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응원단 파견, ‘일단은 긍정적’

지난 2002년 9월28일 창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산아시안게임 축구예선전 북한과 홍콩과의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인공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28일 창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산아시안게임 축구예선전 북한과 홍콩과의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인공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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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인천 아시안 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평화공세의 일환인가요? 북측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도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오는 9월 한국의 항구도시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에 이어 응원단도 보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7일 정부성명을 발표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단합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응원단을 파견한다고 했죠. 동해에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고 김정은이 여기저기 군부대를 시찰 다니며 ‘적들을 푸른 바다에 수장시켜 버리라’고 말하는 등 북한이 남북긴장을 조성하는 가운데 정부성명을 발표하여 응원단을 보낸다고 하니 북한의 진심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헛갈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낸다고 하는 것을 정부성명으로 발표하는 것도 이상한 행동이라고 하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낸다고 하니 일단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은 이미 2002년 9월 부산 아시안게임에 280여명 규모의 응원단을 보냈고, 그 이후인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도 300여명의 응원단을 보냈습니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는 현재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가 응원단 성원으로 한국에 왔었고, 그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한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죠.

북한이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내는 이유는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북한이 아름다운 여성들을 뽑아 한국에 보냄으로써 사람들 속에서 인기를 끌고 이를 통하여 북한의 독재적인 이미지, 호전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우리는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라는 모습을 세상에, 특히 한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 응원단이 예쁜 여성들로 꾸려졌다고 하여 흔히 ‘미녀 응원단’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응원하고 노래 부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민족, 한동포라는 생각을 합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북한과 달리 통제가 없이 자유로운 세상이어서 자유롭게 북한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말도 걸 수 있으니 ‘미녀 응원단’을 보기 위하여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북한은 체육 경기까지도 체제선전, 김정은의 이른바 ’위대성‘을 선전하고 북한의 어두운 이미지를 씻는데 활용을 하나, 한국 사람들은 아름다운 북한 여성들이 왔으니 온전히 그리고 순수하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민족, 한겨레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남북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8월이면 다시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는데요. 과연 북측의 평화공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이미 올해 1월 16일 국방위원회 명의의 이른바 ‘중대제안’을 통하여 비방중상 중단,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하면서 한국에 대한 평화공세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 고위급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으나, 3월에 한미 군사연습인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면서 북한은 대남 강경모드로 전환했지요. 북한은 지난달 30일 또다시 국방위원회 명의의 특별제안을 하면서 지난 1월과 거의 똑같이 비방중상 중단,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하였고, 드디어 7월 7일에는 응원단을 보낸다는 정부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박 기자께서 지적한 것처럼 8월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됩니다. 이 훈련이 진행된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 북한이 9월에 시작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한다고 한 것을 보아 북한은 올해 3월 군사훈련 당시처럼 대남 강경모드로 돌아 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은 실제훈련이 아니고 워게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컴퓨터로 전쟁이나 전투상황을 그려보는 훈련인 것이죠. 북한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9월에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물론 조금은 반발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이 군사훈련을 중지하지 않았지만, 우리 북한은 통이 크게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낼 것이다’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적어도 9월까지는 북한이 평화공세, 미소공세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죠. 지난 8일은 김일성 사망 20주기였죠. 김정은 제1비서가 관련행사에 참석했는데요. 그런데 다리를 조금 절면서 나타났습니다. 이 모습을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보도했는데요. 이렇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0주기 때 이른바 추모 행사들에서 김정은이 다리를 저는 모습이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그대로 방영됐습니다. 물론 김정은의 인상도 좋지 않았죠. 그 사람도 자기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나오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가 다리를 저는 모습을 한국과 세계의 언론들이 주목을 하였는데요.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는 김정일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난 후를 빼고는 김일성, 김정일이 집권하는 수 십년 동안 이렇게 김부자가 아프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모습을 북한 텔레비전이 방영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모습을 철저히 숨기려 하였던 거죠. 예로 김일성의 목에 났던 큰 혹을 보지 못한 북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김부자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김정은은 다리를 절룩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것이 김정은의 통치 경험이나 통치 경륜이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김정은이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본 북한 사람들이 속으로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도자도 다리를 저는구나, 아플 수 있구나” 그런 생각들을 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한국 언론이나 세계 사람들이 김정은의 신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북한이 한국이나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절차나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가 아니라 한 인간, 독재자 한 사람이 운영하는 나라이다 보니 그 사람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사망을 한다면 그 나라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고 그러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꼽으라면 북한이 20세기, 21세기에 사는 나라가 아니고 중세 왕조 같은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김양건의 모습이 공식행사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대남 비서인 김양건이 3개월째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아 그의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방영된 김일성 사망 20돌 중앙추모대회에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것은 지난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 회의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김양건이 숙청된 것 아닌가 생각하였지만, 전병호 비서의 장의위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보아 그가 병으로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그의 신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김양건이 장성택과 같이 한 때 중앙당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였고, 대남 비서라는 중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김정은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북한에서 김양건의 일정 기간 부재가 무슨 큰일이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대남 정책을 관장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을 암살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 영화 한 편을 놓고 북측이 계속해서 몽니를 부리고 있습니다. 어찌된 사정인지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의 유엔 주재 대사 자성남이 지난 6월 2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김정은을 암살한다는 내용을 그리는 희극영화 ‘더 인터뷰’가 북한의 이른바 ‘최고존엄’을 모독하고 있다면서 주권 국가의 수반을 모독하는 내용의 영화가 제작, 배급되도록 하는 것은 전쟁행위이며 따라서 미국 정부는 이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중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와 관련하여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성명을 항의 서한과 같이 유엔 총회 및 안전보장이사회의 공식문건으로 회람시켜 달라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한 편을 거지고 한 정부가 성명을 발표하고 유엔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이를 또 유엔 안보리 문건으로 회람시켜 달라고 하는 소리는 북한에서 외교관을 10여년간 지낸 제가 보기에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정말 코미디 영화에 북한이 코미디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성우: 적절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지난 번에도 한 번 말씀드렸지만, 북측이 이렇게 나올 수록 이 영화는 훨씬 더 큰 홍보효과를 갖게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북측은 알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