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의 국방장관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한국에 위로의 뜻을 밝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북경에서 회담을 가졌는데, 여기서 중국의 국방장관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한국의 국방장관에게 위로의 뜻을 밝혔습니다. 실장님,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15일 중국의 북경에서 한국과 중국의 국방장관들이 만나서 회담을 갖고 양국의 군사적 협조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는데요. 눈에 띄는 건 한국의 국방부 차관과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국방전략 협의체를 개설해서 매년 호상 방문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1차 회의는 올해 7월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합의이고요. 그리고 양국 군대 사이의 국방 및 군사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그 일환으로 내년부터 한국군 장교들이 중국 낙양에 있는 군사어학원에서 교육을 받기로 했어요. 물론 외국어를 기본적으로 교육받게 됩니다. 또 내년은 한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맺은지 20돌이 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이걸 맞이해서 내년에 양측은 국방 분야, 군사 분야에서 협조를 더 강화하기로 결정했어요. 특이한 점은 량광례 중국 국방장관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당시 한국측이 입은 피해에 위로와 동정을 표시한다고 말한 겁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군이 발휘한 자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는데요. 공식 석상에서 외교적으로 표현한 걸 그냥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강행한 도발 사건들을 중국이 잘 알고 있고, 한국 정부가 냉정하게 자제력을 발휘한 것을 중국 정부와 군대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겁니다. 량광례 국방장관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남한에 대한 그 어떤 도발도 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국과 중국 사이 군대 간 협조가 강화되고 있고, 중국군 지휘부가 북한군 지휘부에 남한을 반대하는 도발을 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은 지금 북한이 세계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특히 피로 맺은 동맹국이라는 중국에서조차 어떤 푸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한 가지 주목할 뉴스가 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큰물 피해와 관련한 사진을 조작한 것 같다는 의심을 받았지요?
고영환: 네. 저도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는데요. 미국의 AP통신이 지난 17일 전세계 언론사에 북한의 수해 모습을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냈다가 그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사진은 북한에서 중앙통신이 16일 미국의 AP통신에 전달한 사진이고, 15일 무더기 비(집중호우)로 침수된 대동강가를 북한 주민 7명이 걸어가는 장면을 찍은 겁니다. 그런데 그 사진이 디지털 기술로 합성 조작한 걸로 드러났거든요. 사진을 자세히 보면, 물 높이가 좀 이상하고, 바지가 하나도 젖지 않은 거, 이런 게 들통난 건데요. 저도 북한이 왜 사진을 조작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큰물 피해를 그대로 보여주면 외국 사람들이 그걸 보고 지원할 텐데, 그걸 구태여 조작한 이유는 아무래도, 옷을 좀 잘 입은 사람들이 자전거도 끌고 멋진 장화도 들고 있는, 이런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다가 망신을 당한 것 같아요. 북한이 말하고자 한 건 이런 피해를 받고 있으니 지원을 달라는 건데, 이런 식으로 하면 지원해 주는 사람이 마음이 동하지 않겠지요.
박성우: 미국 정부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습니다. 이걸 두고 북한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이다, ‘반중국 책동’이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난했는데요. 북한이 왜 이러는 겁니까?
고영환: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죠. 지난 7월16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거든요. 이 회동을 하자 중국이 ‘내정간섭’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했어요. 그러니까 북한 역시 18일 노동신문을 통해서 ‘미국이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서 티베트 분리독립을 부채질하고 반중국 책동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두둔하고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북한이 중국과 피로 맺은 동맹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중국으로부터 계속 도움만 받고 있어요. 중국을 도와주는 게 없는 거지요. 외교라는 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건데요. 북한이 중국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교적인 말로 도와줄 수 밖에 없는 거지요. 그러니까 이건 지금 북중 관계의 현실을 보여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종교와 관련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탈북했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북한에서 지하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종교활동은 탄압의 대상인데요. 북한 당국이 종교를 탄압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개선될 여지는 없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한국에 사단법인 ‘행복한통일로’라는 게 있습니다. 대표가 도희윤 씨인데요. 지난 20일 서울에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학술회의를 했는데, 거기서 나온 내용입니다. 1998년 식량난으로 많은 북한 사람들이 중국으로 왔어요. 그랬다가 자발적으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고, 중국 공안에 잡혀서 강제로 북송돼서 노동 단련대나 수용소 같은 데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이 있거든요.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종교 활동이 많이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종교는 아편이라고 하면서 굉장히 심하게 탄압했어요. 북한에는 신이 있다면 말 그대로 김일성 김정일 신밖에 없거든요. 이 사람들만 믿어야 하는데, 왜 하나님을 믿느냐는 거지요. 자기네 정치 체제와 정면으로 위배되니까 굉장히 탄압하는 건데요. 그런데 중국에 갔다온 사람들 속에서 종교가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편이라고 하는데 아편 같지가 않다, 이래서 많이 퍼지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이것이 앞으로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저는 회의적으로 봅니다. 왜냐면 국가안전보위부가 종교 활동을 체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가짜 신자를 만들어서 진짜 신자를 잡아내는 통로로 사용하기까지 합니다. 조금만 확산될 조짐이 있으면 탄압하고 잡아가는 거지요. 그러니까 확산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로빈 후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것도 의미가 있어보이는데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로빈 후드는 영국의 유명한 의적이었지요. 영화도 나오고 했는데요. 평양 하나전자센터에서 외국 만화영화 로빈 후드를 알판으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고 해요. 악독한 왕이 선량한 왕을 몰아내고, 온갖 수단을 다 해서 인민을 괴롭히는데, 의적이 나타나서 시원하게 복수해 준다는 내용이거든요. 이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북한의 현재 상황과 너무나 똑같기 때문입니다. 세금을 막 매기고 착취하고 강제노동시키고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게 너무 똑같으니까, 조선에도 백성들 못살게 구는 저런 사람을 없애버리는 로빈 후드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통하고 있고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로빈 후드라고 이야기 한데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우리 나라에도 로빈 후드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머저리처럼 노는 왕을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말까지 한다고 하고요. 만화영화 주제가도 따라부른다고 해요. 이것이 아마 오늘날 북한 사람들의 민심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옛날부터 그랬잖아요.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을 어기는 사람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것을 아마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