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 강력한 통일의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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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자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몇가지 제안을 내놨죠. 환경 문제나 문화교류와 관련된 것들인데요. 위원님, 박 대통령의 제안에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5일에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의 생태계를 연결하고 복원하기 위한 환경 협력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 사업을 확대해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의 시동을 위해 “오는 10월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되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북측 대표단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진정으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문화의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통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남북이 함께 발굴 보존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이 함께 광복을 기념할 수 있는 문화 사업을 준비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광복 70돌 남북 공동행사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대북 제안에는 대통령이 올해 초에 제시한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을 쉽고 낮은 부문부터 실현해 나감으로써 남과 북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과 북의 국민 모두에게 행복과 축복이 되는 통일을 이뤄나가려는 강력한 의지가 실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이틀째 되는 날 나왔습니다. 지금 국제사회는 교황의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발언들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14일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도착 직후 “한반도 평화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말하면서 4박5일 동안의 방한 일정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날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남북한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점이 평화의 씨”라며 “이를 잘 심고 가꾸어 나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박 대통령과 수차례 서한 교환을 통해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가 평화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대통령께서) 이 선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억울하고 힘들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고,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존경을 받고 있는 지도자입니다. 교황의 발언 하나 행동 하나에 세계가 환호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여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하여 향후 세계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통일에 대한 관심이 대대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황님의 마음과 그 간절한 기도가 북녘땅에도 전해져 통일과 화해의 길이 활짝 열려지길 기대합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동안 굵직한 일이 많았는데요. 이번엔 북한의 외무상이 참석한 행사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대해서 좀 살펴보죠. 남북한 외교 수장 간에는 유의미한 접촉은 없었고, 대신 회의장에서 설전이 있었다면서요?

고영환: 최근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열렸습니다. 이 국제회의에는 남북한의 외교수장들, 즉 한국의 윤병세 장관과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다 같이 참석해 남북한 외교 접촉의 장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9일 네피도 국제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외무장관 환영만찬에서 두 외교수장이 조우는 하였으나 의미있는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만찬장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이 리수용 외무상에게 다가가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즘 외국 방문 등 많은 활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건넸으나, 리수용 외무상은 고개만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에 본 회의장에서는 남북 외교수장들이 설전을 벌였습니다. 먼저 발언을 한 사람은 리수용 외무상이었는데, 그는 북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을 거론하였고, 이에 윤병세 외교장관은 북한의 통일방안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골자로 한 드레스덴 선언이 합리적인 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윤 장관은 미얀마가 현재 추진 중에 있는 개혁 개방이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이죠.

박성우: 냉랭한 남북관계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북중 간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참가하였는데, 회의장 안팎에서 북중 두 외교수장들 사이에 냉기류가 흐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이 회의장에 들어서는 리수용 외무상에게 악수를 건네자 리 외무상은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가 앉았고, 특히 북중 외교수장 자리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회의 내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중 양국의 분위기는 북한 매체의 보도 태도, 중국 매체의 보도 동향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회의에 참가한 리 외무상의 동정을 전하며 양자회동을 가진 나라들을 일일이 열거를 하였으나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동 소식은 아예 빼버렸습니다. 이는 중국 외교부 사이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외교부장의 양자회담 소식들을 발표문 형태로 적어 놓았는데, 다른 나라 외교부장들과의 회담 소식은 한자 330자 정도로 소개하였으나, 리수용 외무상과의 회담 소식은 72자 정도로 간략하게 전했습니다.

국제 회담이 있을 경우 해당 나라들과의 외교관계가 따뜻한지 아닌지는 회의장 안팎에서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십여년 정도 했는데요. 제가 북한에서 근무할 때는 북중관계가 좋아서 국제 회의장 안팎에서 북중이 만나면 웃으며 인사하고 외교적 공조도 자주 진행하였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북중 외교대표단이 식당이나 대사관에서 만나 서로를 위한 연회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북중관계가 얼마나 냉랭한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이번 ARF는 북한 리수용 외무상에게는 다자간 외교회의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계기였는데요.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리수용 외무상의 이번 외교활동은 어땠습니까? 평가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리수용 외무상은 다자간 외교무대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데뷔를 한 셈입니다. 리수용 외무상이 이번 미얀마 국제회의에서 보인 태도는 중국과 한국,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들과는 다소 어색함을 보였지만 다른 국가 외무장관들과는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세련된 외교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전에 백남순, 박의춘 외무상들은 국제회의에 나타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홀로 서 있거나 해서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에 리 외무상은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관의 품격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리수용 외무상이 당 서기실로 가기 전에 외교부에 같이 있어 봐서 아는데, 그는 외국어도 잘하고 제네바 주재 국제기구 대표까지 한 사람이라 붙임성도 좋습니다. 특히 리 외무상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을 할 때 그의 뒤를 봐준 배경까지 있어 거침이 없는 사람입니다. 사실 국제회의에 북한 대표단으로 여러 번 참가해 본 제가 보기에도 북한 외교관들은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자유롭게 어울리지 못합니다. 저는 리수용 외무상이 훌륭한 북한 외교관의 자질을 보여주는데 일조할 것으로 믿고 싶고, 동시에 북한이 국제사회에 당당히 나타나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저도 북한의 외교가 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도 특수관계라고는 하지만 국가간의 관계이고, 그래서 외교가 필요한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상대로 외교적으로 의미있는 제안을 한 셈이죠. 이 제안대로 남북관계도 작은 것부터 좀 잘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