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대사 내정자의 단호한 대북발언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위원님, 어떤 점을 주목하셨습니까?

고영환: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마크 리퍼트 국방부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오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여러 발언을 하여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다자와 양자 제재 및 군사훈련을 통해 북한 정권을 견제하고 미국이 그들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특히 커티스 스캐퍼 로티 주한미군 사령관과 긴밀히 협의하여 대북 억지를 강화하고 주한미군 2만8천500여명이 오늘 밤에라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현재의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강한 적이 없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외에도 한미 FTA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였는데요. 그 중 제가 가장 많은 흥미를 가지고 들여다 본 것은 역시 한미 양국관계를 언급하면서 한미동맹 관계가 지금보다 더 강한 적이 없었다는 발언, 오늘 밤에라도 주한 미군이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준비시키겠다는 발언, 그리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여 국제적 및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원래 외교관들은 에둘러서 발언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퍼트 대사 내정자는 북한이 핵을 발전시키고 미국과 세계를 위협한다면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정책으로 맞설 것이라고 직설적이고 강력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참으로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국이 얼마나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군사적 도발과 핵개발을 계속한다면 엄중한 후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는 어떤 인물인가요?

고영환: 리퍼트 내정자는 27세의 젊은 나이 때부터 상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가 상원 의원직을 수행할 때인 2005년에 그의 외교정책 보좌관으로 일을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었죠.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그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서실장으로 백악관에 입성했고요. 백악관을 떠나 해군 특수작전팀 정보장교로 이라크에 파견되어 동성(銅星)무공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38세의 리퍼트를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로 복귀시켰고, 그 후 그는 국방부 비서실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는 정확한 정보 분석 및 상황 판단 능력을 가진 인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워싱턴에서는 리퍼트가 오바마 대통령과 가깝다고 하여 그를 ‘왕의 남자’라고 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하는 측근 인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리퍼트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강직하고 예리하며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리퍼트가 현재 첨예하게 얽혀 있는 동북아 안보 정세를 평화적인 정세로 전환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리퍼트 내정자는 상원에서 인준 절차를 무난히 마칠 것으로 보이며, 그가 정식 임명장을 받고 한국에 오는 경우 북한 핵문제, 북한의 군사도발 문제에도 적절하게 대응을 하리라고 믿습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인준 청문회라는 건 무엇인가요?

고영환: 일반적으로 인준 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간부들, 예를 들어 장관이나 대사 등을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가 너무 큰 힘을 가지지 못하게 견제하는 민주주의적 장치의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여 국회가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국회는 권력을 잡고 있는 여당, 그에 반대되는 야당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집권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이 제출한 장관 등의 인준 요청서를 적극 옹호한다고 하여도 야당 의원들이 결사반대하는 경우 장관 임명이 보류되거나 철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787년 헌법제정의회에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의회 인준권을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규정했습니다. 현재 미 상원의 인준 대상자가 되는 고위공직자는 대사, 차관보, 차관, 장관, 대법관, 연방검사, FBI 국장, CIA 국장, 군장령 등 무려 433명입니다. 상원에서 하는 일은 고위 공직 대상자가 범죄기록이 있는지, 여자관계는 복잡하지 않는지, 세금은 제대로 내면서 살았는지, 능력은 되는 인물인지 등을 꼼꼼히 검증, 즉 북한 말로 ‘검토’ 및 ‘검열’을 하는 겁니다. 만일 고위간부의 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사생활이 복잡한 경우 상원은 인준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내정자는 고위 간부가 되지 못합니다.

한국도 국회 인준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마음대로 장관 등 고위 간부를 임명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도 총리나 장관 등이 내정되면 국회에서 꼼꼼히 대상자의 능력 등을 따지며, 사생활이 복잡하거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인준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절차들이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통령 한 사람이 마음대로 누구를 임명하고 철직시키지 못하도록 제어함으로써 일인독재의 폐단을 막는 매우 훌륭한 민주주의 제도입니다.

박성우: 참고로 국회나 의회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뜻합니다. 위원님, 다른 이야기 좀 해 보죠. 요즘 월드컵이 한창인데요. 북한의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가 월드컵과 관련해 한마디 한 게 화제입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17일 미국의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북측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 리동일이 한국의 연합뉴스 특파기자를 만나자 먼저 “오늘 러시아와 한국의 축구 경기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고 물어 왔다고 합니다. 이 질문에 한국의 연합뉴스 기자가 “러시아 팀의 전력이 워낙 강해서 걱정”이라고 답변을 하자 리동일 대사는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지만 전력이 강한 팀을 이겨야 진짜 이기는 것이 아니냐?”라며 반문하였다고 합니다. 한국 기자가 리 대사에게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등에서 북한 편을 자주 드는데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는데, 그는 “그래도 동포팀이 이기는 것이 맞다”며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였습니다.

리동일 대사는 외교부 국제기구국에서 일한 저의 후배이고, 저도 잘 알고 있는 외교관인데, 괜찮은 사람입니다. 똑똑하고 영어도 잘하고 그래서 좋아하는 후배 중 한 명이었는데, 그가 이런 소리를 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그의 성원에 힘을 했었는지, 한국 축구 대표팀은 전력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되던 러시아와 잘 싸워 비기는 경기를 하였습니다.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3:0으로 이긴 데 대한 복수를 해준 것 같았습니다. 역시 스포츠는 민족을 단결시키는 위력을 지녔습니다. 남과 북이 단일팀을 이루어 월드컵에 나간다면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에까지 올랐던 것과 같은 기적을 다시 한 번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박성우: 위원님도 북한에 계실 때 축구 경기를 즐겨 보셨는지요?

고영환: 평양역 앞에 커다란 전광판을 세워 놓고 월드컵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평양 시민들의 동향을 요즘 북측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축구사랑을 알 수 있는 모습입니다.

저는 평양에서 외국어혁명학원을 다니던 1966년, 텔레비전도 없던 그 시절에 학원 운동장에 커다란 방송통(스피커)을 놓고 모여 앉아 북한팀이 러시아, 칠레, 이탈리아와 경기하던 걸 중계방송으로 듣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북한팀이 이탈리아를 꺾던 바로 그날 새벽, 미친 듯이 좋아하며 환호성을 지르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잠도 못자면서 응원을 하고 경기 분석도 하고 하던 그 때가, 시간만 나면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축구로 하나되는 한반도, 통일되는 한반도가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위원님 말씀하신대로 스포츠는 민족을 단결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축구로 하나 되는 한반도. 언젠가는 이뤄질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