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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의 국방장관이 이례적으로 북한을 상대로 경고성 발언을 내뱉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국방장관이 한 말인데요. “또 연평도 같은 사건이 터지면 돕지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발언의 대상은 북한이었습니다. 실장님, 왜 이런 발언이 나온 겁니까?
고영환: 지난 6월5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세아 안보회의에 참가했던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이 회의에서 한 연설의 내용입니다. 연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중요한데요. 공식 회의에서 하는 연설, 기자회견에서 하는 발언, 그리고 사석에서 하는 말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고요. 량 국방부장은 연설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하고 있는 일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중국은 북조선에 대해 어떠한 모험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식 대표단 단장의 이름으로 공식 국제회의에서 형제 국가라고 부르는 북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설 내용 그 자체만 분석해 본다면, 지난해 북한이 한국 영해에 몰래 들어와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영토인 연평도에 포사격을 가해서 사민(민간인)까지 사망하게 한 중대한 군사적 도발을 일으킨 점을 중국이 알고 있고, 이를 범죄로 인정하고 있고, 또 앞으로 이러한 군사적 도발을 다시 한 번 북한이 일으켜서 문제가 생기면 중국은 절대로 북한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 초대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 군대의 최고 책임자가 한 말이니까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게이츠 국방장관은 ‘북한을 흔들 생각이 없다’는 발언을 했지요?
고영환: 같은 회의에 참가한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한 말인데요.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에 관심이 없고 북한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덧붙여서 게이츠 장관은 ‘미국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우려는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장 고조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게이츠 장관의 이 발언을 보면, 북한이 삼대 세습을 하든, 김정일 위원장이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든, 미국은 이런 데 관심이 없다는 걸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요. 다만 북한이 도발을 일으켜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키고,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 같은 건 단호히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또 미국과 중국은 세계 2대 초대강국이죠. 이 두 나라의 군대 총책임자들이 하는 경고이니 북한이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현충일을 맞이해서 이명박 대통령도 북한을 상대로 한 마디 했습니다. 북한을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이끌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실장님, 이 발언은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에서는 6월6일을 현충일이라고 부릅니다. 현충일은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키려고 싸우다가 희생된 열사를 추모하는 날이고요. 공휴일입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기념 연설에서 이야기한 건데요. ‘북한은 대결과 갈등의 길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고 일관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정전협정 이후 굉장히 큰 사건이 두 개씩이나 일어났는데요. 이런 군사적 도발을 북한이 하지 말고, 민족 공동의 이익과 번영, 그리고 평화를 위한 길로 정책 전환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그리고 한국은 북한이 남북 대화나 협력에서 진정성만 보인다면 충분히 도와줄 것이고, 이를 위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한 동포가 다른 동포에게 한 발언인 만큼,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요즘 들어서는 인내심이 참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유엔의 수장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지난 6일 연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반 총장의 연임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북한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에서 외무장관을 지내다가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나서서 당선된 반기문 총장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고요. 다시 4년간 더 하겠다는 재선 의사를 밝혔는데요. 많은 나라들이 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6일 유엔 본부 식당에서 반기문 사무총장과 유엔 내 아시아 나라들의 회원국 대사 53명의 동석 식사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북한의 신선호 유엔 주재 대사가 참석했는데요. 제가 잘 아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신 대사가 반기문 총장에게 다가와서 ‘우리는 총장님의 재선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렇지만 오늘 공개 지지 연설은 안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게 보도된 내용입니다. 이는 북한이 남한 사람인 반기문 사무총장의 재선을 공식 지지한다는 의미가 있고요. 왜냐면 동족인 한국 사람이 사무총장을 하게 되면, 한반도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래도 한반도 전문가인 반 총장이 북한에 이로운 결정을 내려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박성우: 지난주에는 탈북자 사회에 아주 좋은 일이 하나 있었지요.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장에 북한 출신인 조명철 박사가 임명됐습니다. 이게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조명철 박사는 17년 전 탈북해서 한국에 정착한 분이고요. 북한에 있을 때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거기서 준박사(석사)를 하고 교원도 하다가, 중국에 가서 박사 과정을 하던 중 북한의 폐쇄 정책에 환멸을 느껴서 한국으로 온 분이고요. 한국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가 지난 8일 통일교육원장에 임명돼서 통일부 장관에게서 임명장을 받았는데요. 통일교육원장의 직급을 북한식으로 말하면, 딱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당중앙위원회 과장이나 교육성 부상 같은 높은 자리인데요. 지금 한국에 온 탈북자 수가 2만 명이 넘거든요. 이들이 이 사건을 굉장히 반기고 있고 크게 축하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적응을 잘한다면 고급 간부로까지 승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탈북자들에게 준 겁니다. 한국에서도 차관급이면 굉장히 높은 자리이거든요. 더 나아가서 뒤에 있는 북한 인민들에게도 희망을 준 사건이라고 생각하고요. 한국 사회에서도 이 사건을 굉장히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는 어떤 형식으로든 남북의 통일은 꼭 이뤄지리라고 생각하고요. 통일이 되면 남과 북 모든 사회를 경험해 본 탈북자들이 남북 통합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하고, 또 그런 역할을 누릴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 박사는 개인적으로 제 친구이기도 한데요. 임명된 걸 알게 된 즉시 전화를 걸어서 축하한다고 했는데요. 이 기회를 빌려서 다시 한번 그의 승진을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이제 탈북자 중에서 시의원도 나오고 국회의원도 나오고 해야 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으냐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