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북중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북 무상지원을 줄이고 있고, 또 북한과의 고위층 교류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보도가 최근에 있었는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중국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들은 해마다 중국 상무부와 북한 정부가 무상원조의 품목과 양, 그리고 지원시기를 조절하여 왔고, 중국은 식량 10만톤, 원유 50만톤, 그리고 2천만 달러 상당의 일용품을 매년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흥미롭게도 중국이 약속한 식량 원조 10만톤 중 1만톤만 보냈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김정일이 사망하고 올해 북한의 농사 작황도 안 좋은데 1만톤만 지원했다는 것이 놀라운데요. 이는 북한이 중국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4월 13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국의 뒤통수를 쳤고, 이에 중국이 분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것이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이 내놓은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북중은 매년 고위급 간부들의 대표단 교류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에는 지난 4월 김영일 국제비서의 중국 방문과 중국의 전 외교부장인 리자오싱의 북한 방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리자오싱은 현역이 아니지요. 이후 양측 간에는 어떠한 고위급 간부의 인사 교류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매년 거의 10여 차례 이상의 고위급 인사 교류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거의 없다시피 한 거지요.
이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이 향후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 경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개혁과 개방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지난 3월 ‘북한 정권이 인민생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고, 원자바오 총리도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북한에 소개해 주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습니다. 중국 지도부의 이러한 발언과 무상지원의 대폭 감소, 그리고 고위급 당, 정, 군 간부들이 서로 교류하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북한의 거듭되는 군사적 도발이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고, 더 나아가 이런 식으로 북한이 계속 간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결과로 보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원유와 식량 등 전력 물자를 지원해주지 않으면 북한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킬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은 선군사상과 군사 강화를 고집하지 말고,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이런 뉴스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중국도 더 이상은 북한 편을 들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는데요.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되겠지요?
고영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원로회의에서 “중국도 북한이 추가도발을 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북한편을 들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앞으로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하더라도 몇 배로 대응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분명히 하고 있으며, 중국측에도 우리의 이러한 입장을 북한에 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난달 19일 한국군 예비역 장군들이 중국을 방문하여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량 장관은 “북한의 추가적인 그 어떤 핵실험과 군사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도 있습니다. 외교적으로 보면 상당히 강한 발언이었지요.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중국 고위급 관료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 대통령은 중국의 주석 및 총리 등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를 확인하고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계속되는 중국의 충고와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고 동북아의 말썽꾸러기로 남아 지역정세를 긴장시키고 있는 데 대해 중국 지도부가 대응한 걸로 보이고요. 아무래도 이 대통령은 중국 사람들에게 들은 소리가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한 거겠지요.
박성우: 이번엔 김정은 제1위원장과 관련한 소식을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조선중앙TV가 얼룩이 묻은 옷을 입은 최고 지도자의 모습을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해석할 게 많아 보입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2일 오후 8시 방송에서 김정은이 유선종양연구소를 현지지도하는 사진 12장을 공개했습니다. 이 중 몇 장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김정은의 배 부분에 하얀 얼룩이 묻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엔 김정은이 소탈하게 생활하는 인민의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는 김정은이 유희장을 돌아보면서 잡초를 뽑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한 적이 있는데요. 이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신격화의 나라입니다. 지금도 김정은을 ‘민족의 어버이’라고 하면서 최대로 숭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자가 입은 옷에 얼룩이 있다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비추어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도자는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항상 완벽하게 해야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을 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얼룩진 옷을 입고 옷을 젖히고 다니는 모습들을 보면 주민들은 ‘저 사람도 한 인간에 불과하구나, 별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김정은이 다니는 곳은 유독 유희장이나 유원지 건설장 같은 곳이 많습니다. 지도자가 공장이나 농장을 찾아 다녀야지 사람들이 놀고 먹는 곳이나 다니는 것을 보면 좀 이상하지요. 지금 북한 인민의 몇 프로가 유원지에서 놀고 먹을 만큼 여유가 있겠습니다.
또 한 가지 김정은과 관련한 소식을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인권단체들이 각종 반인권적 반인륜적 범죄를 종식시키지 않고 이를 통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죄를 물어 김정은을 지난 4월 스페인(에스빠냐) 법정에 고발했습니다. 스페인 법정은 지난 5월 이 사건을 심리했고, 7월 말 전에 재판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합니다. 만일 스페인 법정이 반인륜적 범죄를 물어 체포장을 발부하면 김정은은 외국에 나가 다닐 수 없게 됩니다.
박성우: 이런 일도 있었네요. 남한에서 생활하다 북한으로 귀환한 여성 탈북자가 지난 주 평양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이 여성은 남한 생활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함경북도 청진에서 살던 박정숙은 지난 2006년에 탈북하였다가 지난 5월 25일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숙이 남한 정보원들의 유인에 걸려 남한으로 가 노예와 같이 온갖 고생을 하다가 다시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선전했습니다.
한국에서 그와 가까이 지내던 탈북자들은 김정숙이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탈북했는데, 그 사실이 탄로나자 보위부가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를 황해북도의 오지 농장으로 추방했고, 이들은 전기도 없는 토굴 같은 집에서 살았으며, 이 사실을 알게 된 박정숙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박정숙의 사돈이 남한으로 전화를 걸어와 ‘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 다 죽게 된다’고 하였고, 자식이 죽게 된 것을 걱정하던 박정숙이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겁니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자식을 죽인다는 협박을 하여 박정숙을 북으로 유인하고,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이 개고생을 한다고 선전하여 탈북을 막고,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남한에서 2만4천여명 탈북자들이 노예와 같이 산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지금 이 대명천지에 노예가 어디에 있습니까. 탈북자가 국회의원이 되고, 학교 교장이 되고, 의사가 되고, 한의사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측은 현실을 오도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아마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현실에 대해선 북측 주민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