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이 전작권 전환의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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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이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전환을 다시 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안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한국이 전시작전권의 전환을 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안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위원님, 어떤 이유가 있나요?

고영환: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김관진 국방장관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으로 이전하는 시기를 다시 연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의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를 최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평시작전권과 전시작전권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1950년 6월 소련군의 최신식 탱크 수백대와 전투기로 무장한 북한군이 낡은 장갑차 1~2대를 가졌던 한국에 들이쳐 한국군이 남쪽으로 밀려났을 때 유엔이 한국전 참전을 결의하였고, 그해 7월 유엔군에 한국의 평시작전권과 전시작전권이 이양되었습니다. 평시작전권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부대 운용에 대한 권한을 말하며, 1950년 7월 유엔군에 넘어갔다가 1994년 12월 한국군에 넘어와 현재는 한국군이 가지고 있습니다.

전시작전권은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 사령관이 군사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하며, 2007년 한국과 미국은 이 권리를 2012년 4월 17일 전환하기로 했다가,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5년 12월로 이양 시점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유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고 3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하면서 군사력을 발전시키려는 의도를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 속에서는 북핵이 폐기되거나 제거될 때까지 전시작전권의 이양 시기를 늦추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만일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예정 시점인 2015년에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으로 넘어 올 것이고, 북핵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현재의 한미 연합사령부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현존하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이 문제가 된다는 건데요. 관련해서 이 소식도 좀 살펴보지요. 지난 15일 쿠바를 출항해 파나마를 경유하던 북한 선박에 불법 무기가 선적된 사실이 발각됐지요?

고영환: 지난 15일 쿠바의 아바나항을 출항하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던 북한 화물선 ‘청천강’호에서 다량의 무기가 발견되어 현재 파나마 당국에 억류된 상태입니다. 설탕을 싣고 파나마를 통과한다고 하던 북한 배를 뒤졌더니 설탕가루 포대 밑에 감춰둔 컨테이너가 발견되었고, 그 안에서는 지대공 미사일 사격통제 시스템 등 240톤 이상의 무기들이 발견된 겁니다.

‘왜 남의 나라 배를 함부로 뒤지는가, 왜 우리에게만 그러느냐’ 이런 말을 북한에서 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몇 차례에 걸쳐 결의를 채택해 북한이 무기를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사일과 미사일 탐지기 등의 선적과 운반은 유엔이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행위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실험을 하니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투명성과 국제 규범을 지키고 동북아와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들을 하지 않는다면 왜 이런 규제를 하겠습니까? 또 북한이 정상적으로 화물을 운반하고 있었다면 왜 설탕 포대 밑에 화물을 교묘하게 숨기고 화물 내용도 파나마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겠습니까?

또 한 가지 주목을 끄는 것은 김격식 총참모장이 지난달 쿠바를 방문하고 있었을 때 ‘청천강’호가 쿠바에 머물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자신의 건재함을 쿠바에 알리며 쿠바에 지대공 미사일 사격통제 시스템을 요구하여 북한의 반항공 무력을 강화하려 하였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의 '청천강‘ 호는 파나마 당국에 억류되어 세밀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유엔의 무기 전문가들도 곧 파견돼 이 무기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한쪽으로는 대화를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핵과 미사일 등 군사력 증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박성우: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사안인데요.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만,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원인 분석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남과 북은 지난 6일부터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네 차례나 가졌는데요. 남측과 북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입니다. 한국은 개성공단의 중단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규범과 상식이 통하는 공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잠깐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려 보겠습니다. 북한은 지난 3~4월 한반도에서 긴장 상태를 조성하며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열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이 그 무슨 존엄을 훼손하였다는 말이 안 되는 구실을 대며 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였습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가들이 개성공단에 외화를 투자하였습니다. 백만달러, 지어 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공단을 만들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북한이 ‘공단의 출입을 금한다’, ‘기계도 원료도 가지고 나가지 못한다’, 이렇게 나온 것이죠. 세상에 그 어떤 나라가 자기 나라에 외화를 투자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공단을 닫는다’, ‘이제 마음대로 오가지고 못한다’, ‘원료와 상품도 가지고 나가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대합니까? 그러면 그 나라에 투자하고 싶겠습니까?

그래서 한국은 북한에 ‘재발방지 대책을 새워달라’, ‘한국 사람들의 신변과 재산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여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이건 뭐 심한 요구도 아니고, 국제적으로 통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북한은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개성공단을 다시 돌리라는 것이니 회담이 결과를 내지 못하고 표류하는 겁니다. 북한이 외국의 투자를 받고 싶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최소한의 국제적 규범들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그런데 요즘 북한의 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렇습니까?

고영환: 지난 13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적십자 회담과 관련하여 한국에 11일 보낸 전화 통지문을 공개했습니다. 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된 통지문은 회담 제안 배경을 설명하면서, 제가 알기로는 처음으로 ‘존경어’를 썼습니다. 북한은 한국에 무슨 문제를 통보할 때 ‘하였다’, ‘하여라’, 이런 식으로 말해 왔고, 지난 수년 동안 참으로 입에 담기 힘든 욕들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종일관 ‘하였습니다’, ‘그랬습니다’ 하며 존칭어를 사용했습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은 박근혜 현 한국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김일성과 맺은 7.4 남북 공동성명을 이행하자는 말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이러한 달라진 태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만 존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국민들에게도 존엄이 있다”며 말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후 나타나고 있어서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의 개선에 이전보다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여러 신문에 실린 사진이 한 장 있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인데요. 제목을 보면 “또 홀로 우산 쓴 김정은”입니다. 이 사진이 한국 언론의 관심을 끈 이유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김정은이 시찰을 할 때 비가 오면 김정은 혼자만 큰 우산을 쓰고 총참모장, 총정치국장, 군단장, 당중앙 간부들은 비를 잔뜩 맞고 있는 모습이 한국과 세계 언론의 관심 끌고 있습니다. 나이가 제일 어린 지도자가 혼자 우산을 써 비를 피하고, 노간부들은 우산도 없이 흠뻑 비를 맞는 것이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이 이런 사진을 공개하는 이유가 김정은이 그만큼 권력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외부 사람들이 보건대는 김정은이 버릇이 없고 예의범절도 모르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권위는 남들이 인정해 줄 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는 거지요. 비가 오는데 자기만 우산을 쓰고 있다고 해서 남들이 김정은의 권위를 인정해 주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