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고영희 신분 세탁 불가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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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생모를 다룬 기록영화가 배포됐다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실장님도 관심을 갖고 보셨을 텐데요. 어땠습니까?

고영환: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10일 기사에서 김정은의 친모인 고영희가 김정일, 김정은과 같이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내부 영상자료를 입수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저도 이 기사와 사진들을 보았는데, 등장하는 인물은 고영희와 김정은이 맞고, 동영상도 북한 것이 맞다는 게 확인됐고요.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이라는 제목의 이 기록영화는 분량이 1시간 30분입니다. 여기에는 고영희가 권총을 잡고 있는 모습, 김정은의 공부를 지켜보는 모습 등이 담겨 있습니다. 기록영화에서 해설자는 고영희를 “김정일의 가장 귀중한 혁명동지”, “조선의 어머님” 등으로 높이 불렀습니다. 이 모든 것은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이미 북한에서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고영희는 재일동포 출신으로 1960년대에 북한으로 들어가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김정은이 북한의 공식 후계자로 공개 석상에 선 2010년 이후에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김일성 시대부터 항상 북한에는 ‘조선의 어머니’가 있었거든요. 김일성에게는 강반석이 있었고, 김정일에게는 김정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지도자들에게는 항상 위대한 어머니들이 있는 데 이번에는 왜 없을까”라며 궁금해했고요. 그러던 중 이번에 기록영화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북한이 이번에도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확인이 된 거지요.김정은의 어머니에 대한 우상화가 늦어진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데요. 그건 북한 당의 선전선동부와 역사연구소 등에서 고영희가 북한 사람이 아니고 재일동포이며 그것도 무용수 출신이라 어떻게 우상화할지를 놓고 애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고영희의 이름을 리은실로 바꾼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일본의 시민단체인 ‘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의 대표인 이영화 간사이 대학 교수는 북한에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이 영상물에서 김정은의 친어머니인 고영희가 리은실로 나온다고 한국의 연합뉴스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고정은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고영희도 리은실로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2월 고영희의 가문에 대한 특집방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제주도에 가서 고영희와 고영희의 아버지인 고경택의 족보를 다 파헤쳐 전 세계에 알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박 기자와 함께 취재한 바에 의하면 고영희의 부친 고경택은 1913년 8월 14일에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제주시 조천읍에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고경택은 일본에서 1952년 6월 26일 김정은의 친모인 고영희를 낳았고, 고경택과 고영희 그리고 고영희의 오빠들은 1962년 10월 21일 99차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고영희는 춤을 잘 추었고, 그래서 만수대예술단에 들어가게 됐으며, 거기서 공연하던 중 1970년대 후반 김정일의 눈에 띄었고, 김정일과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과 사이에서 김정철, 김정은 두 아들과 김여정이라는 딸이 생겨났습니다. 이게 다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북측이 고영희를 리은실로 바꾸려 한다는 건 김정은의 어머니의 신분을 감추려 든다는 것 의미합니다. 하지만 확인에 확인을 거친 역사적 사실은 감출 수 없을 것입니다.

박성우: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측 당국이 김정은의 논문을 하나 공개했는데, 이걸 ‘고전적 노작’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고영환: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김정은이 ‘김일성 동지는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이시다’라는 논문을 4월 20일 썼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과 간부들은 김정은의 이 노작이 “불후의 고전적 노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원래 ‘강령적 노작’이나 ‘고전적 노작’ 등은 김일성, 김정일이 발표했다는 문헌에 부치는 찬송인데, 이제는 김정은 후계자가 쓴 글도 ‘고전적 노작’의 대열에 올려세운 것입니다.북한에는 ‘황순희’라는 이름을 가진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이 있습니다. 저도 잘 아는 분입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이 분과 같이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거든요. 90세가 넘은 이 할머니는 항일투사로 유명합니다. 이 할머니는 김정은의 이 노작이 “천재적인 사상 이론적 예지의 빛발”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기보다 60년 이상 더 어린 후계자에게 이렇게 극존칭으로 칭찬하는 걸 보고 북한의 현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성우: 다른 사안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북측이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최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노동신문, 중앙통신 등을 통해 올해 12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그러는 게 아니죠. 제가 한국에 온 지 이제 21년째인데요. 북한은 과거에도 남한의 선거 때마다 남한에 저들의 입맛에 더 맞는 정부를 세우게 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시도가 여느 때보다 더 강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지금 북한은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측 사람들이 과거 북한에서 한 말들을 모두 까밝히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평양에 사람을 초청해 놓고 구경시켜 주면서 그들이 한 말들을 모두 기록하고 녹음해뒀다가 이걸 자기네가 필요할 때 세상에 공포하겠다는 건 좀 점잖지 못하지요. 저는 남북관계를 떠나서, 사람 사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이런 일을 북측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아동은 하루 다섯 끼를 먹는다”는 내용의 기사가 인민일보에 실렸고, 이걸 본 중국 사람들은 “현실을 외면한 기사”라면서 비난했다는 건데요. 해석할 게 많아 보입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중국의 인민일보가 북한의 어린이들이 유치원에서 하루 다섯끼를 먹으며 행복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기사를 썼다가 중국의 독자들에게서 심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인민일보의 이 기사를 읽은 중국인들은 “북한 어린이들이 하루에 다섯끼를 먹는다는 소리는 우리가 들은 소리 중에서 가장 놀라운 소리”라고 하는가 하면, “이게 중국 기자가 쓴 글이 맞는가, 북한 사람이 쓴 글이 아닌가, 어떻게 중국 기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가”라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북한 어린이들이 잘 못먹어 눈만 퀭한 사진들이 온 세계에 퍼져 나가고, 북한 대표단이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나라들에까지 가서 식량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미국 어린이도, 중국 어린이도, 한국 어린이도 하루 세끼밖에는 안 먹거든요. 그런데 다섯끼를 먹는다니, 소가 웃다가 꾸러미 터질 노릇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이 아직도 외국기자들을 평양에 불러 창광 유치원, 평양산원 같은 좋은 곳만 보여주면서 “세상에 부럼 없어라”는 식의 선전을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북한은 세계에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원조 받을 것은 투명하게 받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인민일보 기자가 쓴 글이 비판을 받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