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손바닥으로 태양 가리려는 북한

‘자유의 다리’ 근처에 있는 녹슨 증기 기관차. 이 기관차는 한국전쟁 중 피폭, 탈선된 다음 반세기 넘게 비무장 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던 남북 분단의 상징물이다.
‘자유의 다리’ 근처에 있는 녹슨 증기 기관차. 이 기관차는 한국전쟁 중 피폭, 탈선된 다음 반세기 넘게 비무장 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던 남북 분단의 상징물이다. (RFA PHOTO-박성우)

0:00 / 0:00

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6.25 전쟁 북침설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6.25 전쟁은 미국이 도발한 전쟁’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북측이 이런 말을 반복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1일 발표한 글에서 6.25 전쟁은 미국이 도발한 전쟁이라고 거듭 주장했는데요. 저는 이미 박성우 기자와 함께 2010년 6.25 전쟁 60돌에 즈음해서 전쟁에 대한 특집방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미국 국무부의 문서들, 소련이 붕괴한 후 나온 김일성-스탈린 담화록, 그리고 김일성-모택동 담화록 등 수많은 증명문건과 현지답사를 통해서 6.25는 미국이나 남한이 일으킨 전쟁이 아니라 북한이 먼저 도발하여 서울을 3일 만에 점령한 전쟁이라는 것을 이미 청취자 여러분에게 구체적으로 전해 준 적이 있습니다. 전쟁을 미국이 일으켰으면 북한군이 미군을 38선에서 만나야지 왜 전쟁이 일어난 지 10일이 지난 7월 5일 오산에서 처음으로 교전하였겠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분명히 북한이 일으킨 전쟁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미 역사적 문건이 수없이 많이 나왔고 공개됐는데 이렇게 주장하는 건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는 겁니다.

북한이 6.25를 미국에 의해 일어난 전쟁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북한은 김일성의 조선인민혁명군이 일제를 타도하고 조국을 해방하였다는 점, 그리고 김일성이 6.25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남조선을 반대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 이 두 가지를 김일성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선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외국 방문자가 늘고 외부 정보가 북한에 많이 들어가면서 항일 빨치산이 너무 과장되었고 6.25도 북한이 일으켰다는 소식들이 들어가면서 북한에 동요가 일어나는 것 같고요. 특히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 최고사령관이 아니라 소련군 대위였고, 소련군이 북한 지역을 해방하였으며, 6.25도 북한이 선제공격하여 일어났다는 게 북한 주민들에게 다 알려지면 북한이 이제까지 쌓아올린 모든 허구들이 다 무너지게 됩니다.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도달하는 것이니 우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6.25 전사자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10구가 최근 국립현충원에 안장됐지요? 의미가 깊은 행사였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군이 지난 20일 국립현충원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유해 10구를 안장했습니다. 강원도 지역에서 수습되어 DNA 즉 유전자 감식방법으로 신원이 확인된 6.25 전쟁 국군 희생자들과 장진호반 전투에서 중국군과 싸우다 희생되어 장진호 근처에 묻혀 있다가 미군 유해발굴단에 의해 찾아져 미국으로 갔다가 한국군임이 확인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국군 희생자들의 시신 10구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의식을 거행한 건데요. 국립현충원은 북한으로 말하면 대성산 혁명열사릉과 같은 곳인데, 6.25 참전 희생자들이 바로 열사릉 같은 곳에 안장된 것이지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중국군 및 북한군 묘지들을 많이 봤습니다. 여기 와서는 한국군 묘지와 부산에 있는 유엔군 묘지 등도 봤는데요. 한 사람의 과도한 욕심이 이런 민족적 비극을 불러일으킨 것이지요. 북한 지도부 때문에 남과 북에서 수많은 꽃 같은 청춘들이 희생되고 많은 유가족이 생겨난 것입니다. 6.25 전쟁을 북한이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청춘들의 희생도 없었을 것이고, 조국 강토가 피로 물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며, 극심한 민족적 대립도 없이 이미 통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이제라도 북한이 6.25 전쟁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을 사망케 한 사실을 북한 인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짓은 언젠가는 탄로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박성우; 한국의 정승조 합참의장은 “6.25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정 합참의장이 지난 6월 20일 분계선 전방 6사단을 방문하여 그 발언을 했는데요. 현재도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고 정전협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60여년이 지났는데도 북한은 동해로는 잠수함을 들여보내고, 남해로는 간첩선을 들여보내고, 서해에서는 한국 경비함을 한국 영해에서 폭침시키고, 또 한국 영토인 연평도에 포사격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볼 때, 아직 전쟁이 진행중이라는 뜻인 거지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북측 당국이 선전하기를, 남한과 미국이 정전협정을 수천번이나 위반하고 전쟁행위를 늘 고취한다고 하였고, 저는 이를 그대로 믿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21년을 지내보니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전쟁행위를 고취하는 것은 늘 북한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북측은 한국의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청와대로 특공대를 보내고, 삼척 울진에 게릴라를 보내고, 미얀마에서 한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북한이 얼마나 많은 도발들을 해왔는지 똑똑히 알게 됩니다.

한국에 와서 살면서 실감한 것은 한국 사람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고, 지금대로 행복하게 잘 먹고 잘사는 것을 바란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일요일이나 휴일이면 차를 타고 놀러 휴식하려 다니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북한은 한국이 전쟁준비를 한다는 거짓말을 중지하고 민족끼리 잘 먹고 잘 사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지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정은을 “Young Man” 그러니까 “젊은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그렇습니다. 지난 14일 힐러리 미 국무장관이 그렇게 말했지요. “북한의 젊은이가 21세기를 이끄는 선택을 해서 역사에 이름이 남는 개혁적 지도자가 될지, 아니면 과거를 답습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국무장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국 외교부에서 미 국무부로 파견을 나가서 일하고 있는 30세의 김혜진 서기관에 대해 “아주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의 김성환 외무장관에서 “장관님 우리는 그 여성 외교관을 영원히 국무부에 잡아두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30살도 안된 지도자에게는 ‘김정일이 걸은 길을 걷지 말고 인민들을 위한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것이고, 같은 민족인데 한국의 젊은 여자 외교관에게는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미 국무부 안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라는 것을 인정을 하면서 두 젊은이를 비교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속된말로 새장 같은 곳에 박혀 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 훨훨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 같습니다.

박성우: 미얀마의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무려 21년 만에 노벨상 수락 연설을 했지요. 이게 북한에 의미하는 바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미얀마의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노벨상을 수여 받은 지 21년 만에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하여 수락 연설을 했습니다. 21년 전 노벨상을 받았을 땐 가택연금 상태였어요. 그래서 훈장을 직접 받지 못했거든요. 수치 여사는 미얀마 민족이 보여준 저항 정신의 상징이자 야당의 지도자입니다. 미얀마 정부가 개혁 개방 정책을 하면서 그런 그가 풀려났고, 그래서 21년 만에 노벨상을 직접 타고 수락 연설을 한 것이지요.

수치 여사는 연금 상태에 있을 때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그때는 내가 이 세상의 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 노벨상 수상도 현실감이 없었지만, 우리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북한에 주는 의미도 큽니다. 많은 북한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은 커녕 평양에 가기도 힘들고, 마음대로 직장도 주거지도 선택하지 못하며, 하라는 대로 사는, 그야말로 노예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을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많은 남한 사람들이, 그리고 세계 사람들이 북한 인민들을 위해 성원하고 있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인민들도 희망을 가지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