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6.15 공동선언 11주년을 맞이해 남북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6.15 공동선언 11주년을 맞이해서 나오는 목소리가 참 각양각색입니다. 실장님은 6.15 공동선언 11주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이번 주 수요일이 6.15 공동선언 발표 11주년이 되는 날이었는데요. 정말 각양각색의 반향이 있었죠. 우선 북한의 반응을 보면, 온갖 선전 수단을 다 동원해서 ‘6.15 공동선언은 조국 통일운동의 결정적 전환을 이룩할 특기할 사변’이라면서, ‘6.15를 맞아 자주 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한국의 야당인 민주당은 6.15를 맞아서 낸 대변인 논평에서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도록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도 논평을 냈는데요. ‘6.15 정신은 계승돼야 한다’면서도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하는 등 반민족적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6.15 정신에 위배되며, 말로만 6.15를 외치지 말고 평화통일을 위해서 진정성있는 행동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7.4 공동성명도 있었어요. 제가 평양에서 대학을 다닐 때 이걸 아주 흥분해서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7.4 공동성명 이후에도 북한은 대한항공기 폭발 사건을 일으켰고, 또 아웅산 테러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6.15 공동선언 이후에도 북한은 한국 경비함을 한국 영해에서 폭파시키고,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해에 포사격을 하는 엄청난 도발을 했습니다. 정말 말로만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외치지 말고, 진짜 공동 번영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첫번째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요즘만큼 남북관계가 안 좋은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일어났지요. 남북 간 비공개 접촉 내용을 북한이 폭로해 버린 건데요. 북한의 외교부나 통전부의 간부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그렇죠. 그게 요즘 최대 현안 중 하나지요. 북한이 국방위원회 대변인을 앞세워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잇따라 남북 비밀 접촉 내용이라는 걸 폭로했습니다. 비밀 접촉은 2차대전 때 미영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도 있었어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비밀 접촉은 있었거든요. 그래서 역사적 화해를 이뤄냈고요. 비밀 접촉은 지금 남과 북처럼 갈라져서 첨예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필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사실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한 건 북한이거든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사망했을 때, 김정일 조문 사절로 김기남 선전 비서가 남한에 왔었어요. 그가 청와대를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었고, 지난해에도 비밀 접촉이 있었고, 올해도 비밀 접촉이 있었는데요. 북한이 느닷없이 올해 5월에 있었던 접촉 내용을 폭로했거든요. 중국과 미국, 그리고 전세계가 아연실색하고 있는데요. 중국도 ‘놀랐다’고 표현한 걸 보면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고요.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비밀 접촉에 통전부가 나오지 않고 국방위원회가 나왔다는 것이죠. 통전부에는 남북대화 전문가들이 많은데요. 그 전문가들이 안 나오고 군대가 나왔다는 게 굉장히 비정상적이고요. 이걸 또 폭로했잖아요. 이걸 보면, 당과 군대 사이에 어떤 내부 알력 같은 게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통전부 사람들이나 외교관들은 이런 폭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요. 제가 북한에서 그냥 외교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 이 나라가 가려고 이러나’ 이런 생각을 할 것 같고요.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가 나서서 일을 끌고 가니 이런 일이 생기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뒤에서 웃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한국 정부의 입장은 베를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 제안한 것처럼, 정상회담은 투명하고 진정성있게 하자는 겁니다. 북한은 한국과 세계가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가벼운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실장님도 음악을 좋아하시지요?
고영환: 네. 음악 좋아합니다. 나이 든 가수 중에는 조용필 씨의 노래를 제일 좋아하고요. 신세대 가수 중에서는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 ‘샤이니’ 등을 좋아하는데요. 멋진 춤을 추고 멋진 노래를 부르는 이 그룹들의 노래를 DVD로 출퇴근할 때 보거든요. 정말 하루 피로가 싹 풀립니다.
박성우: 지난 10일과 11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국의 젊은 가수들이 공연을 가졌지요. 현지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요. 또 이게 한국 사회에 던진 파장도 참 컸습니다. 실장님, 왜 그렇습니까?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네. 프랑스에 ‘제니트 드 파리’라는 굉장히 큰 공연장이 있어요. 7천석짜리 아주 큰 공연장인데요. 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고요. 저도 그 공연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봤는데요. 3시간 반을 공연하는데요. 한국에서는 ‘팬’이라고 하지요. 북한 말로는 ‘열열한 지지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 구라파에서 다 왔어요. 프랑스, 영국, 독일, 저 멀리 노르웨이, 폴스카(폴란드) 등에서 다 왔는데요. 그 7천명의 청소년들이 3시간 반 동안 앉지 않고 서서 한국말로 된 노래를 한국말로 따라 부르면서 같이 춤을 추고 울고 하는 걸 보면서 가슴에서 정말 뜨거운 게 솟구치던데요. ‘제니트 드 파리’에서 공연한 그룹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인데요. 정말 대단하고요. 저도 충격을 받았어요. 전 구라파 언론들이 이 소식을 특집 보도로 전하고 있는데요. 구라파 언론들의 논조는 이렇습니다. 1960년대 낙지(오징어)나 옷을 팔던 한국, 1970-80년대 선박과 자동차를 조금씩 팔기 시작한 한국, 최근 들어서는 최신형 손전화, 평면 텔레비전, 반도체, 압축가스 운반선, 이런 상품을 잘 만드는 나라가 한국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 문화를 판다는 거지요. ‘한국 문화가 구라파를 침공했다’면서 ‘침공’이라는 단어까지 썼어요. 북한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1960년대에 ‘비틀즈’라는 아주 유명한 그룹이 있었습니다. 당시 ‘침공’이라는 말을 처음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가수들이 세계 문명의 중심이라는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말로 노래를 하고, 또 그들이 우리 한국말로 따라 부르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 정말 만세입니다.
박성우: 남북한의 문화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음악도 마찬가지지요. 실장님은 남한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한국에 와서 처음 들으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고영환: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너무 화려하고 민족 정서에 맞지 않는 듯해서 좀 거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북한 음악을 들으면 너무 어색해요. 정치색이 너무 진해요. 누구를 칭송한다는 내용이 너무 많잖아요. 원래 음악은 사랑, 인생, 이별, 슬픔, 기쁨, 환희, 이런 걸 주제로 사람이 사는 모습을 그려야 하는 거잖아요. 저는 남한 음악이 정치색으로 너무 치우친 북한 음악을 통일이 되면 쉽게 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우: 음악만 놓고 보더라도 남북한의 차이가 참 커지고 있는데요. 이게 좀 좁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한국은 이제 대중문화의 수출국으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중문화를 북한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