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중관계가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입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선양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향해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고영환: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7월 27일 중국 심양시를 방문했습니다. 시 주석의 심양 방문은 2013년 8월에 이어 1년 11개월 만입니다. 심양 현지 기업인과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심양을 찾아 동북 지역의 옛 공업기지 진흥을 강조하고 랴오닝성이 추진 중인 대외개방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심양은 길림성, 료녕성, 흑룡강성 등 동북 3성 중 랴오닝 성의 성도이며 랴오닝성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16일부터 18일까지는 길림성 일대를 둘러보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최근 동북지역 방문이 이 지역과 접경한 북한에 대해 최근의 불편한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는 신호를 거듭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중관계는 김정은이 올해 9월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할지도 불투명할 정도로 악화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시 주석의 동북3성 방문이 북한, 특히 김정은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다수의 의견과 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북한과 마주 대하고 있는 접경지역을 둘러 본 것은 ‘내가 북한과의 국경지역에 오면서도 평양에 가지 않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평양을 방문하게 하고 싶으면 핵무기를 포기하고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하여 주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신호를 평양, 특히 김정은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박성우: 북중관계와 관련해서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하나 더 있었죠.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에 있는 중국 인민군 묘지에 화환을 보냈습니다. 이게 중국 정부에 보내는 신호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중국과 냉랭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북한이 최근 잇따라 중국에 화해의 손짓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정전협정 62주년인 지난 7월 27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7월 25일에는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 연설에서 “우리의 정의의 혁명전쟁을 도와준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 동지들에게도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며 두 차례나 감사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지난해 김 제1위원장은 물론 정전협정 61주년 중앙보고대회 보고자로 나선 현영철 당시 인민무력부장도 ‘중국’이라는 단어조차 거론하지 않았던 점과 비교하면 이는 분명하게 큰 변화입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이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 이후 경색됐던 북중관계의 복원으로 이어질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28일 북한의 이러한 일련의 변화에 대해 “관계 정상화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중국을 향해 화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최근 중국 수뇌부의 대북 압박 외교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이 최근 북한 바로 코앞인 서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고 시진핑 주석이 북중 접경지역 방문 시 북한의 유사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집단군을 방문한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 압력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 군부에서 예전과 달리 강경한 대북 압박 발언이 나오는 상황을 김정은 입장에서는 보통 일이 아니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직접 나서 중국에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것은 지난 2년 동안 그가 중국에 날을 세우며 저항을 해 보았지만 결국 중국이라는 보호막이 없으면 북한 체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먼저 외교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중국은 날이 갈수록 한국과 더 친해지고 북한은 멸시하고 무시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김정은을 움직인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에게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앞에서도 언급을 하였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국노병대회 축하 연설을 통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하고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김정은 명의의 화환을 보냈습니다. 이는 제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에 대한 중국의 불만으로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북중관계를 복원하고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화해의 신호탄을 쏴 올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북중관계는 현재 최악의 상황입니다. 지난 7월 11일은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54주년이었지만 양국은 아무런 행사도 열지 않았고, 리진쥔 평양 주재 중국 대사를 김정은이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북한은 정치·외교·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갈수록 강화되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중국의 우산은 더욱 절실한 상황인데다 현재 김정은 정권이 강력히 추진하는 경제개발구에 대한 외자 유치 등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중국이 북중 국경지대를 폐쇄하면 북한의 경제회복은 물론이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질식사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중국이 원유를 주지 않는다면 북한은 반년을 버티기가 힘들 것입니다. 군사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으면 북한 혼자만으로 미국을 상대한다는 것은 100퍼센트 불가능한 일입니다.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이 북한을 고립시키는 행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북한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집니다. 김정은이 자존심만 세우기에는 현재의 북한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면, 중국의 전승절 기념일인 9월 3일을 기해서 김정은이 직접 북경을 찾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중국이 올해 9월 3일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2차 대전 종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북중 양국이 두 나라 사이의 최대 쟁점인 북핵 문제를 놓고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3월 말 평양에 부임한 리진쥔 신임 주 북한 중국대사가 4개월째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두고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리 대사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비핵화 의지를 보여달라는 중국의 요구를 북한이 거부하는 표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김정은을 일본 파시즘 승리 70돌 기념 열병식에 초청하였고, 그래서 김정은이 친중적인 연설 한 두 번 하는 것보다는 직접 중국 행사에 참가하면, 그리고 시 주석과 만나 ‘비핵화를 하겠다’고 발언하면 북중관계는 언제 그랬냐 싶게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핵입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시 주석과 만나 할 말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이번 중국 전승 70돌 행사에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나 황병서 정도를 파견하여 구색이나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박성우: 위원님 말씀 듣다 보니 올해 하반기의 한반도 정세가 상당히 복잡한 국면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