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과 중국이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 지 50년이 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중국이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지 50년이 됐습니다. 북•중 동맹의 근간이 된다는 조약인데요. 실장님은 50주년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1961년 7월11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중국의 주은래 총리가 조약을 맺었고, 이제 50주년이 됐습니다. 이 조약의 핵심은 2조인데요. 이 조항에 따르면, 북•중 두 나라 중 어느 나라가 제3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군사적 지원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이걸 자동개입 조항이라고 부릅니다. 김정일이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호금도 중국 주석에게 ‘이번 50돌은 큰 명절이니 크게 쇠자’고 제안했고, 기념일을 맞아 북한은 양형섭 최고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북경으로 보냈고, 중국은 장덕강 부총리를 평양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큰 의미를 부여하는 50돌 기념일이고, 또 김정일이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걸 크게 보도하지도 않았어요. 중국이 보낸 간부도 부총리급이라는 걸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요. 양형섭이라는 인물은 최고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인데, 거의 실권이 없는 인물입니다. 이것만 봐도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요. 이 조약이 체결된 후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동서 냉전도 끝났고,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은 외교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두 나라의 무역액도 굉장한 규모에 이르렀고, 두 나라는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북한 외교부에 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외교부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한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맺기 전인 1989년이나 1990년 즈음이었데요. 김 위원장은 ‘중국이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화를 내면서 ‘이 우호조약이 쓸모없는 종잇장이다’라고 외교부장에게 말한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가도 ‘이 조약은 일단 사문화됐다’는 겁니다. 어쨌든 북한은 최근 들어서 이 조약의 불씨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이 조약의 자동개입 조항을 살린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침공할 일도 없고, 또 침공한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설 일도 없을 거고요. 그러니까 북한이 이런 시대착오적인 조약에 매달리기보다는, 차라리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하고, 한국과 중국의 도움을 받아서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과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북•중 우호조약의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박성우: 또 하나 주목할만한 뉴스가 있었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해외 뉴스 통신사인 AP통신에 이어 로이터 통신과도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프랑스 정부가 평양에 ‘상주 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지요. 이걸 놓고 ‘북한이 문호를 개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식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6월29일 조선중앙통신의 김병호 사장이 미국에 가서 AP통신 사장을 만나서 AP통신 평양 지국을 설치할 데 대한 협정을 체결했고요. 또 이번달 11일엔 북한의 뉴스와 영상을 전세계에 공급하기 위해 영국의 로이터 통신과 협정을 맺었다는 게 보도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평양에는 신화통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 AP 통신, 로이터 통신, 교도 통신, 이렇게 큰 통신사들이 진출하는 겁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도 평양에 상주 사무소를 설치해서 두 나라 사이의 문화 교류와 비정부 기구들의 북한 지원 사업을 관할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걸 보고 ‘평양이 문을 열려고 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외국 유수의 통신사들이 평양에 들어가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건 평양이 대외에 보이려고 하는 소식과 영상만 밖으로 보내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왜냐면 북한은 지금까지 보여주고 싶은 것만 외부에 보여왔고, 이건 변하지 않고 있거든요. 이게 가장 기본적인 목적인 것 같고요. 또 국제적으로 북한이 ‘고립된 나라, 폐쇄된 나라’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아요. 이밖에도 바깥세상으로부터 지원을 좀 받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여러가지 목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난 8일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 17년째 되는 날이었는데요. 북한 당국은 김 주석의 시신을 여전히 금수산기념궁전에 보존하고 있지요. 죽은 사람의 시신을 이렇게 방부처리해서 보존하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요?
고영환: 그렇죠.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고, 그때 평양에서는 별의별 소문이 다 돌았습니다. 김정일이 김일성 주석을 암살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는데요. 이걸 막기위해서였는지, 어쨌든 김정일은 금수산의사당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는데요. 굉장히 거대한 대리석 궁전을 지었고요. 이 개조 사업에만 8억9천만 달러가 소요됐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은 김일성의 시신을 레닌처럼 미라로 만들기 위해서 소련 전문가 7명을 초청했어요. 미라로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이 1백만 달러입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당시는 북한에서 2백만 명 이상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이 시작할 때였어요. (금수산기념궁전을 완공하고) 김일성 시신을 방부처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다 합치면 8억9천1백만 달러입니다. 이걸 당시 곡물 시세로 따지면 6백만 톤의 옥수수를 살 수 있었어요. 북한 주민 전체가 3년동안 버틸 수 있는 양입니다. 죽은 사람의 시신을 보존하는 데 2백만 명 이상의 인민이 희생된 거죠. 시신 하나가 2백만 명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건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박성우: 독일에 있는 북한 대사관이 대사관 건물을 결혼식장으로 빌려주기까지 한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실장님은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데요. 북한 외교부, 왜 이런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외신들에 의하면 도이췰란드(독일) 주재 북한 대사관이 대사관 내 숙소건물, 그러니까 영접부 건물과 식당으로 쓰던 건물을 결혼식장과 호텔로 만들어 독일 사람들에게 빌려줘서 외화를 벌고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뽈스카(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도 대사관의 일부 사무실을 외국 사람에게 임대해 외화를 벌다가 비판을 받았고요. 지난 4월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대사관 건물 일부를 개조해 카지노를 운영하다가 러시아 외무성으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기도 했어요. ‘비엔나 협정’이라는 게 있습니다. 외교관계 전반에 대한 규정을 담은 ‘비엔나 협정’은 외교관들이 돈을 버는 행동을 불법적이라고 규정하고 못 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대사관들이 이러는 이유는 정부가 외화가 부족해서 대사관 유지비를 보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사관 자동차도 휘발유가 없어서 다니지 못하고, 외교관 월급도 주지 않으니, 결국은 불법적인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또 대사관 자체의 건물을 다른 용도로 쓰는 건 김정일의 친필 지시 없이는 하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국가가 불법적 행동을 조장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거고요. 저도 외교관 생활을 10여년 했는데요. 대사관 유지비가 안 오니까, 저희들도 외교관 면세품을 시장에 팔아서, 그걸로 대사관 휘발유도 사고, 외교관들 월급도 주고 했거든요. 지금은 좀 더 심해진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김일성 주석의 시신을 보존하는 데에는 큰 돈을 쓰면서도 외교관들에게는 돈을 제대로 보내주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