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6.25 한국전쟁 발발 64주년이 지나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도 6.25를 기해서 다양한 행사를 가졌는데요. 위원님은 뭘 가장 주목하셨습니까?
고영환: 6.25 한국전쟁을 맞이해 북한 각지에서 다양한 반미, 반남한 행사들이 진행됐습니다. 25일 평양에서는 대규모 반미 군중대회가 열렸고, 개성 등 다른 도의 소재지들에서도 군중대회들이 열렸습니다.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도 상보를 통해 ‘현 정세는 64년전 그때의 정세와 다름이 없다’고 하면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핵 전쟁으로 될 것이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북한이 6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를 반미투쟁 월간으로 정하고 지난 수십년 동안 반미 반남한 선동을 해온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해외에 외교관으로 나가 있을 때도 항상 그랬습니다. 올해 6.25 반미 행사에서 제가 주목해서 보는 점은 북한이 지난 60여년 동안 똑 같은 주장을 해 오고 있고 올해도 똑 같다는 사실입니다.
북측은 주민들에게 6.25가 남한에 의해 도발되고 남한에 의해 일어났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이전 시기 제가 북한 외교관을 해서 해외에 나가기 전에는 북한이 선전하는 것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 다니면서 많은 기록영화들과 구소련과 중국에서 비밀이 풀려 공개되는 자료들을 보면서 서울이 개전 3일만에 함락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바로 김일성이 스탈린과 모택동의 허락을 받아, 그리고 소련이 준 탱크와 전투기, 그리고 자동포로 무장하고, 중국 국공내전과 항일 투쟁에서 단련된 조선인 부대 수만 명을 모택동이 김일성에게 지원해 주면서 전쟁을 일으켰고, 반면에 탱크가 한 대도 없고 보병총으로만 무장하였던 남한 군대는 속절 없이 뒤로 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김일성이 6.25 전쟁을 일으킨 것을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알고 있는데 북한만이 60여년 동안 똑 같은 소리, 즉 미국과 남조선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6.25는 북한이 일으킨 동족상쟁의 전쟁입니다.
박성우: 한국전쟁 기념일을 맞이해 북측은 한국과 미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선군정치를 강조했습니다. 그 원인은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북한의 노동신문을 비롯한 각종 어용매체들은 6.25를 맞아 ‘선군정치’를 강화해야 하며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언론 매체들은 미국과 남조선의 핵 위협이 계속되는 한 북한이 자위적 핵 억제력을 튼튼히 다져야 하며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들고 공화국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이른바 ‘인민들이 허리띠를 더는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하면서 부친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할아버지의 ‘선당정치’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죠. 그러나 날이 가면서 선군정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고 김정은의 공식 활동의 대다수도 군부대 시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선당정치 움직임에서 선군정치로 다시 회귀하는 원인은 총대를 가진 군대를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하여야만 3대 세습체제를 고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력을 쥐고 있는 군부를 홀대하고 당과 군중을 중시하면 총을 가진 군대가 정권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이유로 김정은이 선군정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선군정치를 중시한다는 김정은 제1비서가 인민무력부장을 벌써 4번째 교체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최근 인민무력부장을 장정남에서 현영철로 교체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후 무력부장이 네 번 바뀐 셈입니다. 제일 먼저 무력부장이 된 사람이 김정각, 그 다음이 김격식, 장정남이었는데, 이번엔 현영철로 바뀐 거죠. 2년 조금 남짓한 기간에 4번이나 바뀐 것이니, 무력부장의 수명이 6개월인 셈입니다. 무력부장 뿐 아니라 총참모장과 작전국장도 서너번씩 바뀌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기에는 무력부장 자리가 10년 이상씩 유지됐고, 오진우는 무려 20여년을 무력부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 와서 무력부장, 총참모장, 작전국장, 총정치국장들의 정치적 생명이 파리 목숨처럼 되고 있습니다. 군 최고위 간부들이 그러니 밑에 있는 군단장들, 사단장들, 무력부 국장들, 총정치국과 총참모부의 장령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많이 바뀌고 있을 겁니다.
김정은이 군 수뇌부를 이리 자주 바꾸고 있는 것은 군 수뇌부를 그만큼 믿지 못한다는 증거이고,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소리입니다. 물론 김정은은 군대를 장악하기 위해 이처럼 충격요법을 쓰고 있는 것이겠지만, 군수뇌부를 이리 자주 교체하고, 또 이영호나 우동측처럼 숙청하면 군대가 불안정해집니다. 선군정치를 하는 북한에서 군대가 동요하면 체제가 동요하고 불안정해지는 거죠.
박성우: 반세기가 훨씬 지나고 보니 많은 게 변했습니다. 특히 북중관계의 변화가 눈에 띄는데요. 최근에는 중국의 고위급 당국자가 ‘중국과 북한은 군사동맹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해서 주목받았지요. 위원님은 이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17일 중국 외교부 류젠차오 부장조리(차관보)는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국과 북한이 군사동맹이라는 시각은 맞지 않는다, 중국은 어떤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 있고 이것이 중국 외교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류젠차오는 ‘중국과 한국은 전략적 동반자이고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 우호관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발언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북한과 중국은 더는 군사동맹을 맺은 국가 사이가 아니며 더 나아가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지만 중국과 북한은 우호관계라는 뜻입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북한과 중국 관계보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관계가 더 좋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한 지 3년이 되어 오는데도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은 취임한 후 3개월이 좀 지난 다음에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을 만나 회담하였고, 다음달 3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 두 가지 사실만 놓고 보더라고 한중, 북중 관계의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중국의 고위 외교관이 북중사이에 맺은 군사동맹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밝힌 사실입니다. 6.25전쟁 시 북한 편에서 싸운 중국의 입장이 60여년 동안 산천이 뒤바뀐것처럼 바뀌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박성우: 이제 북한은 미국이 만드는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지난 반세기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발생한 변화 중에 하나일텐데요. 그런데 북측은 기분이 나쁜 모양입니다. 최근에 미국 영화 한 편을 놓고 북측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일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5일 미국에서 올 가을에 개봉하는 희극영화 ‘더 인터뷰’ 예고편에 대해 심각하게 반응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 코미디, 즉 희극 영화인데, 미국 기자가 인터뷰를 한다고 평양에 들어가 김정은을 암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 영화사가 희극 영화를 찍는데 그 내용에 김정은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정부가 나서 성명을 발표하면서 영화 제작자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보복하겠다, 무거운 철추를 내리겠다, 미국 대통령도 주의하라’는 등의 험한 말들을 하며 미국과 미국 정부, 미국 대통령, 그리고 영화 제작자들을 위협한다는 것은 자유세계의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영화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발끈한다는 것은 북한이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고 김정은의 위치가 그만큼 연약하고 취약하다는 의미입니다. 영화는 영화로 볼 수 있는 여유를 북한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북측이 민감한 반응을 보여준 덕분에 ‘인터뷰’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리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