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체육외교가 초라해진 이유는?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리우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최룡해 부위원장이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둘러보고 떠났는데요. 총평부터 해 주시죠.

고영환: 제31회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했던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대회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11일을 브라질을 떠났습니다. 최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평양을 출발하여 베이징과 쿠바를 거쳐 지난 4일 오전 브라질 리우에 도착했었거든요. 최 부위원장은 리우에 도착한 첫날 저녁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한 만찬에서 각국 올림픽 위원 및 정상급 대표들과 악수하면서 담소를 나눈 것을 제외하면 외교 일정이 거의 없었습니다.

외교적 사고도 있었습니다. 북한 중앙방송은 최 부위원장이 지난 5일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동했다고 7일 보도했었습니다. 중앙방송은 "김정은 동지께서 테메르 임시 대통령에게 보내시는 따뜻한 인사를 최룡해 동지가 정중히 전했다"면서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도 이에 "깊은 사의를 표하고 김정은 각하께 자신의 충심으로 되는 인사를 전해드릴 것을 부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연합뉴스의 확인 결과 이 방송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브라질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주제 세하 외교부 장관이 이달 5일 최 부위원장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북한에서 부통령급 고위 인사를 파견한 것은 알고 있으나 테메르 권한대행 등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5일 국제올림픽위원장 주최 만찬장에서 수많은 손님들과 가볍게 악수하면서 의례적인 인사를 했으나 깊이 있는 대화들은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의 경험으로 보아서는 만찬장에서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 대행과 최룡해가 만나 인사만 나누었는데 그런 인사말만 한 것을 최룡해가 회담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대행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은 큰 죄를 범하는 것이니 최룡해가 마치도 김정은의 인사를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전하였고 브라질 대통령 대리도 마치 이에 화답이나 한 것처럼 조작을 하여 평양에 보고를 하였고 이에 속은 중앙방송이 그대로 보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룡해가 허위보고를 하였고 김정은을 비롯한 온 북한이 거짓말에 속은 모양새입니다.

최 부위원장은 리우에 체류한 7일 동안 북한 선수단 응원과 브라질 관광 등으로 대부분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북한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를 모은 역도, 양궁, 탁구, 다이빙 등 경기장을 돌며 응원하는 모습이 수시로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선전할 때는 박수를 치다가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는 순간에는 아쉬운 기색을 보이는 최룡해의 모습이 각국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대 성적을 거둬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철학인 '체육 강국을 통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라질 대통령 대행을 만났다고 한 보도도 거짓으로 들통나고 올림픽 성적도 안 좋은 것이 최 부위원장의 출국 일정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들이 그래서 나옵니다.

박성우: 최룡해의 체육 외교가 성사되기 힘들었던 요인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는 최룡해가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올림픽 대회에서 화려한 체육 외교를 벌릴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당시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바 있었습니다.

북한 간부가 북한에서 ‘2인자’라고 소개한 그 최룡해가 브라질에서 직접 만나 회담을 하지도 않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만났다고 거짓말을 한 것도, 그 외의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지 못한 것도 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조건에서 최룡해가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룡해를 환대할 국가는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개최국 브라질이나 라오스 등 일부 나라들에서 최룡해를 예우할 수는 있어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유엔 기구들이 북한을 규탄하는 마당에 스포츠를 계기로 북한이 외교적 성과를 이끌어 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북한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성적이 좋지 못한 점도 북한의 체육 외교를 불가능하게 만든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메달을 따면 세계 기자들이 모일 것이고, 그러면 그 자리에서 선수가 김정은의 영도력으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을 할 수 있겠는데 그것도 안되니 최룡해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만나게 된 것이죠.

박성우: 북한 정권으로선 이번 올림픽에서 최룡해를 보낼만큼 기대가 컸던 것 같은데요. 결과가 좋지 않아서 심기가 상당히 불편할 것 같습니다. 부원장님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최룡해는 '김정은 특사'로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했던 거물입니다. 김정은은 이번 올림픽에 앞서 "금메달을 5개 이상 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북한이 금메달 4개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것과 관련 있어 보입니다.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2012년 올림픽 성적은 김정일 시대의 성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김정은은 자신의 시대 첫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 5월 7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 개막을 선포했습니다. 김정은이 최룡해까지 파견해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은 자신의 권력 안정을 위해서는 금빛 찬란한 '올림픽 성적표'가 필요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김정은 스스로도 체육을 좋아하는 것도 올림픽에 최고위급을 파견한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김정은은 집권 후 미 프로농구 유명 선수였던 데니스 로드먼을 네 차례나 평양으로 초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동아시아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여자 선수단이 귀국했을 때 공항에 나가 마중한 것도 스포츠에 대한 김정은의 애정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과거 독재자들처럼 체육을 활용해 안으로는 주민들의 애국심과 단결심을 고취하고 밖으로는 김정은 자신의 이른바 위대성을 선전하려 하였지만 그것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한국의 삼성전자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모두 최신형 스마트폰을 선물했는데, 북한 선수들은 이걸 지급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고영환: 리우 올림픽 공식후원업체인 한국의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협력해 최신 '갤럭시 S7 엣지 올림픽 에디션' 약 1만2천500대를 대회에 참가한 전세계 선수들에게 무료로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선수들은 모두 삼성 최신 손전화를 가진데 반해 북한 선수들은 이 선물을 직접 수령하지 못했는데요.

저의 생각으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하나는 북한 선수들이 삼성전자가 만든 최신 손전화를 보면 한국제품에 대하여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될 것 같으니 선수들에게 직접 주지 않고 평양에 가져가 간부들이 쓰게 하려고 할 가능성, 다음으로는 선수단 간부들이 이 손전화기를 현지에 팔아서 달러를 가져가려 할 가능성입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모두 최신 손전화기를 가지는데 북한 선수들만 받지 못하는 그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이런저런 일 때문에 북한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은 대회 기간동안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