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북한 관련 역할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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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미국 행정부 수뇌부의 반응을 정리해 봅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미국 행정부가 내놓는 북한 관련 발언이 좀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죠.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나요?

고영환: 지난 1일 미국 NBC 방송과의 기자회견에서 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 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발언을 공개했습니다. 이 기자회견에서 그레이엄 의원은 "나는 대통령의 말을 믿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곳, 즉 한반도에서 벌어질 것이다. 만약 수천 명이 죽는다고 해도 거기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한반도 '전쟁' 발언이 나오고 그것이 공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같은 날 미국 백악관의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그레이엄 의원의 전쟁 발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기자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중지시키기 위해 우리는 모든 옵션(선택지)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고 김정은이 미국을 심하게 자극하는 발언들을 잇달아 하면서 미국 정부와 미국 대통령의 반응 수위도 같이 상승하는 형국입니다. 지구상에서 최강인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어 놓겠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나라는 북한 뿐입니다. 심지어 2대 강국이라고 하는 중국이나 군사강국인 러시아도 이러한 협박과 공갈을 감히 하지 못합니다. 북한 군사력이 미국은 몰라도 러시아나 중국보다 더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취자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세계 최강인 미국과 미국 국민을 상대로 핵전쟁을 하겠다느니, 워싱턴과 뉴욕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느니 하면서 김정은이 도발 수위를 극도로 올리고 있으니 미국 국민과 정부, 트럼프 대통령까지도 북한을 그대로 좌시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반대해서 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는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 특히 김정은이 호랑이 앞의 강아지처럼 무분별하게 미국과 미국 국민을 상대로 계속하여 위협을 하고 도발한다면 언젠가는 호된 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인내심의 끝이 어디인지 북한 지도부와 김정은이 잘 알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박성우: 반면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느 시점에 북한과 생산적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우리는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며 “하지만 대화의 조건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과 역내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니고 위협도 아니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교체와 붕괴, 한반도 통일의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고 있으며 38선 이북에 미군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2일 북한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을 한꺼번에 제재하는 통합 법안에 서명하기 하루 전에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불사 발언, 상하원 의원들과 국무장관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책상 위에 모든 선택들이 있다”고 밝힌 것처럼 미국은 북한과 대화부터 전쟁까지 모든 선택지를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은 외교수장으로서의 발언이며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는 경우에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우리 청취자들이 듣기에 따라서는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북한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원장님, 한 번 더 설명해 주시죠.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요?

고영환: 이에 대한 대답은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대통령은 분명히 북한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거침없이 말해 왔다. 누차 말한 대로 우리는 모든 선택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으며, 어떻게 할지는 공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 내용에 다 들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전쟁 불사 발언은 북핵 폐기를 위한 대북한 군사적 작전이 준비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 정부, 정보기관, 언론, 연구기관들에서 제기되고 있는 ‘군사적 선택 혹은 북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새로운 대북전략을 짜야 한다’는 여론을 미 국무부가 한 단계 아래로 진정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위에서 언급한 발언 내용의 차이가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갈등이나 이견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미 국무부는 대화를 얘기하고 트럼프와 국방부 등은 강경하고 원칙적 메시지를 내는 '역할분담'으로 보는 게 맞다는 의미입니다.

확실한 것은 북한의 미국에 대한 도발과 위협을 미국이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우선적으로는 유엔 제재이든, 2차제재이든, 독자제재이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경제적 노력을 다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레드라인, 즉 붉은선을 넘는 경우에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정말로 명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반복됨에 따라 한반도 ‘8월 위기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부원장님은 어찌 판단하시는지요?

고영환: 말씀하신대로 현재 한반도 8월 위기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를 제공한 당사자는 물론 북한입니다. 북한은 최근 연속하여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였고 김정은이 미국과 미국 국민을 상대로 극단적인 언어의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국이 군사적인 대북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한국군 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추가 도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억제하는 무력시위 차원에서 오는 8월 21일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이전에 미국 항공모함 2척을 전개하는 방안을 미국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됐던 지난 5월 31일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칼빈슨함과 로널드 레이건함 등 항공모함 2척이 모여 합동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에 핵실험을 감행하려 했지만 중국의 만류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월에는 한미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고 북한은 이를 핑계 삼아 도발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더군다나 9월 9일 이른바 ‘공화국 창건 기념일’까지 끼어 있어 북한은 6차 핵실험을 하거나 또다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 팽팽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될 수 있고, 이 같은 이유로 8월 위기설이 불거지는 것입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경우 8월 위기설이 ‘설’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진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셨는데요. 북측 지도부도 새겨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