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이땅에서 전쟁 나길 바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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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는 자주권 행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주권 행사’라는 거죠.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합동 군사훈련이야말로 북한을 상대로 하는 ‘압박’이고 ‘도발’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북측 국방위원회는 지난 20일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북한이 진행한 미사일 발사와 포사격 훈련은 ‘자위력 강화를 위한 법적인 자주권 행사’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내놓은 데 대한 반발로 보입니다.

사실 올해 들어 북한은 수많은 미사일과 방사포를 쐈는데, 유엔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삼은 것은 바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입니다. 유엔은 최근 몇년에 걸쳐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이를 중지해야 한다는 결의안들을 누차 채택했지요. 국제법적으로 볼 때, 그리고 유엔 결의들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불법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박 기자께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미사일 발사 등이 자주권 행사라면서 반발했습니다. 북한은 심지어 ‘이제 남은 것은 최후의 선택 뿐’이라며 한국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북한에 대한 도발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그리고 외교관으로 활동할 때, 정말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려고 말 그대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정착한 지 23년이 지난 오늘 제가 저의 명예와 평생을 걸고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한국 국민 그 누구도, 한국 군인 그 누구도 이 땅 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 정부나 군도 전쟁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역시 북한을 선제 공격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한국군과 미군은 북한이 매일 같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유엔 결의들을 위반하면서 핵과 미사일을 실험하고 발사하고 대남 군사적 도발과 협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 날 북한이 오판하여 한국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훈련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적이 없습니다. 북측 국방위원회 담화가 나오자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적반하장격인 말”이라며 “북한은 국제질서에 맞추어 행동하여야 한다”고 젊잖게 응수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경청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군사훈련과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죠. 남포에서 ‘국가급 상륙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한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난 21일 ‘북한이 2-3주 전부터 서해 남포 일대에서 대규모 상륙훈련을 준비 중인 정황들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지상, 공중, 해상 병력이 참가하는 국가급 종합훈련 규모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북한은 이번 훈련을 위하여 각종 무기들, 방사포들과 곡사포들을 서해로 발사하면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고, 특히 남포 앞바다의 한 섬을 가상 상륙장소로 삼아 전투기와 지상포 사격 예행연습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서해 북방한계선 한국측 지역의 섬들을 공격하여 점령하는 훈련을 진행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한국의 섬들을 점령해 보려는 의도를 북한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국가급 상륙훈련을 대규모로 하려는 것은 다음 달에 진행될 예정인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을 겨냥하는 측면도 강해 보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지만, 을지 프리덤가디언 훈련은 ‘워 게임’ 즉 컴퓨터로 전투상황을 가정하고 하는 훈련이고 규모도 작습니다. 이런 훈련에 대하여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북한이 수많은 병력과 무기를 동원하여 국가급 대규모 상륙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한반도에서 북한이 정세를 오판하여 국지전이나 전면전을 벌인다면 북한체제 자체가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박성우: 북한이 올해는 예년보다 군사훈련을 더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위원님은 어떠신가요?

고영환: 김정은 제1비서가 올해 신년사에서 북한군의 훈련을 강화하고 명포수 운동 등 싸움 준비를 강조한 후 북한군은 병종, 군종별로 경쟁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서해 북방한계선 북방 지역의 포부대들과 동해의 섬 군부대들, 항공 및 해군 부대들을 연이어 시찰하면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연속적으로 신형 방사포와 스커드 계열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김정은의 이런 지시들을 집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군사분계선 및 서해 북방한계선 근처에서 포사격을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결의들을 위반하며 동북아 정세를 불안정으로 이끌고 가는 행동입니다. 값비싼 방사포와 미사일이 발사되고, 굉음을 내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흥분되고 격동되는 것은 사실인데, 그걸 느끼려고 수많은 그리고 값비싼 방사포탄과 미사일을 허공으로 날려 버린다면, 북한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주민들의 삶도 파괴되고 주변국들과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남한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맥락의 발언을 다시 한 번 했습니다. 그런데 발언의 강도가 이례적으로 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요?

고영환: 지난 20일 한민구 국방장관은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북한이 도발을 하면 우리 군이 수차례, 수십 차례 북한에 대하여 경고를 하였듯이 도발원점,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며 “또다시 도발한다면 체제의 생존까지도 각오해야 할 그러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발원점이라고 하는 것은 직접 포나 미사일 등을 쏜 구분대(대대나 그 이하 부대 단위)를 의미한 것이고, 지원세력이라고 하면 사단 이상급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지휘세력은 그런 지시를 직접 내린 수뇌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군은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반드시 그리고 단호하게 응징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왔는데, 그럼에도 “북한이 체제의 생존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한 이번 발언은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이는 한국군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고 도발의 크고 작음에 따라 북한 지도부까지도 타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매우 강력한 발언입니다. 북한이 만일 한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다칠 경우 한국군은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김정은 제1비서가 이번엔 ‘해저 호텔’을 지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의 대외용 영자신문인 ‘평양 타임스’는 원산의 갈마반도 지역에 해저호텔을 비롯해 국제회의장, 전시장, 경기장 등을 건설하게 될 것이라고 최근에 보도했습니다.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도 현재 ‘북한이 동해안 도시인 원산에 해저호텔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함흥 마전 등 일부 해안지역에 김정일의 해저특각을 지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이렇게 큰 대상을 김정은의 지시 없이 건설할 수는 없겠죠. 저는 북한이 해저호텔을 건설한다고 하였으니 건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그런 능력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해저 호텔 건설은 최소 2억 달러가 든다고 합니다. 바닷속에 2억 달러를 쏟아붓는다는 소리죠. 일부 특권층과 외국인들을 위하여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바다 안에 호텔을 지어 무엇에 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이나 구라파에 있는 돈이 많은 나라들도 해저호텔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짓지 않습니다. 마식령 스키장, 미림 승마구락부 건설 등 인민생활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건설들로 인민의 원성이 높은데, 해저호텔까지 지어 놓으면 그 불만이 어디까지 갈지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박성우: 그 원성과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수단 중 하나로 남한과 미국의 합동 군사훈련을 자꾸 트집잡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