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지난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관계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이른바 ‘전승절’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60주년이면 꺾어지는 해이고, 북한으로선 이게 굉장히 큰 행사인데, 중국이 이런 잔칫날에 대표를 보내서 “비핵화”를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에서는 해방 50돌, 60돌 이런 걸 정주년이라고 해서 큰 명절로 쇠지요. 특히 이번 7.27 정전 기념일은 환갑을 의미하는 60주년이라는 큰 의미도 있고, 또 김정은 제1비서가 후계자로 거의 안착한 후 열린 가장 큰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행사장에 나온 김정은의 모습을 보고 모두 놀랐습니다. 김정은이 그토록 입고 싶어한다던 원수복을 입고 나오지 않았고, ‘핵 강국’이나 ‘핵 보유국’ 등의 구호도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화난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상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기념일 바로 이틀 전에 김정은이 중국측 대표단장인 리위안차오 국가 부주석을 만난 후과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중국은 이번 행사에 7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이 아니라 그 아래급인 정치국 위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김정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단호하게 요구했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습니다. 즉 도발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죠. 특히 시진핑 주석은 북한이 가장 큰 명절로 쇠는 7.27 행사에 정치국 위원을 보내면서 친서도 보내지 않고, 구두로 친서를 대신하는 절묘한 외교적 선택을 하였습니다. 김정은으로서는 명절날 중국의 훈시를 들은 셈이죠.
중국의 신화통신은 리 부주석이 김정은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을 요구한데 대해 보도했는데,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양국의 친선관계를 대를 이어 빛내기 위해 리 부주석이 조선을 방문하였다는 식으로만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이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내 놓았는데, 중국은 북한의 이른바 명절에 대표단을 보내 핵을 발전시키지 말라고 요구하였으니, 김정은이 7.27 당일 날 화가 날만도 한 것이죠. 김정은이 ‘핵 강대국’ 자랑을 하나도 하지 못한 것도 중국이 가진 영향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는 현재 북중 양국의 시각차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게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중국 내에서는 6.25 전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위원님도 관심있게 보셨을텐데요. 어떤 맥락에서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중국은 6.25 한국전쟁에 연인원 178만9천여명을 보냈고, 이중 13만6천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국은 이 전쟁에서 3만6천여명이 전사하였죠. 그런데 7.27 정전기념일 날 워싱턴과 베이징의 표정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날이 잔칫날이었죠. 정전 60돌 기념행사에 사상 처음으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여 기념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연설에서 “6.25전쟁은 무승부가 아니라 한국이 승리한 전쟁이었다. 오늘날 한국 국민이 누리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는 이 전쟁이 승리한 전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중국의 분위기는 밝지 못했습니다. 6.25전쟁 참전과 북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 ‘탕쉰’이 6.25전쟁 참전을 놓고 7.27 정전 기념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33%인 4만682명이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중국이 아직은 공산주의 국가이고, 어느 정도 통제가 이뤄지는 나라라고 볼 때, 이는 놀라운 수치죠.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중국 지원군으로 전쟁에 참전하였던 노병인 장쩌스 현 중국작가협회 회원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시 미국이 중국을 침범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훗날 알고 이 전쟁에 참전한 것을 후회하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 속에서는 “중국이 김일성에게 속아 북한 편에 서서 참전해 대만을 해방할 기회를 놓쳤다. 우리는 소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즉 노동력을 바쳤다”는 식의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도 눈에 띕니다. 중국 외교부는 6.25전쟁을 ‘조선전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항미원조전쟁’, ‘항미보가위국’ 전쟁이라고 불렀습니다. ‘항미’라는 단어, ‘원조’라는 단어가 이젠 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중북관계가 특수 관계, 즉 피로써 맺은 관계가 아니라, 일반관계로 변하고 있다는 것 의미합니다.
박성우: 북한과 중국의 무역관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중국의 대북 수출액이 4년만에 감소했지요. 그 의미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중국의 해관총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중국의 대북한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줄어든 15억9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대북 원유 수출액이 20% 이상 감소한 2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대북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원유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에너지를 통해 북한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어느 나라나 에너지, 즉 에네르기가 감소하면 국가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원유 감소를 통해 압박을 하니, 북한이 최근 이란과 원유 수입 문제를 논의한 것이죠. 그러나 국경 바로 밖에서 에네르기를 들여오는 것하고 멀리 중동까지 가서 배로 원유를 들여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이 중국에 세게 나갈수록 이런 압박은 커질 것이고, 이는 김정은 체제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 세계의 말을 듣고 핵을 포기하는 길로 나가는 것만이 북한이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국내외 언론들은 이른바 ‘전승절’ 행사 기간 동안 김정은이 보여준 ‘거리낌없는 행동’을 주목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이번 7.27 행사에 많은 외신 기자들을 초청했죠. 심지어 김정은이 ‘전승기념관’ 참관 때 휴식을 하던 외신 기자들에게 다가와 ‘조우’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영국 채널4의 기자가 김정은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어떤 메시지를 서방에 보내고 싶으냐”고 물어 보아도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세계에 보여주려 한 것은 자신은 그렇게 폐쇄적인 지도자가 아니다, 나는 개방주의자다, 이런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는 우연히 이뤄진 장면이 아니라 고도로 계획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은 현재 사면초가에 놓여있습니다. 핵실험 이후 강력한 유엔 제재를 받고 있어 무역도 이뤄지지 못하고, 핵·경제 병진노선 채택 이후 그 어떤 나라도 북한에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일반 경제는 거의 다 무너졌고 내부자원은 고갈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도 이뤄지지 않으니 나라의 경제가 발전할 수 없죠.
2차 세계대전 후 구라파가 발전한 것도 미국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고, 중국과 베트남도 개혁과 개방을 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이뤄져 경이적인 경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그런 발전을 하고 싶은데 핵문제가 목에 걸린 가시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니, 이런 달라진 취재 모습을 통해서라도 서방 세계에 자신은 개방적인 지도자라는 신호를 보내고 싶은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일성 경기장에서 이른바 ‘전승절’ 행사 도중에 졸고 있거나 하품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보도됐는데요. 위원님은 그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시던가요?
고영환: 광장에서 기절해 쓰러진 병사를 업고 나가는 사진, 간부들이 초대석에 앉아 졸고 하품하는 모습의 사진들이 전 세계 보도됐습니다. 저는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북한이 이전 김정일의 북한처럼 모든 것이 시계처럼 맞아 돌아가던 그때의 북한이 아니구나, 이젠 북한이 통제하려고 하여도 첨단 기술들로 평양의 모습들이 실시간으로 외국에 나가고 있는데 북한이 그런 것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구나, 정말 세계적인 흐름은 막을 수 없구나, 그런 생각들을 하였고, 저 간부들은 저런 사진이 나가도 괜찮까, 그런 걱정을 했습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하품했다고 목이 달아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