 없는 거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