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신임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정권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북한의 정권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했지요. 어떤 배경에서 나온 발언입니까?
고영환: 제임스 서먼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지난 6월28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인준 청문회가 뭔지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미국이나 한국같은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주요 간부를 임명할 때 해당 인사가 해당 직위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국회가 검토하고 결재하는 데, 이걸 인준 청문회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서먼 지명자는 ‘북한과 싸워 이길 준비를 계속 갖추는 동시에 정권 붕괴의 복잡성 및 그에 수반되는 결과를 다룰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어요. 서먼 지명자는 또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 또다른 변수를 추가하고 있다, 김정일이 군대의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고 북한 군대는 김정일에게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도발을 할 수도 있으며, 후계자 김정은이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으니 정세를 오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 이런 점들이 북한을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고, 결과적으로 군사적 도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의 의미를 설명해 드릴게요. 북한이 지난해 연평도와 천안함 같은 대형 군사도발을 일으켰는데, 앞으로 이러한 도발을 다시 일으키거나 전면전을 일으킬 경우, 한국과 미국이 연합된 힘으로 이러한 도발을 즉시 분쇄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고요. 또 권력이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넘어가는 권력 이양기에 놓인 북한 체제가 현재 많이 흔들리고 있고, 따라서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붕괴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항상 군사적 도발을 해 왔기 때문에 이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북한이 추가도발을 할 경우, 중국은 북한 편에 서지 않겠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걸로 알려졌지요.
고영환: 지난 6월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북한이 또다시 대남 도발을 감행하면 남측이 이번엔 진짜 보복에 나설 것이고, 북한이 또다시 도발하는 경우 중국은 이번엔 북한 편에 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중국측이 북측에 전달했다는 겁니다. 이는 지난해 3월 한국 영해에서 있었던 한국 경비함 폭파 사건 당시 중국이 약간 애매한 입장을 취했었는데, 북한이 이러한 일을 다시 벌일 경우 더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고요. 결론적으로 중국은 북한이 다시 한 번 대남 도발을 하는 경우 이번에는 가만 있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여집니다.
박성우: 국민을 무려 170만명이나 학살한 반인륜 범죄의 혐의자들이 마침내 법정에 선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어떤 내용입니까?
고영환: 지난 6월27일 유엔의 캄보디아 특별 법정이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는 폴 포트의 민주주의 캄보디아 시절, 자기 나라 국민의 4분의 1인 170만명을 학살한 주범들이 나왔어요. 크메르루주 공산당 전 비서 누온 체아, 전 외무상 이엥 사리, 전 내무상 이엥 티리트 등이 역사의 단죄를 받기 위해 법정에 선 거지요. 잠깐 설명을 드리면요. 폴 포트 민주주의 캄보디아는 4년 간 집권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크메르루주는 인간 사상을 개조한다고 하면서 의사, 교원, 기술자 같은 지식인과 전 정부에서 일했던 관리를 포함해 총 170만명을 학살했어요. 그래서 킬링필드, 죽음의 땅이라는 말도 나온 거지요. 크메르루주가 1979년 정권에서 쫓겨났고, 그 다음 캄보디아 정부가 들어섰는데요. 당시에도 ‘학살자를 재판정에 세우자’는 요구가 많았지만, 새로 들어선 정부는 ‘나라가 또 분열될 수 있다’면서 질질 끈 측면이 있었어요. 하지만 크메르루주가 망한지 32년만에 유엔 차원의 재판이 열린 겁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북한 외교부에 있을 때 이엥 사리 전 외무상이 북한에 온 적이 있어요. 제가 이엥 사리의 통역으로 장수원 초대소에도 나갔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사람들이 32년만에 다시 역사의 무대에 섰는데요. 지금 재판정이 하려는 일은 크메르루주의 군대와 당에서 근무했던 2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모두 단죄하는 게 아닙니다. 학살하라고 지시한 두목들을 재판정에 세운 거지요. 이런 걸 보면, 학살자들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박성우: 한국에선 요즘 ‘반값 등록금’ 문제가 뜨거운데요. 최근 북한의 대남 매체들이 이걸 언급하면서 이른바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지요. 실장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의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이 보도하고 있는 내용인데요. 한국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면서 시위하고 있고, 등록금이 너무 높아서 대학생들이 자살을 많이 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대학생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한국에서 등록금을 인하하라고 대학생들이 시위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살자가 속출하고, 정부가 탄압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등록금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한국 중산층 가정의 1년 수입이 대략 5-6만 달러입니다. 대학 등록금은 학교마다 차이가 나지만 1년에 약 4천-6천 달러입니다. 이게 너무 높다는 거지요. 그래서 한국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이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 갔고요. 그리고 대학생들이 이렇게 시위한다는 건 북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민주주의적인 현상입니다. 저는 북한이 등록금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생각을 해봤어요. 북한에서는 사실 대학도 출신 성분이나 간부 자식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좋은 대학에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 겁니다. 제가 북한에서 대학을 다닐 때 ‘우리가 과연 공짜로 대학을 다니고 있느냐’에 대해서 많이 토론했어요. 그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런 겁니다. 국가가 공장과 농촌에서 나온 모든 생산품에 원천적으로 세금을 매겼으니, 결국은 우리가 공짜로 공부하는 게 아닌 거지요. 더 나아가 대학생들은 모내기 때 한 달, 어떤 때는 3개월씩 나가서 일하고, 시도 때도 없이 평양 건설, 대동강 호안공사 등에 동원됐어요. 6개월간 군사훈련도 받죠. 그리고 군대에 복무합니다. 군대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더 많이 일하는 건데요. 이걸 과연 공짜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북측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고요. 남의 등록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북한의 대학생들이 편안하게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에 과연 공짜 교육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