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이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기념 행사에서 두번째 대중 연설을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두번째 대중 연설을 했는데요. 이번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고영환: 지난 6일 김정은 1비서가 소년단 창립 66돌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 김일성 주석 생전에 넥타이를 매고 소년단원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려 한 걸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당대표자회 때 처음 대중들에게 나서면서 거의 70여년 전 김일성의 얼굴 모습과 머리 모습을 흉내냈는데, 이는 북한 당국이 김정일에 이어 3대 세습을 안착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첨부하면, 김정은은 연설 말미에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새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으라’ 하고 구호를 외쳤는데, 이것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이 있으라’ 하고 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에게서 좋아 보이는 것은 모두 따라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김정은은 또 연설에서 ‘우주로켓이 하늘을 날고, CNC 기계바다가 펼쳐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라고 말하였는데, 이를 보며 마음이 찹찹했습니다. 우주로켓은 4월 13일 발사하자마자 떨어지고, CNC 기계는 얼마 되지도 않는 량을 만들어 놓고 ‘기계바다’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얼마나 현실에서 유리되었는지, 혹은 주민들을 속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메터입니다. 자신만의 계획이나 미래설계가 없이 주민들 속에서 아직 인기가 있는 김일성의 영상을 빌려오고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따라 북한을 통치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이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자주 하는 것 같은데요. 왜 그렇다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북한은 6월 1일 국제아동절부터 6일 소년단 명절에 이르기까지 전국 도처에서 수많은 정치행사들을 벌였습니다. 6일에는 김일성 경기장에서 4만명이 넘는 소년단원들을 모아 놓고 경축행사를 벌였지요. 그 전 아동절날에도 큰 행사들이 벌어져 북한 전국이 아이들 천지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고 외교관 생활을 하였는데, 이런 정치 행사를 한 번 진행하는데 정말로 큰돈이 들어 간다는 걸 압니다. 집단체조나 경기장 행사 등을 준비하려면 6개월, 8개월, 지어 1년 이상씩 준비를 하는데, 학생들이 공부도 못하고 뙤약볕 아래서 고생을 하면서 행사 준비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입니까.
저는 북한이 정주년도 아닌데 이렇게 큰 정치행사들을 6월 1일부터 8일까지 벌리는 이유는 4월의 정치행사들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없이 끝나 사람들이 허무해 하고 좌절하는 분위기가 사회에 넘치니 이런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동심을 이용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전인민에게 심어 주고, 어린이들을 김정은의 후비대 돌격대로 양성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중 관계와 관련해서 ‘환구시보’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중국 정부는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 국가라고 명시하는 걸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이 실렸지요?
고영환: 북한은 지난 4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다고 명시했지요. 이를 두고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신문인 환구시보가 ‘중국은 마땅히 북한이 핵보유를 헌법화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의 행동을 중국이 공개적으로 비판할 필요가 있고 핵보유의 헌법화를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취하고 있는 위험한 움직임들에 대해 매번 공개적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중국의 신문이 이렇게 북한 핵보유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은 이미 수차례 있었으나, 이번처럼 중국 정부에 촉구하는 사설을 실을 정도로 나온 것은 이례적입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는 최근 출판된 뉴욕타임스(NYT) 데이비드 생어의 저서 “직면과 은닉”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직후인 2009년 초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북한이 그해 5월 25일 핵실험을 하였고 이에 당황한 미국 정부가 중국측에 북한을 제어해 줄것을 요청하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접촉한 중국측 고위 간부가 “우리도 이 미친 김씨들(crazy Kims) 통제가 안된다”고 발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중국 고위간부가 북한 지도부를 ‘미친 김씨들’이라고 표현한 건 굉장히 이례적이죠.
이런 일들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이웃이며 강대국인 중국이 내심 북한 지도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경고를 계속 무시하다가는 정말 큰 일을 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핵문제와 관련해서 미얀마(버마) 정부는 ‘이미 모든 핵 개발 활동을 중단했다’고 밝혔지요?
고영환: 미얀마의 흘라 국방장관이 지난 2일 ‘이전 정부에서 핵기술 연구를 시도한 적이 있으나 중단했으며, 앞으로 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미얀마가 과거 북한과 정치 군사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왔지만 우리는 개방 정책을 취하면서 북한과 모든 관계를 정리하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얀마 정부가 개방 정책을 취하기 이전 미얀마에 무기와 군수품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미얀마는 개방 정책을 취했고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하였지요. 외국자본과 기술이 들어오자 현재 미얀마 인민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방 정책을 취해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미얀마 정책을 북한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오랜만에 이집트(애급) 소식을 좀 전해 주시죠. 무바라크에게 사실상 종신형이 선고됐지요?
고영환: 애급에서 30년동안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자신을 ‘민족의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면서 애급을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애급 법원에서 25년 형의 징역을 선고 받고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무바라크의 죄목은 지난 1월과 2월 애급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때 총을 쏘아 시위를 진압하라고 명령하고 애급 시민 850여명을 사망케 한 살인죄입니다. 지금 그의 나이가 84세이니 25년형이면 종신형이나 마찬가지이지요.
무바라크는 이스라엘과 중동전쟁을 할 때 공군 사령관으로 이름을 날렸고 그때부터 무바라크와 김일성 두 사람은 친한 관계 유지했지요. 그런데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94년에 죽었고, 이제 무바라크는 25년형을 받았습니다.
절대권력은 부패하고 결국은 무너진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입니다. 지난해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고 그 불길이 중동 전 지역에 퍼져 많은 독재국가들이 무너졌지요. 이제 무바라크는 감옥에서 죽는 날을 기다리는 한 명의 죄수에 불과합니다. 역사는 독재자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진리가 증명된 셈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