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지도부의 임의적이고 독단적인 일 처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한 이래로 건물을 지었다가 허물고 다시 짓는 일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북한에서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지난 1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출연해 "구글 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이 평성시에 스케이트 공원을 완공한 지 1년 만에 같은 자리에 영화관을 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3년 10월 위성사진에는 물놀이장, 스케이트 공원, 김일성화 전시장 등이 건설 중이었다"면서 "그런데 1년 뒤인 2014년 10월에는 같은 장소에 입체율동영화관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멜빈 연구원은 "입체율동영화관 건설은 평양, 사리원, 강계, 청진 등 9개 도시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새로 지은 스케이트 공원은 최소 44개이고 스포츠 공원도 최소 15개에 달한다"면서 "이를 모두 합하면 최소 100개는 넘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종합해서 보면 김정은이 북한 각지에서 최소 100여개의 대상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자원과 인력의 낭비를 하였다는 소리인 것입니다. 김정은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음에 내키는 대로 결정을 하면서 귀중한 국가의 자원과 외화, 노동력이 마구 낭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도 김일성 주석이 건설한 것을 까부수는 일은 하지 않았는데 김정은은 김정일이 한 것까지 허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전 사회주의 나라들에서도 당과 국가의 지도자들은 정치국 결정에 따라 여러 전문가들과 책임일꾼들의 토론 끝에 결정을 내렸는데 현재 김정은은 옛날 봉건왕조처럼 독단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건설도 하고 국가경영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 밑에서 그의 마음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북한 일꾼들과 인민들이 참으로 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북한에서는 어느 누구도 김정은의 결정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건데요. 아마도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이겠죠. 고위급 간부들이 김정은과 함께 걸을 때 절대로 앞서 나가지 않으려 한다면서요?
고영환: 북한군의 1인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김정은보다 앞서 걷다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중앙텔레비전에 방영됐습니다. 이 모습은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숙청 시점으로 추정되는 지난 4월 30일 인민군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장에서 포착됐습니다.
중앙텔레비전은 지난 7일 '인민군대 사업 현지지도'란 제목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는데 이 영화에서 황병서는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김정은을 따라가다 자신이 김정은보다 한 걸음가량 앞서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깜짝 놀라 황급히 네 걸음 가량을 걸어 김정은의 뒤로 몸을 뺐습니다.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집권 초인 2012년 당시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숙청된 이유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 김정은과 비슷한 줄에 섰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국정원은 현영철이 지난 4월 말 숙청된 이유 중 하나로 군 훈련일꾼대회에서 졸고 있는 불충스러운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013년 말 처형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도 김정은이 참석한 공개 행사에서 ‘건성건성’ 박수를 쳤다는 것이 국가안전보위부가 발표한 죄목 중 하나로 거론됐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간부들이 김일성, 김정일과 비슷한 거리에서 걷는다고 하여, 혹은 회의에서 존다고 하여 총살하지는 않았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와서 간부들이 김정은 앞에서 존다고 하여, 박수를 건성건성 친다고 하여 총살되고 있는데, 이는 나이가 젊은 김정은이 간부들이 자신을 조금이라고 얕본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총살하고 숙청할 정도로 권력기반이 약하고 불안하며 북한 사회가 경직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고위 간부들이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으니 일반주민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박성우: 이런 와중에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살 나이에 ‘현지 시찰’을 했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공개됐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중앙TV는 지난 7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달 신창양어장 현지지도를 하는 모습의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신창양어장은 제810군부대 산하 양식장입니다. 문제는 이 영상에 등장한 대형 비석에 김정일이 1998년 4월19일 방문했다는 사실과 함께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04년 7월11일을 비롯해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김정은의 후계자 지명 훨씬 이전의 '현지시찰' 기록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비석의 기록이 사실이라면 1984년생인 김정은이 스무살 무렵 이미 현지지도를 다녔다는 뜻이 됩니다. 김정은이 2010년 9월 당대표자회에서 후계자 지위를 공식화했으니 최소한 6년 전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당시는 김정은이 1998년 스위스 유학에서 돌아와 국내에 머물던 시절입니다.
이 비석을 보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째는 2000년대 초 고영희가 김정은의 형 김정철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였으나 김정일이 ‘다시는 후계자 얘기를 하지 말라, 내가 아직 젊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하던 바로 그 시기이고, 따라서 북한이 이 비석을 가짜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요.
둘째 가능성은 김정일이 이 장소에 자신의 아들들을 데리고 갔던 것은 사실이나 후계자로 데리고 갔던 것이 아니라 바람 쐬러 가면서 데리고 갔을 수 있는데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김정은이 후계자로 되면서 새롭게 비석을 세웠을 수도 있는 것이겠죠. 어찌 되었든 북한이 이 비석을 공개한 것은 김정은이 비록 젊지만 경험이 있고 김정일 후계자로서 정통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시들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4일에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평안남도의 한 여성은 지난달 31일 가디언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의 인기는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수년 안에 고위급 관리 수십 명을 처형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에는 희망이 없다고들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학생들 사이에선 김정은처럼 스포츠형 머리스타일을 한 학급 친구에게 김정은의 신경질적인 태도를 빗대 '깡패'라고 부르며 놀리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습니다. 외신들이 북한 주민들과 몰래 통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고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을 ‘깡패’라고 하는 것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김정은이 주민들에게서 버림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박성우: 김 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져서 그런가요? 흰 머리가 많이 눈에 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9일 ‘조국해방전쟁 사적지’를 현지지도했다고 북한이 보도했고 이 내용이 노동신문에도 사진과 함께 실렸습니다. 그런데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사진을 보면, 김정은의 오른쪽 위 머리카락 부분이 하얗게 센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 하였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것은 흰머리 때문이 아니라 헤어젤(포마드)로 인한 착시 현상으로 보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이 상당히 떡이 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헤어젤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한국언론이 김정은의 머리모양까지 신경 쓰는 것은 북한이 1인에 의한 통치체제이고 따라서 그의 건강상태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체중이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고 흰머리가 나온 것처럼 보이니 그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북한체제를 하도 이상하게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박성우: 오늘도 지난 한 주 동안 있었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봤는데요. 항상 그렇지만 좋은 이야기, 긍정적 평가는 하나도 없습니다. 북한의 오늘을 반영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