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중국을 방문할 거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들어서 김정은 제1비서의 중국 방문 가능성을 점치는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뭐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그리고 실장님은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최근 중국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가 올해 11월경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김정은이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지난 2일 만났고,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는 북한의 리명수 인민보안부장이 중국을 방문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고요. 특히 이번에 왕 부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난 게 큰 근거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실 김정은이 북한의 새 얼굴로 된 이후 처음으로 만난 중요 외국 사절이 중국 대외연락부장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최근 준공된 릉라 유원지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 옆에 앉은 사람은 중국대사였습니다. 물론 릉라 유원지가 중국의 도움을 받아 건설된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 나라의 지도자가 놀이기구를 타면서 외국 대사를 자기 옆자리에 앉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이런 사실들에 비춰볼 때,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에 제스춰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에서는 올해 10월 새로운 당의 지도부가 출현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김정은은 아마도 새롭게 등장하는 중국의 새 지도자들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 앞서 먼저 만나고 싶어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중국식 개혁을 촉구하는 중국을 내심으로 싫어하면서도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과 엇설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말로 ‘뿌싱’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안 된다’는 뜻이죠. 중국이 ‘안 된다’고 말하고 돌아서면 다시 돌려 세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주지 않거나, 북중 국경을 닫아버리면, 북한은 짧은 기간 내에 붕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그러니 중국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하고, 그래서 추파를 던질 수밖에 없는 거지요.
처음 만난 외국 귀빈도 중국 사람이고, 놀이기구를 같이 탄 외국 대사도 중국 대사이고, 이런 것을 보면 김정은이 올해 말 전에 중국에 가서 도와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김정은과 관련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외형적으로는 조금 변화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지요?
고영환: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외교정책)는 정치범 수용소인 “14호 수용소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책을 쓴 미 워싱턴 포스트 아시아 특파기자 하든이 지난 1일 작성한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 체제가 외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권문제 등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하든에 의하면 북한이 최근 공개 공연에서 미국영화 장면을 내 보내고, 미국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인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을 선보이는 행동을 하지만, 이를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로 보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포린폴리시는 북한이 아직도 수많은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고, 인권을 극도로 탄압하는 억압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저도 여기에 동감합니다. 북한이 변화하려면 세계사에 유례없는 정치범 수용소들을 해체해야 하고, 거주의 자유, 여행의 자유, 말할 수 있는 자유 등을 부여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살아온 제 경험에 비춰볼때, 북한 체제의 변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큰 척도 중 하나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을 없애는가 유지하는가에 있습니다. 10대원칙을 포기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없앤다면, 저는 북한이 변화한다고, 그리고 환영한다고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영화 한편을 선보인다고, 김정은이 부인을 옆에 데리고 다닌다고 해서 북한이 본질적으로 변화한다고 보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김일성을 따라한다는 건 이제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도 다 아실텐데요. 그런데 이런 노력이 주민들에게서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고영환: 김정은이 2010년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났을 때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이 환생하였다고 할 정도로 놀랐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걸음걸이나 머리칼을 자른 모습, 입고 있던 양복 등이 김일성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북측 지도부는 김정일이 너무나 주민들 속에서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젊은 후계자를 선 보일때 차라리 할아버지 김일성을 닮은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처음에는 먹힌 것 같아요. 그러자 김정은은 김일성 따라하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듯 합니다. 농립모나 중절모를 쓰고, 김일성처럼 뒷짐을 지고, 김일성과 같은 옷을 입고, 김일성처럼 부인을 데리고 다니고, 이런 모든 게 김일성 흉내를 내는 거지요. 이는 아마 김일성의 영상을 따와서 주민들 속에 지도자 영상을 심어 주려는 고도의 이미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아무리 김일성 따라하기를 하여도 북한 주민들의 삶이 하나도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에 북한 인민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지도자는 젊은 부인과 함께 ‘평양 공화국’에서 놀이기구나 타고, 평양 밖으로는 나가지 않으니 누가 좋아하겠느냐는 거지요. 지금 북한엔 큰물 피해가 났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재난을 입은 지역에는 가지 않고, 유원지와 공연 구경만 다니고, 새파란 청춘들처럼 놀이기구를 타고 좋아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양에서는 김정은과 장성택 등 김정일 가족들이 잔치만 즐기는데, 지방은 가뭄에 시달리고 폭우에 집이 잠기고 끼니걱정에 땔감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김정일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올림픽 관련 소식도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이 예상했던 것보다 잘 하고 있지요. 그런데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하나같이 ‘김정은 동지 덕분'이라면서 모든 공을 김 비서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이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인데요. 실장님,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고영환: 지금 런던에서는 올림픽이 진행 중입니다. 북한 선수들이 연이어 금메달을 따서 세상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지요. 현재 중간집계로 본 메달 순위는 중국이 1등, 미국이 2등 그리고 대한민국이 3등, 그뒤로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북한이 8위의 성적에 올라 있습니다. 북한이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메달을 딴 후에 북한 선수들의 대답이 다 똑같습니다. 금메달을 딴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김정은 원수 덕분이다”라고 대답합니다. 북한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 선수들은 ‘돌아가신 아버지께 꼭 금메달을 드리고 싶었다’, ‘어머니가 뒷바라지를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 ‘어깨가 탈골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새로 태어나는 아들에게 금메달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등의 말을 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는데, 북한 선수들은 말을 맞춘 것처럼 다 ‘김정은 원수 덕’이라고 하니 세계 기자들이 ‘역시 북한은 우리 지구상에는 없는 나라, 이상한 나라, 심지어 괴이하기 그지 없는 나라’라고 하는 거지요.
저도 한국에 와서 몇 년 동안은 국제경기를 할 때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는데, 북한 선수들이 이기면 꼭 정치적인 발언들을 하여 다시는 응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메달을 딴 후에 김정은 덕이라고 말을 해야 살아남고 환영을 받는 체제 하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이해가 가긴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해야 하는 북한 선수들이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박성우: 북한 선수들이 안쓰럽다는 지적이 이해가 되고요. 이 같은 북한의 현실이 씁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