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첫 단추는 잘 끼웠다”

제7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이 14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열려 극적인 타결을 한 가운데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왼쪽)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과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제7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이 14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열려 극적인 타결을 한 가운데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왼쪽)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과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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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개성공단의 운영을 정상화하기로 남북이 합의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된지 133일만인 지난 14일에 남북 양측이 공단의 운영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주목할 부분인가요?

고영환: 남북이 합의한 내용은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재발 방지, 남측 인원들의 신변보장과 통행·통신·통관 문제의 해결, 외국기업 유치 장려,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자산보호 장치 마련 등 5가지인데요. 가장 주목되는 문제이자 남북이 7차까지 회담을 하게 한 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의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와 정상운영의 문제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공단을 폐쇄하면서 군사훈련과 ‘최고 존엄’ 훼손을 문제 삼았습니다. 한국측은 ‘북한에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단을 닫으면 공단을 운영할 수 없다, 남과 북이 체제가 다른데 조그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꼬투리 삼아 공단을 닫고 그러면 생산이 죽고, 생산 활동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지고, 그러면 누가 공단에 투자할 것이며, 그때마다 생기는 엄청난 손실을 누가 책임지겠는가’ 하는 원칙적 문제를 계속하여 제기하였던 것이죠.

이번 7차 회담에서 북한은 그 어떤 사태가 발생하여도 개성공단은 절대 폐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공단이 다시 열리게 되는데요. 저는 북한이 합의서에서 약속한 것을 지킬 것을 기대하며, 개성공단에 막대한 외화를 투자한 한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5만여명의 북한측 근로자들을 위해 공단이 다시는 중단되는 사태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합의과정에서 상당 부분 양보한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인데요. 그 의도는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한국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하거나 ‘최고 존엄’을 해치는 경우 공단을 다시 중단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공단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첫 번째 배경으로는 개성공단이 닫힐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닫힌 공단을 보게 되는 그 어떤 외국의 투자자도 북한이 아무리 투자를 요청하여도 투자를 하지 않게 되고, 그러는 경우 북한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나선지구, 황금평, 금강산과 원산 개발 등 모든 경제개발 계획들이 실행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감지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이 일방적으로 닫히면서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남한 측 기술자들과 기업인들이 원자재와 생산품들을 차 지붕에 가득 싣고 마치 피난민처럼 휴전선을 넘어 남으로 내려오는 것을 온 세계가 생방송으로 다 보았는데 누가 개성, 라진, 원산, 남포, 신의주 등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두 번째 배경으로는 개성공단이 열리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는 물론 중북관계도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중북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황금평과 나선지구 개발도 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원유와 식량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발전도 이룩하지 못하고 중북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와 남북관계도 악화되면서 대외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으니 북한으로서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합의문의 세부 사항을 좀 짚어보겠습니다. 이번에 ‘남북공동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는데요. 여기서는 앞으로 뭘 하게 되나요?

고영환: 현재 개성공단에는 공동기구가 없습니다. 남측에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있고 북측에는 중앙특구개발총국이 있는데요. 공단은 남과 북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업인데 공동기구가 없었다는 점, 이것이 비정상적이었죠.

이번에 남과 북이 합의한 남북공동위원회는 남과 북의 책임있는 정부 대표들이 공동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어느 일방이 일방적으로 문제를 만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목적입니다. 공장의 운영, 노동자 문제, 통행·통신·통관 문제 등 수시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권한이 있는 남북의 책임있는 간부들이 해결하여 공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죠.

이전에 중국이 개혁·개방을 실시할 때 중국 소주에 싱가포르와 중국이 경제특구를 만들었는데, 여기서도 공동위원회를 만들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풀었다고 합니다. 지금 소주에 있는 싱가포르·중국 특구에는 2천여개의 외국기업에 들어가 있으며 굉장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도 소주를 넘어서는 경제특구로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개성공단의 ‘국제화’라는 용어도 눈에 띄던데요. 이건 뭘 하자는 것인가요?

고영환: 남과 북은 이번 7차 회담에서 개성공단 ‘국제화’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국제화라는 것은 개성공단에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여 남측 공장들뿐 아니라 외국기업들도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그동안 외국기업들을 유치하고 투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합영투자위원회도 만들고 중국 등 여러 나라에 부탁도 하였는데 정세의 긴장과 북한의 협상력과 외교력의 부재 등으로 투자유치 사업이 잘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제화에 합의하면서 한국과 공동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한국은 외국투자 유치에 상당한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외국인들도 한국인과 한국 기업들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기술력과 협상력을 북한에 알려 주고 공동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하게 되면 북한의 오래된 소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국도 얻을 것이 많습니다. 공단이 국제화되면 북한측이 그 어떤 구실을 대면서 지난 4월처럼 일방적으로 공단을 닫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다른 투자국들도 있는데 어떻게 공단의 문을 쉽게 닫을 수 있겠습니까.

결론적으로 한국은 안전판을 얻었고 북한은 외국투자 유치, 공단 유지, 더 나아가 경제발전의 계기를 얻은 셈이죠. 공단이 국제화되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대표단을 꾸려 유럽과 미주 등에 가서 ‘공단에 투자를 하세요, 우리 남과 북이 공동으로 담보합니다, 이득도 많이 얻을 것입니다’라고 공동으로 설명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통일은 그렇게 하면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박성우: 앞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요. 위원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고영환: 7차 회담이 성과적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회가 깊었습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하더라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 그리고 핵위협과 전쟁위협, 심지어 서울과 워싱턴을 핵으로 녹여버리겠다는 협박이 난무하던 한반도가 아닙니까.

북한은 개성공단을 닫았고 전쟁이 박두한 것처럼 위협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였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고 그 다음엔 협상을 거쳐 대북 지원이 이뤄지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던 한반도였고, 북한은 이를 기대하며 긴장수위를 높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물러서지 않았고, ‘도발하는 경우 철저하게 응징할 것이며, 대신 도발하지 않고 손을 내밀면 대화도 하고 지원도 한다’는 일관된 원칙을 고수하였습니다. 그 첫번째 시금석이 개성공단 회담이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국제적인 상식과 규범에 맞는 태도 변화를 부단히 요구하였고, 마침내 북한이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행동하겠다고 약속하고 합의한 것이 개성공단 제7차 회담이었습니다.

일단 남북관계의 첫 단추는 잘 끼웠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물론 개성공단 회담이 성과적으로 끝났다고 해서 남북관계 전반이 한꺼번에 좋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 문제들이 너무 많죠. 그러나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로 합의한 것처럼 다른 문제도 성의를 가지고 합의하면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지고, 금강산 관광 문제도 풀리고, 그러면서 다른 남북 현안들도 연이어 풀리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성실성입니다. 선의와 진정성을 가지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이번 일로 남북관계가 잘 풀려서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