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북 근로자 대남 인식변화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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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이 처음으로 진출합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올해가 개성공단 10주년이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 절차가 시작된 게 10년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외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됐다는 소식이 있었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지난 10일 한국의 통일부는 독일의 섬유기계용 바늘 생산기업인 ‘그로츠베커르트’가 개성공단에 영업소 형태로 진출하겠다고 신청을 하여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업체 외에도 독일의 신발 생산기업, 러시아의 수산물 가공기업, 중국의 인조손톱 생산기업 등 세 곳이 개성공단에 생산설비를 지어 입주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 왔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이들 세 곳의 기업은 개성공단의 일일 상시 통행 문제만 해결되면 바로 입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지요.

남북한은 지난해 9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몇 가지 발전적인 정상화 방안에 합의하였으나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인들을 개성공단에 초청하여 투자 설명회를 하자고 하였으나 무산되었고, 하루 단위의 간편한 통행을 위한 전자출입체계를 도입하기로 하고 그 첫 단계로 전자 설비를 설치하였으나 아직도 통행절차 간소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이러한 작은 행정적 문제들만 해결되어도 개성공단은 많은 발전이 이뤄질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에 독일 기업이 개성공단에 진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면 남북한 긴장 해결, 특히 군사적 긴장이 많이 완화되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들이 입주하는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제멋대로 지난해처럼 공단을 닫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국제적 상품이 많아지면 북한 기업들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이는 다시 북한의 이미지가 좋아지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정말 꿩먹고 알먹기가 따로 없는 것이죠.

박성우: 지난 10년 사이 개성공단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뭘 가장 눈여겨보셨나요?

고영환: 지난 10년 사이 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의 수가 18개에서 125개로 늘어났고,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의 숫자도 3천명에서 5만3천명으로 확대됐습니다. 개성시 인구가 대략 15만명 정도이고, 한 가족이 평균 4명이라고 계산하면, 개성 시내 인구 전체가 개성공단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개성 공단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먹고 산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동량도 10년 전에 비해 4배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개성공단을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북한 인민들, 특히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측 근로자들의 남한에 대한 인식 변화라고 판단합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으로 일하기 시작하여 한국 외교관들을 직접 보기 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로 뿔 달린 도깨비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생각하는 것, 얼굴 모습, 먹는 것조차 북한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한국 외교관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말을 주고받아 보니 역시 김치를 잘 먹고, 된장국을 먹고, 같은 언어와 습관을 가진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개성 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도 처음에는 한국측 기술자들과 관리 인원들을 경계하고 말도 잘 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많았고 의심부터 하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한국 인원들과 말도 하고 웃기도 하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남한 사람들도 북한 사람들처럼 사고하고 생활하는 한 민족이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생각이 바뀌면 통일의 날이 그만큼 가까워질 것입니다.

박성우: 개성공단의 성장과 관련한 통계가 하나 발표됐지요. 내용을 좀 소개해주시죠.

고영환: 2004년 6월 14일 개성공단에 15개의 한국 기업이 입주를 희망하고 한국토지공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면서 개성공단 시대가 열렸는데요. 통일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개성공단의 누적 생산액은 무려 23억 달러에 달하고, 교역액은 94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누적 방문객은 94만 명에 달합니다. 연간 생산액은 2005년에 1천491만 달러에서 2012년에는 그의 30배가 넘는 4억6천950만 달러로 성장했습니다.

2005년 평균 6천여명이었던 근로자의 수도 지금은 5만2천여명으로 확대됐습니다. 한 달에 50달러였던 북측 근로자의 월급도 매해 5%씩 성장하여 지금은 평균 130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이죠. 물론 지난해 남북관계 긴장으로 공단 가동 중단 사태를 맞기도 하였지만 개성공단은 통계에서 보듯이 계속하여 성장을 해왔습니다.

박성우: 좀 앞서가는 질문입니다만, 개성공단이 잘 운영되면 남과 북은 이 사업을 확장하게 될 텐데요. 제2의 개성공단을 짓는다면, 어느 지역이 적합하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지난 2월에 있었던 한국 중소기업중앙회의 신년식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제2의 개성공단으로는 풍부한 노동력 외에도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충분한 물류시설이 필수적이다. 기왕이면 개성공단과 가까운 곳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김기문 회장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공단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전기와 물의 공급이 잘 되어야 합니다.

그런 지역이 북한에는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개성공단도 가깝고 한국과도 가까운 해주시입니다. 해주는 개성공단에 이미 만들어 놓은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죠. 전기와 물도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개성에서나 직접 한국에서부터 끌어 갈 수 있습니다. 좀 더 올라가면 평양과 가깝고 항구가 있는 남포공단도 좋을 것입니다. 남포는 북한의 고급인력이 집중되어 있고 항구도시라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도 물과 전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습니다.

저는 남북한의 차이를 극복하고 북한 지역의 경제를 회복하며 통일을 앞당기도록 하기 위하여 개성공단 같은 남북 공동의 공업 단지들이 될수록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공단이 생기는 그 지역의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그 지역의 남북 주민들이 서로 화합하게 되면 벌써 반쯤은 통일이 이뤄진 것이 아닐까요?

박성우: 제2의 개성공단,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려면, 우선 현재의 개성공단부터 잘 운영해야겠지요. 위원님 보시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가 올해 들어 중단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자고 누차 제의했지만 북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정부는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사무처를 통해 오는 19일 공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자고 제의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6월 12일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혔습니다.

남북은 지난 해 개성공단 발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전체회의는 분기에 한 번, 분과위원회 회의는 매월 개최하자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개성공단 관련 논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제가 보기에 개성공단이 잘 운영되자면 우선은 남북이 합의한 사항들은 철저히 지키는 게 필요합니다. 약속과 신뢰가 지켜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뭔가를 하자고 해 놓고 하지 않으면 약속을 아무리 많이 한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국가 간 관계나 사람들 사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고 신뢰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규범들을 북한이 개성공단에서도 잘 준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국가가 하는 모든 일에는 신뢰가 필요하겠지요. 말씀하신대로, 북한이 우선 남한과의 약속부터 지켜서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해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