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제1차 회의를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7일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외교안보 분과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하셨는데요.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그리고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도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대통령 직속 기구로 만들어진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가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됐습니다. 회의에는 30명의 민간측 위원과 장관, 차관들, 특히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20명의 정부측 위원들, 그리고 전문위원들, 자문단 대표들, 정부 부처 간부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대통령과 장관들,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들이 참여한 회의였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회의였고, 가장 중요하게는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지도한 회의라 분위기가 때로는 열기를 띠고 때로는 화기애애하게 장시간 진행됐습니다. 저도 한국에 와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큰 회의에 여러 번 참가하였지만, 앞줄에 앉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토론에 직접 참가하는 회의는 처음이라 감격이 남달랐습니다.
대통령은 통준위가 올 초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통일 대박’ 발언과 지난 3월 독일 방문 길에 내놓은 통일 구상인 ‘드레스덴 선언’을 실현시킬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즉 지휘부가 돼 줄것을 요청하셨고, 북한에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주민들의 삶을 높이는 것은 당장 인도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겠지만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기초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음모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의 목표는 평화 통일이며,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평화통일 기반을 쌓아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을 대화 상대로, 통일의 동반자로, 그리고 이 통일을 평화적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을 재차 천명한 것이죠.
또한 회의에서는 위원들의 의견이 교환되었는데요. 여야 대표들이 참가하고, 진보와 보수측을 대표하는 학자와 전문가들로 통준위가 구성되어 평화 통일을 준비하는 소통의 장이 마련된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남북한 모든 주민들이 행복해 하는 통일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는 결의들도 다지는 참으로 의미있는 1차 회의였습니다.
박성우: 통준위 출범이 남북관계에도 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많은 분들이 갖고 있는데요. 다음주에 있을 교황의 한국 방문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부분이 많지 않은가 싶습니다.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가요?
고영환: 교황, 즉 북한에서는 로마 교황이라고 부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주일 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로마 교황은 세계에서 ‘어르신’으로 불리는 지도자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 명의 지도자를 꼽으라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그리고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이 들어갑니다. 그만큼 로마 교황의 권위와 발언권,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의미입니다.
교황의 집무실에는 성화 ‘매듭을 푸는 성모 마리아’가 걸려 있습니다. 이 성화의 의미는 성모 마리아가 엉킨 매듭을 풀듯 세계의 갈등이 풀리기를 염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교황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에 오셔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촉진하고 한반도의 아픔을 치유하며 한반도 갈등의 매듭을 푸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여 많은 세계인들이 이 방문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문제에 이미 많은 관심을 돌려온 분입니다. 지난해 부활절 축복 메시지에서 교황은 ‘아시아의 평화,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바란다’, 그리고 ‘의견의 차이를 극복하고 화해의 정신이 새롭게 자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주일 후부터 시작되어 5일간 진행되는 교황의 방한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촉진,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촉구하시는 내용의 발언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교황의 방문이 현재 격화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 길에 중요한 대들보를 놓을 것이고, 남북 갈등과 아픔을 치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교황이 한국을 찾은 다음 날은 광복절이죠. 이날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경축사를 하게 될 텐데요. 연설 내용 중에는 북한과 관련한 부분도 포함이 되겠지요. 위원님은 어떤 내용이 담길 거라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광복절인 8월 15일을 기해서 남북의 지도자들은 중요한 제안들을 해 왔습니다. 1960년 김일성 당시 수상은 8.15 경축사에서 ‘남북 연방제’를 주장하였습니다. 1970년 박정희 전대통령은 광복절 축사를 통해 ‘평화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접근 방법’이라는 통일 구상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8.15 경축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대북 구상과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은 광복 70주년이고 동시에 분단 70주년이 되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에 ‘통일은 대박’이라는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 등을 ‘흡수통일’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어떠한 구상이 제시될지 아직 알려진 것은 없지만, 인천 아시안 게임과 이산가족 상봉 등의 현안 문제 외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통큰 제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이 8.15 연설에서 통일에 대한 한국의 진정성을 보이고 꽉 막힌 남북관계에서 숨통을 열 수 있는 매우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측의 최근 태도를 좀 살펴보죠. 요즘 북한 지도부는 화전(和戰)양면 전술을 쓰고 있는 듯 한데요. 먼저 호전적 측면부터 좀 들여다 보겠습니다. 북측은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이에 맞서서 핵실험도 할 수 있다는 위협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7일 이달 중순에 열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을 비판하며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또한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북한이 연이어 진행한 미사일 발사 훈련이 미국을 향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는 글을 실었습니다. 신문은 계속하여 탄도 로켓이 임의의 순간에 발사될 수 있으며 미국의 도발이 금지선을 넘으면 북한군이 한치의 편차도 없이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북한이 아시안 게임에 참여할 뜻을 보이면서도 한국과 미국을 연이어 위협하고, 핵 실험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는 것은 북한이 이제까지 하여 온 화전양면, 즉 한쪽으로는 전쟁을 하겠다고 위협을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평화를 주장하는, 말 그대로 양면적인 전술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 내기 위하여 결국 군사적 위협을 가한다는 의미로도 되는데, 국제사회에서 이런 룰이 통용되던 시기는 지나갔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반면에 북측은 김정은 제1비서가 이제는 경제에 집중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8월에 들어와 김정은은 지난 3일에는 타일 공장, 5일에는 윤활유 공장, 7일에는 양말 공장 등 경제대상들을 연이어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쪽으로는 핵실험과 미군 기지 타격을 운운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김정은이 경제 시설들을 시찰하는 모습이 상당히 이채롭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상반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선은 북한이 실제적으로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고, 둘째로는 로마 교황의 방문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한반도에서 김정은이 전쟁놀이보다는 민생과 경제를 살리려고 애쓴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군부대 방문보다는 민생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사실 민생 문제에 신경 쓰는 게 지도자가 수행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