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준위, 통일 한국의 미래상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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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축하드립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위원님께서 외교안보분과위 위원이 되셨습니다. 중책을 맡으셨는데요. 우선,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통일준비위원회는 어떤 조직인가요?

고영환: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대통령께서 위원장직을 맡고, 두 명의 부위원장이 있고, 모두 합쳐 5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위원장 중 한 명은 정부측 인사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맡았고, 다른 한 명의 부위원장은 민간쪽, 그러니깐 북한 용어로 말하면 사민 부위원장인데, 이는 정종욱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맡았습니다. 위원회에는 외교안보 분과, 경제 분과, 사회문화 분과, 정치.법.제도 분과 등 네 개의 분과가 있습니다. 저는 외교안보 분과 위원입니다.

정부측에서는 통일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문화부 장관들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국회의원 2명, 국책연구원장 6명 등이 위원으로 들어갔고, 민간측에서는 저명한 대학교수, 전 총리, 통일 및 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들어갔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 분과위원회는 전문적 연구를 위하여 31명의 교수, 박사들을 전문위원으로 두어 활동하게 했고, 그 아래 각 분야별로 자문단도 구성했습니다. 그야말로 정부와 민간, 여당과 야당, 좌와 우를 아우르는 대규모 위원회입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한국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통일 추진의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박성우: 통일준비위원회가 앞으로 하게 될 일은 무엇입니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통일준비위원회는 말 그대로 통일을 준비하는 기구입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민간 협업, 즉 정부와 민간 분야가 협동 작업을 통해 내실 있는 평화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 위원들, 민간 위원들, 전문 위원들, 자문 위원들이 함께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그리며 민족 통일을 어떠한 방향에서 추진하여 나갈지 방향성을 제시해 나갈 것입니다. 전문가들, 연구기관들, 시민단체들이 서로 힘을 합쳐 협동 작업으로 통일과 통일 과정의 의제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나갈 것입니다. 또한 한국 사회 각계각층의 통일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투명성 있게 통일 논의를 하여 나갈 것입니다.

한 마디로 평화통일을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분야별로 통일 준비 과제들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을 통합하고 사회적 합의를 촉진하며 정부, 사회단체, 연구기관들의 협력을 통하여 통일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죠.

주목되는 것은 준비위원회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연직으로 참가하는 만큼 통일에 드는 비용이나 통일 이후 남북 간 경제 통합 등 경제 분야에 필요한 준비도 치밀하게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견해의 차이가 큰 대북 정책에 있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도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5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하여 대통령이 바뀌죠. 그럴 때마다 대북 정책이나 통일 정책이 조금씩 바뀌면서 전 국민적 지지를 받아내질 못하였습니다. 이번 통일준비위원회에는 각계각층의 통일 전문가가 모이는 만큼 정부가 바뀌어도 일관성 있는 대북, 통일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말은 통일준비위원회가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흡수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한민족이고 평화적으로 남북이 공생, 공영하는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 한국 정부 그리고 통일준비위원회의 목적입니다. 지금은 누가 누구를 무력으로 통일하는 시대도 아니고, 그 누가 누구를 강제로 통일하는 그러한 시대도 더욱 아닙니다. 청취자분들께서 이 문제에 대하여 명백한 이해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성우: 인적 구성에도 특징이 있는 듯 한데요. 위원님 같은 북한 출신 전문가도 포함됐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인사들도 포함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고영환: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통일준비위원회에는 정부, 여당과 야당, 민간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박 기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준비위원회에는 저처럼 탈북자 출신도 있고 김대중, 노무현 등 진보 정부에서 일한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을 지낸 김성재 연세대학교 석좌교수도 있고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장을 맡았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고건 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 유호열 고려대학교 교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좌와 우, 젊은 세대와 중간세대, 노 세대, 여야를 포함하고 아우르는 위원회입니다. 이렇게 각계각층의 저명한 인사들을 준비위원회에 모신 것은 한국 사회의 사회 통합을 이루자는 의미가 중요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이에 기초하여 사상과 제도를 초월하는 남북의 통일을 이루자는 원대한 꿈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꿈은 자나 깨나 통일입니다. 남과 북 주민들이 무너진 군사 분계선을 넘으며 서로 얼싸안는 통일,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적으로 이루는 통일, 누가 누구를 이기는 통일이 아니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온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한 15일, 남한 정부는 대북 지원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가 지난 15일 30억 원, 즉 300만 달러에 달하는 대북지원을 민간단체를 통하여 북한에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사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원 분야를 넓혀 가겠다고 밝혀왔다. 이번에 지원하는 대상은 온실 사업 등 농업 분야, 축산 분야, 그리고 아동질병 치료 등 3개 대상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과 같은 날에 발표되어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에 맞춘 지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천안함 폭침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고 취한 대북제재 조치인 5.24 조치를 우회로를 통해 해제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남과 북이 싸우지 말고 통일을 위한 중요한 걸음들을 떼어 나갔으면 좋겠다.

박성우: 위원님이 속해 있는 외교안보분과위에는 그야말로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김석우, 라종일, 문정인, 하영선, 한승주, 이런 분들인데요. 위원님께서는 북한 출신 전문가로서 이분들과 함께 통일준비위원회에서 한반도 통일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시게 됐는데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통준위에서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자 하시는지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죠.

고영환: 통일준비위원회에는 이름만 들어도 ‘저분 참 유명하고 지식이 깊고 똑똑하고 경험이 풍부한 분이지’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저명한 분들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는지 모르겠지만, 배우면서 일을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통준위 위원이 된 점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북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가 ‘말 반동’에 몰려 정든 곳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지 2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가슴아픈 일들도 많았고 잠 못 이루는 밤들도 많았습니다. 결국 저는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하고요. 제 주변에는 따뜻하고 정 깊은 사람들이 많았고 대한민국이 저를 안아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고, 지난 15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외교분과위 위원으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한국으로 올 때 아는 사람 한 명 없었고, 그래서 ‘망망대해에 떨어진 한 톨의 쌀알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많이 슬펐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정말 열심히 일해서 통일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훌륭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통준위는 당초 4월 출범을 목표로 했었죠. 그런데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3개월이 지난 지금 출범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