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70년 전 남북 분단으로 끊어진 경원선 철도가 남측 구간부터 복원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경원선 철도를 복원하는 공사가 시작됐죠. 현재는 공사가 남측 구간에서만 이뤄지고 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70년 전 남북 분단으로 끊어진 경원선 철도가 남측 구간부터 복원공사에 들어갔습니다. 경원선은 1914년 8월 개통돼 한국 서울의 용산역에서 북한의 원산역까지의 223.7㎞를 운행하며 물자 수송을 담당했으나 1945년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고 6·25 전쟁으로 남북 접경구간이 파괴됐습니다.
경원선은 수도권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잇는 최단거리 노선입니다. 이 때문에 경원선이 한반도 종단열차로서 남북한 운행을 재개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계돼 전체 유라시아 철도망이 구축되는 것입니다.
경원선 신탄리∼백마고지역(5.6㎞) 구간은 2012년 11월 먼저 복원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경원선 남측 구간에 남아있는 백마고지역에서 군사분계선 남측 경계까지의 11.7㎞ 복원 공사를 확정하고 백마고지역∼월정리역의 9.3km 구간 공사를 1단계로 착수했습니다. 비무장지대에 있는 월정리역∼군사분계선 사이 2단계 구간 즉, 2.4km는 공사 착공 전 북한과 협의가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원선 복원 공사 1단계 백마고지∼월정리 구간 기공식을 개최했습니다. 저도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열차로 서울역을 떠나 불과 한 시간 남짓 달려 군사분계선 남쪽의 백마고지역에 도착해서 이 행사에 참석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도 육성으로 직접 들었습니다.
저는 대통령의 연설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통일은 거창한 구호보다는 지난 5일의 경원선 철도 복구 기공식처럼 실천적으로, 하나 하나씩,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단절되었던 경원선 철로가 복구되어 서울에서 떠난 기차가 원산, 나진을 거쳐 시베리아의 넓은 벌판을 달릴 그 날이 왠지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벽돌 쌓듯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통일은 반드시 이룩될 것입니다.
박성우: 앞서 언급하셨습니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 내용 중에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는데요. 좀 더 소개를 해 주시죠.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우리는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라면서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발언, 즉 “앞으로 경원선이 복원되면 여수와 부산에서 출발한 우리 기차가 서울을 거쳐 철원과 원산, 나진과 하산을 지나 시베리아와 유럽을 연결하게 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진군을 알리는 힘찬 기적 소리가 한반도와 대륙에 울려 퍼지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으로 있을 때 평양을 떠나 라진-하산, 하바롭스크 등을 거쳐 모스크바로 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자주 탔습니다. 그때는 시베리아가 정말 넓다는 생각만 하였는데, 한국에 와서 그리고 부산에 가 보니 한반도의 끝 부산에서 열차가 떠나 서울을 거쳐 원산과 라진을 지나 광활한 러시아를 횡단하여 모스크바, 베를린을 거쳐 구라파의 끝인 포르투갈에 가 닿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북한이 같은 민족인 한국의 진정성을 믿고 굳게 닫아건 문을 열며 변화의 길로 나온다면 통일이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사실 경원선 복원 사업도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이해 추진하고 있는 건데요. 남북한이 이런 사업을 관계 진전의 계기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현재로썬 그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그냥 남북이 각각 자체 행사를 할 예정인데요. 위원님, 왜 이렇게 된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3∼15일 사이에 민족통일대회를 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보도들에 의하면 북한은 백두산에서 이른바 ‘자주통일 대행진’ 출정식을 시작으로 평양과 판문점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모임, 자주통일 결의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말로 다채로운 행사들이 벌어집니다. 한국 정부는 다음 주 금요일인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광복 70주년 공동행사를 하자고 이미 오래전에 제의하였으나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결국 반쪽짜리들의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북한이 북측 자체의 행사만으로 진행하려는 이유는 한국 단체들, 한국 사람들이 북한에 들어와 명절을 쇠고 행사들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 서울에 오고 부산에 가서 남북 공동으로 행사를 하고 명절을 공동으로 쇠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와는 상반된 북한의 태도는 참으로 유감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광복에 대한 인식이 남과 북이 너무 다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8.15 광복이 김일성에 의해 이뤄졌다고 선전하지만, 한국은 2차대전에서 일본이 미국과 소련에게 패하면서 광복이 왔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정권에게 광복 70주년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지난 8월 1일부터 ‘해방자 김일성’에 대한 찬양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요새 북한 텔레비전을 보면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을 이끌고 나라를 광복시켰다는 소식들로 넘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수령님은 민족 자체의 군력으로 나라를 찾으신 선군혁명의 개척자이시다”라며 김 주석을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에게 있어서 8·15는 김일성이 나라를 세운 명절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외국어 대학을 다닐 때 어떻게 100만이 넘는 일제 관동군, 전투기와 항공모함까지 소유하고 있던 일본군을 수천명에 불과한 이른바 ‘조선인민혁명군’이 어떻게 무찔렀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외교관으로 외국에 나가 있으면서는 김일성이 소련 극동군 88여단의 대위라는 자료와 사진들을 보고 참 많이 놀랐습니다. 더구나 조선인민혁명군이라는 조직도 없었고 동북항일연군 내 조선인 부대의 인원이 수 십명 정도에 불과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일본군을 패배시킨 것은 1941년부터 태평양에서 일본군과 싸운 미군과 1945년 8월 대일전쟁에 참가한 소련군이었다는 사실을 역사적 자료와 기록영화들을 통해 알게 되면서 아연실색하였다는 점을 청취자들께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박성우: 한반도가 어떻게 광복을 맞이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사실마저 북한에서는 왜곡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전해 드리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도네시아의 한 단체가 주는 상을 받게 됐다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위원님은 어찌 보셨는지요?
고영환: 지난 8월 1일 ‘자카르타 글로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건국 대통령 수카르노를 기념하는 단체인 수카르노센터가 올해의 '수카르노상' 수상자로 김정은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재단 측은 “그는 조부 김일성으로부터 반제의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자카르타 글로브는 “김정은이 세계 평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틀림없이 인도네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올해 10월 10일 김정은에게 주는 선물로 이 상을 달라고 치열하게 외교 활동을 펼친 결과이고, 수카르노 센터는 수카르노와 김일성의 친분 관계를 고려하여 김정은에게 이 상을 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카르노 센터라는 곳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하나의 작은 민간단체에 불과합니다. 김정은을 일부로 깎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저도 북한 외교관으로 있을 때 그러한 활동들을 하였으므로 아직도 1980년대와 비슷한 이른바 ‘위대성’ 외교를 하고 있는 북한 외교관들이 안쓰럽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이런 상을 받고도 김정은 제1위원장은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정치인에게 주어지는 상 중에서 최고봉은 노벨 평화상일텐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추진해서 그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날이 오면 경원선 철도는 남쪽과 북쪽에서 복원이 모두 끝난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