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이번엔 500km를 날렸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이번 미사일 발사는 과거와는 양상이 좀 다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왜 그런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이 네 번의 시험 발사 실패 끝에 결국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손에 쥐었습니다. 바닷물속의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이 미사일은 사전 탐지가 어려워서 대단히 중요한 전략무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4일 동해에서 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500㎞를 날려 보냈는데요.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고체 연료를 완전히 채워 정상 각도로 쐈다면 최대 사거리인 25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으며 이르면 올 연말에 실전 배치를 예상했습니다.
다섯 번 실패 후 여섯 번째에 성공한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4개월 만에 비행 거리를 15배 늘린 SLBM의 성공은 김정은이 얼마나 핵무기와 미사일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서방에서는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신중히 이뤄지는 미사일 발사를 북한은 수 주일 간격으로 감행했습니다. 무수단 미사일은 하루에 2발을 쏘기도 했습니다.
국가 기간경제는 죽어 있고 경제는 성장을 멈춘지 오래이며 국가의 자원도 매우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이 인민생활은 피폐해지는데, 김정은의 관심은 오직 핵과 미사일에 쏠려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이러한 정책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자신의 통치이념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병진 노선은 핵과 경제를 같이 발전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핵을 완성할 테니 인민들은 경제를 책임지라'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4년 동안 탄도미사일만 33발을 발사했습니다. 이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18년 동안 쏜 미사일 16발의 2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에 쓴 돈만 1억 1천만 달러 정도로 추정됩니다. 2400만 북한 주민들이 한두 달 먹을 수 있는 옥수수 구입이 가능한 금액을 하늘에 쏘아 버린 것입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가 미 본토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완성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성되어 실제 무기화되는 것이 과연 언제일지 그리고 김정은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가지려 할지, 미국에 맞서 싸울 능력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인지, 이 모든 것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지 확실치 않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집착 때문에 북한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앞으로도 장기간 해결될 수 없을 것이고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박성우: 과연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SLBM이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느냐는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어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소 10척 이상의 실전능력을 갖춘 잠수함을 갖고 미국을 혼란스럽게 만들다 끝까지 살아남은 한 두 척을 동원해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어야 실제 위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북한의 잠수함 능력을 고려할 때 SLBM을 싣고 공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직은 ‘실제적 위협’이라기 보다는 ‘상징적 위협’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북한의 잠수함이 1990년대 러시아에서 들여온 구형 잠수함을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에 잠항 능력이 몇 시간에 불과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완성된 것이라고 가정하여도 현재로썬 이를 한 발밖에 탑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물론 북한은 SLBM을 3발 이상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잠수함의 개발을 서둘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중잠수함은 1~2년 사이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인민생활은 어찌 되든, 국가경제는 망가지든, 한반도 정세 불안이 지속되든, 이런 일들을 지속할 것이고, 이것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김정은 체제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박성우: 북한은 이게 모두 김정은의 치적이라고 선전을 하고 있죠. 과연 그런가?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북한이 군사 분야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잖아요?
고영환: 물론입니다. 김일성은 이미 1966년부터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내놓고 국방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김정일 역시 이른바 ‘선군정치’를 제시하고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모든 것을 바치다시피 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때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을 때도 김정일의 핵무기 개발 노력은 지속됐습니다.
김정은이 나라를 통치하기 시작한 것은 이제 5년도 채 안 됩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수십년 동안 해 온 일을 김정은이 마치 자기가 다 한 것처럼, 자신이 영도의 천재가 되어 다 해결한 것처럼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미사일 발사 후에 한 김정은의 발언을 보아도 마치 이 미사일을 자신이 완성한 것처럼 말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하늘에 있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김정은의 이런 행동과 발언을 어찌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박성우: 박근혜 대통령이나 해외 지도자들의 반응을 좀 소개해 주시죠. 그리고 왜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반대하는지도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중부전선 쌍용군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1인 독재하에 있는 비상식적 의사결정 체제라는 점과 김정은의 성격이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게리 로스 대변인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24일 잠수함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를 위반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저스틴 히긴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은 북한이 금지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결의만 굳건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24일 잠수함에서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처음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떨어지자 이는 일본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현저히 손상시키는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측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일 양국 외교장관과 만난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반대하고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말과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24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일본 쪽으로 발사한 데 대해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며 크게 우려했습니다. 반기문 총장은 같은 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면서 북한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완화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전세계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나서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지난 시기 워낙 많은 군사적 도발을 북한이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도발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 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요. 한국과 미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진행 중이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도 한반도 정국의 변화 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