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완화 국면 전환은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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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목요일에 북측이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몇시간 뒤 남측은 ‘남북 장관급 회담을 12일 서울에서 갖자’고 역제의했습니다. 위원님, 대화를 위한 분위기는 조성되고 있는 듯 한데요. 그 배경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지난 2월말과 3월부터 한국과 마치 전면전을 벌이려는 것처럼 한국을 비난하고 공격하던 북한이 지난 6일 그야말로 파격적인 대남 회담 제의를 했습니다. 장소와 날짜도 한국이 정하라고 했고, 한국이 가장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 중 하나인 이산가족 상봉도 의제로 제의하는 등 불과 두 달 전의 북한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돌연히 변한 것에 상관하지 않고 ‘6월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하자’면서 북한의 제의를 수 시간 안에 수용하는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갑자기 회담을 제의하고 나선 것은 최근 동북아시아의 상황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 합니다. 지난 5월초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여 미 의회에서 상하원 연합 연설을 하는 등 한미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고, 미국에서 6월 7일과 8일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회담을 가지는데, 여기서 북한의 핵 문제가 가장 중심적인 의제로 토의될 것 같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고 있고, 또한 6월 하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만나 회담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 사이에는 삼각 공조가 실현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북측으로서는 북한이 빠진 채 북한 문제를 토의하는 삼각 공조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하였다가 냉대를 받고 돌아가는 등 북중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듯합니다. 아마 역사상 한국 대통령이 새로 된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북한보다 먼저 가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입니다. 또한, 유엔 제재가 심화되고 북한의 무역이나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북한의 장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남북대화 제의의 배경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 없다”는 게 한국 정부가 최근에 자주 강조해온 말입니다. 그렇다면 성과를 내기 위한 대화는 어떤 형식으로, 어떤 의제를 갖고 열려야 한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남북관계가 북한의 도발 중지와 대화 제의로 일단 긴장완화 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 문제에서 핵무기가 핵심으로 되어 있고,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3월 전원회의에서 당의 기본노선으로 정한만큼 비핵화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개성공단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지난 4월 개성공단에서 일방적인 통행 제한 조치를 취하였고 북측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로의 합의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북한에 투자하겠는가”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이 4월과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한국 기업이 손실을 입은 것을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개성공단을 다시 돌리자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난관이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회담을 해 보면 상대측이 진정성을 가지고 회담에 나오는지, 아니면 시간을 끌고 유엔 제재를 피해가며 중국과 미국에 ‘우리는 회담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단순하게 보여주려는 의도인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남북 회담의 성과나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이 비핵화에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이는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만일 북한이 비핵화는 하지 않고 유엔 제재를 빠져 나가는 수단으로, 그리고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받는 수단으로 남북대화를 할 생각이라면, 이는 세계가 북한을 둘러싸고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북한은 진정성을 갖고 남북 회담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지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측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하면서부터 북한의 전례 없는 협박과 위협을 받아 왔는데요.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추호도 흔들리지 않고 신뢰 프로세스라는 일관된 대북 정책을 전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되 한국이 내민 대화의 손을 북한이 주먹으로 대하지 않고 선의로 맞잡으려 한다면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시종일관한 정책을 펴왔습니다.

사실 정책이라는 것이 왔다갔다하면 상대측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뚝심 있는 대북 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대북 신뢰 프로세스 정책은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한국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가장 잘 된 정책 중 하나로 손꼽았습니다. 북한의 전례 없는 강력한 도발에도 꿈적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한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죠.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 미국 등 한반도에 영향력이 큰 대국들과의 외교를 잘 펼쳐서 한국 미국 중국이 삼각공조를 형성한 것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끈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지요. 지난 주에는 한국과 중국의 군사회담이 열렸는데요. 눈에 띄는 점이 많았다면서요?

고영환: 지난 4일부터 한국의 정승조 합참의장(북한군의 총참모장에 해당)이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군 총참모장 등 중국군 수뇌부를 만나 회담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번 방문시 한국군 합참의장이 한국군의 군용기를 타고 중국 영공을 날아가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것인데요. 사실 관계가 좋지 않으면 상대방 군용 비행기가 자기네 영공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아직 북한 군사 대표단이 중국에 들어 갈 때 북한군 비행기를 이용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건 6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군과 중국군은 서로 싸움을 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고 북한군과 중국군은 같이 싸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민항기를 타고 중국에 들어가고 한국 합참의장은 군용기를 타고 중국에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더군다나 한국 합참의장은 지난 5일 중국 군대가 제공한 군용기를 타고 산동성 청도에 있는 중국 북해함대 사령부를 방문하여 함대 작전처를 참관했습니다. 중국 측이 해군의 심장부인 작전처를 한국군에 공개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중국군 총참모장과 한국군 합참의장은 회담에서 한국군과 중국군 사이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양국군 수뇌부 사이에 직통 전화를 설치하며, 양국군 총참모부 사이에 전략 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양국군 지휘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고, 나라 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양국 관계라는 것은 제가 외교관 출신이라서 좀 아는데요. 항상 평소에 잘 관리하고 호상 이해를 다지고 발전시켜야지 이해관계에 따라 필요하면 찾고 거추장스러우면 걷어차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은 왜 중국마저 북한을 배척하는지 그 원인을 잘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는 철책내 최전방 초소를 방문했다고 북측 매체가 크게 보도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김정은이 지난 2일 오성산 최전방 초소들을 방문했다고 북측이 보도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도 북한의 지도자가 군사분계선 근방의 초소를 방문한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이 같은 행동에는 김정은이 젊지만 담력이 있고 배짱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김정은이 강원도 일대를 자주 찾고 있고, 마식령 스키장 건설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김정은의 모친인 고영희가 일본에서 북한으로 들어갈 때 원산을 거쳐서 귀국하였고 생전에 원산 특각에 자주 머물렀던 것과 연관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최전방 초소를 돌아다니는 김정은의 속내가 복잡하지 않을까 추정해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