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남북간 핵심 현안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입니다. 23일엔 남북 적십자 회담이 열리기도 했는데요. 먼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8월 15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 연설에서 남북한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었으면 좋겠다면서 추석을 전후하여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이 마음을 열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통일부가 북한에 회담을 제의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북한이 동의하여 23일 판문점에서 회담이 열렸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문제입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있을 때는 이산가족 상봉이 우선 저와는 상관이 없었고, ‘월남자 가족들하고 만나는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한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보니 이산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6.25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한국으로 온 월남자 가족이 수백만명이 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남과 북으로 같은 가족, 친척들이 서로 헤어지게 된 것이죠. 서로 생사조차도 모르던 남과 북의 가족들이 수십년 만에 서로 만나 얼굴을 맞대고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저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6.25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0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생존해 계시는 이산가족들의 평균 나이가 77.9세입니다. 아주 고령이라는 의미죠. 80대, 90대 노인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돌아기시기 전에 마지막 소원으로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데, 만나게 해주는 것이 정부의 도리입니다. 물론 북한은 이 문제를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보는데, 그러지 말고 인간적으로 이 문제를 보고, 생존해 계시는 이산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었으면 합니다.
박성우: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문제를 연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측이 두 사안을 연결하는 근거는 뭐라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북한이 한국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조건을 달았었어요. 이산가족 상봉을 하되 그 전에 금강산 관광 회담을 하자,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회담 장소를 금강산으로 하자, 금강산 관광 사업도 중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했지요. 이는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려는 의도를 명백하게 밝힌 것인데요.
한국 정부의 당국자는 ‘이산가족은 인도주의적 문제이고, 이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 끼워넣기식으로 특정 사안, 즉 금강산 관광 문제를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북한이 두 개의 사안을 연계시키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을 한국에 대한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해주었으니 그 대가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령의 이산가족들이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아서 가슴에 안고 살았던 한을 푸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는 다르죠. 북한이 남측 관광객이던 가정주부 박왕자 씨를 총으로 쏴서 사망케 한 사안입니다. 이는 금강산 관광 문제가 인도주의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성우: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요?
고영환: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안위가 최고의 가치이지만, 한국에서는 일반 국민의 생명이 보호해야 할 가장 큰 가치입니다. 2008년 북한이 한국의 관광객 박왕자 씨를 총으로 무참하게 살해했는데, 북한이 아무런 사과도 설명도 하지 않고 재발방지 약속도 안하고 있는데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관광을 재개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많은 북한 인민들은 금강산으로 관광을 오는 한국 사람들이 무슨 재벌이나 부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관광객들은 중산층, 보통 인민(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수백만명이 금강산을 다녀왔는데, 그 사람들이 다 재벌이고 부자일 수는 없는 것이잖아요. 관광을 가는 매 국민 한명의 생명과 안전이 한국 정부로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관광 재개 문제는 간단합니다. 북한이 사과하고 다시는 한국 국민의 생명을 해치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을 하면 풀리는 문제입니다.
박성우: 금강산 관광 재개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상충한다는 해석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왜 이런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 건가요? 그리고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해 말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고 올해 2월 국제사회가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하였습니다.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까지도 화를 많이 냈고, 그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고 북한에 대한 제재들을 결의하였습니다. 유엔 결의들은 북한에 외화 현금이 뭉치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 관광비로 한달에만 4백만 달러 이상의 현금이 북한에 지불됩니다.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그렇게 해 왔던 거죠.
북한은 산만 보여주고 한국은 그 안에 호텔도, 식당도 다 지어주고, 심지어 관광객 운반용 버스도다 마련해 줬습니다. 북한이 쓴 비용은 철조망을 치고 군인들이 지키게 하는, 그런 비용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철조망을 치고 그 안에서만 외지 사람들이 왔다갔다하게 하니 북한으로서는 금강산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것이죠. 그런데 그 관광 사업이 한국의 평범한 가정주부를 북한 군인이 총으로 쏴 살해하면서 중단된 겁니다.
북한은 외화 현금이 들어오는 금강산 관광을 어떤 일이 있어도 재개하고 싶어할 겁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금강산 관광에는 외화 뭉치가 들어가니 ‘이것은 유엔 결의 위반이다, 아니다’ 하는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부 대변인은 이 문제가 유엔 결의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유엔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외화 현금이 모두 김정은 서기실로 들어가니, 이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금으로 주는 것은 안된다는 의미죠. 그 대신 인민(북한 주민)들이 쓸 수 있는 쌀과 생필품들로 주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것도 좀 여쭤보지요. 지금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그런데 북측의 반응이 예전과 다르게 좀 무덤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그 이유를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잠깐 제가 먼저 설명해 드릴 게 있어요. ‘을지’는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고, ‘프리덤 가디언’은 자유를 지킨다는 의미이거든요. 제목만 보더라도 이게 방어용 훈련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북한은 올해 초 한국과 미국이 합동으로 ‘키리졸브’ 훈련을 할 때 이것이 북침전쟁 준비라며 전 한반도를 긴장의 도가니에 몰아넣었습니다. ‘핵전쟁이 임박하였다’, ‘미국의 워싱턴을 녹여 버린다’,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매일 같이 포를 쏘고 전투기를 띄우고 갱도에 군인들을 배치하면서 소동을 피웠습니다. 개성공단도 이런 훈련을 빙자하여 하루아침에 마음대로 중단한 것이죠.
지금 한국에서는 이달 말까지 일정으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규모는 다르지만 한미 공동훈련입니다. 물론 훈련 내용은 올해초 ‘키리졸브’ 훈련처럼 북한이 군사적으로 침공해 오면 이를 저지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 초에는 그리도 극성을 피우던 북한이 지난 19일부터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는데도 이번에는 아주 조용하죠. 도리여 ‘개성공단을 다시 열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면서 대화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저는 두가지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올초와 현재는 상황은 비슷한데, 한번은 한미가 전쟁을 일으킨다고 소동을 피우고, 한번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조용히 있는 것은 북한이 ‘한미 훈련은 방어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다만, 북한 내부의 단결이 필요하면 마치 전쟁이 박두한 것처럼 소란을 피워 주민들이 겁을 먹고 지도자 주변에 단합하게 만들고, 그런 것이 필요 없으면 조용하게 지낸다는 의미인 거죠.
지금은 북한이 긴장을 조장하는 것보다는 외부의 투자와 한국의 외화 현금이 더 필요하니 조용히 지내면서 외화를 챙기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지도자 한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남북한 온 주민들이 마치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긴장하는 이런 상황은 빨리 끝나야 한다고 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자신의 편의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 되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