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그 아버지에 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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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최근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잇따라 등장한 젊은 여성이 그의 부인 '리설주'라고 북측 언론매체가 확인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리설주는 어떤 인물입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 26일 한국의 국회에 보고하면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에 대해서 설명했는데요. 국정원에 의하면, 리설주는 1989년생, 그러니깐 이제 우리 나이로 23세입니다. 그리고 평양에 있는 금성학원, 그러니까 금성 제2중학교를 졸업했고요. 중국에 유학을 가서 성악을 공부한 인물입니다. 북한에 돌아가서는 은하수관현악단의 가수로 활동했습니다. 리설주는 2005년 한국의 인천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 육상선수권 대회에 북측 응원단원으로 온 적도 있습니다. 북한의 대학을 정식으로 졸업하지는 않았고, 6개월 동안 김일성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특수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리설주가 북한의 가수로 알려지면서, 김정일로부터 내려오는 북한 지도자들의 예술인 사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 성혜림은 북한의 유명한 영화배우 출신이고, 세 번째 부인이며 김정은의 친모인 고영희는 만수대예술단 무용배우이고, 김정일의 마지막을 지킨 네 번째 부인 김옥은 보천보전자악단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부친이 예술인을 좋아해서 그런지 후계자인 김정은도 가수하고 결혼한 셈인데요. 우리말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있지요. 북한 지도자들은 정말로 배우, 무용수, 가수를 좋아하나 봅니다.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이제 만 28세이고, 그 부인은 23세입니다. 후계자는 스위스 유학, 부인은 중국 유학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젊은 유학생 출신들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릉라도 유원지에서 김정은과 리설주가 팔짱을 끼고 있고, 뒤에는 나이 든 간부들이 서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최근에 공개했지요. 나이 많은 간부들 속에 둘러싸여 팔짱을 끼고 있는 젊은 대학생 부부 같은 이들을 보면서 북한의 인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지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박성우: 북측 지도부가 리설주를 공개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1975년 김일성의 구라파 방문시 부인 김성애가 동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지도자의 부인이 공개 무대에서 사라진 지 37년 만에 23세의 젊은 지도자 부인이 공개석상에 나타났습니다. 김정일이 권력투쟁에서 삼촌 김영주, 계모 김성애를 이기고 후계자가 된 이후 김일성의 부인 김성애는 북한 정치무대에서 사라졌고, 김정일은 성혜림, 김영숙, 고영희, 김옥 등 여러 부인들을 두었지만 신문과 텔레비전에 이들을 부인이라고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한은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을 "조선의 어머니"로 부르게 하면서 어머니를 내세웠습니다. 이것이 북한의 전통이 된 거지요. 그런데 김정은이 후계자로 되면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후계자 김정은의 어머니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며, 어디에서 출생한 사람인가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영희는 강반석, 김정숙과 달리 백두혈통도 아니고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재일 교포라서 김정은이 차마 어머니를 당장 신격화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궁금증이 자꾸 커지니까 대담하게 자신의 부인을 공개해 사람들의 이목을 부인에게 쏠리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하도 김정은을 '젊은 사람'이라고 부르니, 부인을 공개해 '나도 부인이 있는, 나이 있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다' 뭐 이런 걸 강조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인이 이제 23세라니 북한에 청춘 시대가 온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의 인민보안부장과 중국의 공안부장이 24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회담의 의제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말씀하신 데로, 리명수 보안부장과 멍젠주 중국 공안부장이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현시점에서 북한 보안부장이 중국을 방문한 이유는 명백하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가 2만4천명이 넘고 중국에는 이보다 더 많은 탈북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자유를 위한 반독재 투쟁을 벌이면서 북한 당국이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번 보안부장 방중과 회담을 통해 북측은 중국이 탈북자들을 받아들이지 말고 북한에 넘기라는 요구를 한 것 같고,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단속하고 북중 국경경비를 강화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앞으로 탈북이 점점 더 어렵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이것도 좀 여쭤보지요. 이른바 '동까모', 그러니까 '김일성 동상을 까부수는 모임'이라는 게 있다고 북측이 주장한 이후로, 동까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장님, 동까모에 대해서 좀 아는 내용이 있으신지요?

고영환: 북한이 탈북자 출신 전영철을 김일성 동상을 까려 한 혐의로 체포했고, 이른바 '동까모'가 북한의 최고 존엄을 훼손하려 한다며 한국 정부와 지어 미국까지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 외무성까지 나서서 미국과 한국이 특대형 음모를 꾸미는 조건에서 핵문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지요.

'동까모'부터 말씀드리죠. 한국으로 온 탈북자들은 북한이 대형 군사적 도발, 그러니까 천안함이나 연평도 도발을 할 때마다 "김일성 동상 하나만 까부순다면 북한이 꼼짝 못할 것"이라는 소리를 많이 했습니다. 탈북자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고 생맥주 한 잔 마시면서 '동상 까는 모임을 하나 만들자' 뭐 그런 소리들을 많이 합니다. 그 이유는 이 사람들이 북한에서 하도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런 모임을 하나 만들자는 의기투합 수준의 말을 한 것이지, 동상을 까는 모임이 실제로 존재하거나 계획을 행동에 옮기려 한다는 소리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전영철이라는 사람은 식사 자리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북한에 어떻게 들어가서 체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북측이 평범한 탈북자 한명을 북한에 끌어가서 대형 간첩조직을 하나 발각해 놓은 것처럼 소동을 피우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보위부 사람들조차 입에 올리기 힘들어 하는 '동상과 대기념비를 폭파한다, 까부순다' 뭐 그런 소리들을 기자회견에서 한 것도 아주 놀랍습니다. 아마도 보위부는 큰 간첩조직을 하나 발각한 것처럼 김정은에게 보고해 훈장과 칭찬을 받으려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탈북자 2만4천여명이 한국에 와 있으니,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북한 당국이 얼마나 이를 우려하고 있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우리 말에 '태산명동서일필', 그러니까 용 한 마리가 나올 것처럼 태산이 떠나갈 듯 소리가 요란하더니 실제 나온 것은 쥐 한마리 뿐이라는 속담이 생각이 납니다.

박성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의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지요?

고영환: 힐러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비인간적인 잔혹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 수용소에서 태어나 탈북한 신동혁 씨가 그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며 북한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정치범 수용소를 북한처럼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이 지구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문제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북측 지도부는 전세계가 인공위성으로 북한 정치범 수용소들을 들여다보고 있고, 탈북자를 통해 그 현실을 듣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비인간적인 행위는 반드시 그 죗값을 치른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요즘 김정은이 하는 일들을 보면 뭔가 새로운 걸 좀 해보려는 시도는 감지가 됩니다. 하지만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는 한 김정은과 리설주가 아무리 팔짱을 끼고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