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통큰 지원 요구하는 북한의 두 얼굴

북한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는 지난달 29일 최근 폭우로 무너진 가옥 등 수해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게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는 지난달 29일 최근 폭우로 무너진 가옥 등 수해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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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큰물피해를 입은 북측이 남측에 통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에도 수해가 심했다는데요. 북측이 남측에 ‘통큰 지원’을 요청했지요?

고영환: 북한이 지난 8월4일 조선적십자회 위원장 명의로 남한에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북한이 큰물 피해를 입었으니, 지난 번처럼 통이 크게 식량과 시멘트, 복구를 위한 기계 설비들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에 앞서서 8월3일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이미 통지문을 보냈어요.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차원에서 구호물자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물자는 의약품, 생활 필수품, 어린이와 환자를 위한 긴급 식량이고, 도합 5백만 달러어치를 보내겠다’는 내용인데요. 한국 정부는 지난해에도 북한의 큰물 피해 때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쌀 5천t, 라면 3백만개, 의약품을 보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문제는 현재의 남북관계가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아주 냉랭해져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자연 피해를 입어 고생하는 북녘 동포를 도와줘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거지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금강산 관광 문제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한국의 현대그룹에 독점권을 줘서 금강산 관광지구를 개발하고 관광을 하다가, 남한의 한 여성이 관광 지역을 조금 벗어났다고 해서 북측이 총으로 쏴 사망하게 한 사건이 터졌어요. 박왕자 씨 사건입니다. 한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데요. 국민이 죽었으니 ‘사건 조사를 하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라’고 북측에 요구했는데, 북한 지도부는 이걸 거절해서 금강산 관광이 지금껏 중단된 거지요. 북한이 계속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가 ‘금강산 지구내 한국 사람들의 재산을 모두 압류하겠다, 다 처리하겠다’고 위협해 왔는데요. 사실 이건 국제적인 조약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북한은 또 최근에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가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어요. 이는 결국은 남의 재산을 도둑질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강도 논리입니다. 이건 이렇다고 하더라도, 남한은 어쨌든 북한이 수해를 입었으니 도와주겠다고 하는 건데요. 북한 지도부가 사리에 어긋나고 국제 조약에도 어긋나는 이런 일들을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들이 결국은 사람의 신뢰를 해치는 겁니다. 우리는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북한은 뒤에서 등에 칼을 꼽는 식의 행동을 하고 있는 건데요. 이런 건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예전엔 수해 지원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완화된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이번엔 어떨 걸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우리 속담에 ‘어려울 때 진정한 벗을 알아본다’는 말이 있어요. 남측 정부와 국민은 북측이 고난의 행군으로 어려울 때와 식량난이 심할 때, 수십만 톤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해 왔거든요. 이런 게 계기가 돼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분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도 남한 국민들의 성의가 북녘땅에 전달돼 정치 군사적으로 팽팽해진 대치 상태를 끝나게 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에 김영철이 있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 이런 말이 있다던데요. 어떤 의미입니까?

고영환: 대북 소식통들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이 ‘후계자 김정은이 김일성 종합대학에 다닐 때 개인 교습을 했다’고 자랑하면서 다니고 있다고 해요. 이 사람이 이야기하는 건 ‘김정은을 키운 게 바로 나다’라는 건데요. 김영철 총국장이 김정은에게 많은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해 당대표자회에서 김영철 상장이 김정은 바로 옆에 앉은 것으로 봐선 사실인 듯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김영철이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별 하나짜리 소장이었다는 거지요. 그랬던 사람이 지금 후계자를 믿고 자꾸 큰소리를 치고 다니니까,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나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같은 높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새파란 놈이 김정은에게만 잘 보이려고 하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겁니다. 리영호 총참모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도 김정은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심지어는 이들까지도 ‘김영철이 너무 나댄다’면서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외무성과 통전부 사람들 속에서는 ‘김영철의 목을 떼야 조선이 발전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이게 무슨 소리냐면, 지난해 3월 천안함 폭파 사건, 또 지난해 11월 연평도 방사포 포격 사건, 이런 걸 모두 김영철이 주도한 걸로 알려지고 있거든요. 과거를 돌이켜 보면, 7.4 남북공동성명 바로 전 시기에 남북관계가 상당히 악화됐었어요. 청와대 기습사건도 있고 했는데요. 그때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바로 전, 김창봉 민족보위상과 허봉학 대남 총국장이 숙청됩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김창봉 민족보위상처럼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자신이 숙청될 걸 우려하고 있다는 거지요. 이런 상황 때문에, 김영철이 있는 한 남북관계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거지요.

박성우: 또 한가지 주목할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열렸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애급(이집트)을 철권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이 사람은 북한에도 자주 갔고, 북한 지도부와도 자주 만났는데요. 지난 8월3일 하얀 죄수복을 입고 카이로에 있는 특별 재판소에 재판을 받으러 나타났습니다. 야위고 허약해진 모습이었어요. 저 사람을 보면, 정말 저 사람이 30년 동안 ‘애급의 현명한 지도자’라고 불리면서 추앙받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었어요. 설명을 좀 드리면, 무바라크는 지난 2월11일 애급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로 자리에서 물러났어요. 이후 샤롬 엘 세이크라는 애급의 지방 도시에 연금돼 있었는데요. 이 사람의 죄는 애급의 국가 재산과 외화를 부정축재한 죄, 민주화 시위에 나선 시위대에 총을 쏘라고 한 죄, 민족 반역죄, 이런 겁니다. 이번 재판에서 사형 판결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한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무바라크와 함께 재판정에 나타난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둘째 아들 가말입니다. 북한으로 치자면 당 조직지도부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당 정책위 의장을 했던 사람입니다. 또 그의 형인 알라도 재판정에 같이 섰습니다. 이들의 죄목도 부정축재인데요. 무바라크처럼 독재를 하다가 물러난 사람이 많거든요. 로무니아(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대통령이 총살됐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도 총살됐고,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도 감옥에 있다가 사망했습니다. 역사는 정말 독재자를 꼭 징벌하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이집트에서 진행되는 이 재판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북한에도 마음 불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