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생각바꿔 비핵화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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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뉴욕을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동안 주목할만한 일들이 많았는데요. 먼저 김계관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서 흐름을 좀 짚어 주시죠. 그리고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이뤄진 배경은 뭐라고 이해하면 되나요?

고영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현재 미국을 방문 중입니다. 김 부상은 미북 관계와 핵 문제를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 방문이 진행된 배경을 먼저 설명해 드릴게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이라는 회의가 열렸어요. 이 회의에서 남북 외교관들이 지난 23일 만났거든요. 북한의 리용호 부상과 한국 외교부의 위성락 평화교섭본부장이 만났고,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과 한국의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만나 회담을 가졌습니다. 결국은 이 회담이 북미 접촉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는데요. 왜냐면 미국이나 중국은 ‘남북 대화를 먼저 하라, 그러면 북미 회담도 하고 6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이걸 북한이 받아들인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북한은 지난 달까지만 해도 ‘남한과는 상종도 하지 않겠다’며 굉장히 강하게 나왔지만, 미국과 중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요구하고, 또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아야할 굉장히 위급한 상황에 있고, 그러니까 남북대화를 할 수 없이 하는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고요. 결국은 남북 회담이 이뤄졌고, 이를 계기로 미국이 북한을 만나고 있는 걸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이게 북핵문제의 해결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그렇죠. 미북관계를 보면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은데요. 북한 지도부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 기본 문제의 핵심이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핵이 체제를 지켜준다’고 믿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건 사실과 달라요. 구소련이나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이 핵이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니거든요. 주민 생활이 나빠지고 경제가 나빠지니까 결국은 붕괴된 겁니다. 북한 지도부가 생각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은 두 번 다시 속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포기와 관련해 ‘뭔가 하겠다’고 해서 미국이 중류 50만 톤과 식량 등의 지원을 해 줬는데, 북한은 지원만 받고 비핵화를 위한 과정은 하나도 지키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미국은 ‘같은 말을 두 번 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거지요. 한국의 입장도 명백합니다. 핵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 개방을 하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이 많은 지원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생각을 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남북관계나 6자회담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7월26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원칙이 있는 남북대화’라는 겁니다. 북한과 대화는 하겠지만, 원칙을 버리면서까지 대화를 하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큰 사건들이 있었잖아요. 북한이 한국의 영해에서 한국 경비함을 몰래 폭파시킨 사건, 그리고 한국의 영토인 연평도에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방사포를 쏴서 사민(민간인)을 죽인 일,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대화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통일부가 25일 이런 발표를 했어요. ‘북한이 회담에서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이면 우리가 진실한 대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비핵화 문제도 그렇고 남북 관계에서도 그렇고, 결국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관건입니다. ‘우리가 인정할 건 인정하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 우리가 유감을 표시한다, 이런 일을 다시는 안 하겠다’ 그러면서 회담을 하자고 하면 충분히 회담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하는 가운데, 한국은 중국과 처음으로 서울에서 국방전략대화를 가졌습니다. 이것도 해석할 게 많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방송에서도 한 번 말씀드렸는데요. 한국군과 중국인민해방군 최고 지휘부 사이의 회담이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열렸어요. 당시 회담에서 양측은 매해 전략대화를 하자고 결정했고, 그 후속책으로 중국인민해방군 마샤오톈 부총참모장이 한국을 방문해 27일 서울에서 전략대화를 가졌어요. 여기서 양측은 올해 9월 실무회의를 열어서 그간 중단된 양국군 군사교류를 강화하자, 올해 10월엔 양국 군수협력 회의를 열자는 등의 합의를 이끌어 냈어요. 그런데 참 묘한 게 있어요. 전략대화가 이뤄진 날이 7월27일입니다. 정전 기념일이죠. 그날 중국과 전략대화를 했다는 게 참 의미가 깊어요. 모두 아시다시피, 중국군은 6.25 당시 북한군의 편에 서서 싸웠거든요. 한국군의 적이었다는 말이죠. 그런데 중국 인민해방군과 우리 군대 사이의 전략대화가 이뤄진 겁니다. 그것도 7월27일 한국전쟁이 끝난 날 이뤄졌다는 건 격세지감의 의미가 있지요. 두 나라 사이의 군사 교류가 군사 부문 교류뿐 아니라 군수 공업으로까지 확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김정일이 세 번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호금도 중국 주석은 북한을 한 번도 찾지 않았어요. 이번에 북중 우호조약 50돌 경축 행사에도 북한은 부주석급인 양형섭 최고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냈는데, 중국은 부총리를 보냈어요. 이건 외교적인 결례입니다. 북한은 항상 인민들에게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지도부가 이렇게 사대주의 외교를 하고 있는 거지요. 이걸 보면 참 마음이 아프고요. 한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와 북한과 중국 사이의 외교를 보면, 나라의 힘이 있고 경제력이 있어야 외교도 잘 진행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한국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한국에 오신 이후로 비가 이만큼 많이 온 걸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고영환: 차를 타고 출근하다가 제 차가 물에 다 잠길 뻔했어요. 정말 그렇게 짧은 사이에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건 처음 봤어요. 제가 아프리카에도 (외교관으로) 나가서 일을 했는데, 거기도 장마철엔 비가 많이 오는데, 그때도 이만큼은 아니었거든요. 비가 와서 서울에 정말 물난리가 났는데요. 그래도 오늘 출근하면서, 그리고 점심때 ‘우래옥’이라는 북한식 냉면집에 가면서 보니, 은마 사거리가 깨끗하게 다 정돈돼 있더라고요. 기상청 보도를 보니 북한에도 비가 많이 왔다고 해요. 개성에 870mm, 해주에 833mm가 왔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자금이 없어서 치산치수 사업을 잘 못하고 있어요. 물 피해가 북한 지역에 많이 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피해가 있다면 한국에 지원을 요청하면 좋을 것 같고요. 그러면 한국 국민들이 성심성의껏 지원을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과거엔 수해를 계기로 인도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엔 어떻게 될지 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