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심사는 정상회담 성사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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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북한은 지뢰도발 등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합의 내용부터 간추려 주시고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총평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쪽 한국측 지역에 몰래 묻어 놓았던 지뢰가 지난 8월 4일 폭발하여 한국군 장병 2명이 부상당하였고, 이 사건을 조사한 한국 국방부의 조사 결과가 지난 8월 10일 발표되면서 한반도에는 긴장이 조성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8월 20일에는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쪽 지역에 포탄 공격을 하자 한국군 포병이 이에 즉시 반격하였고요. 이에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는 최후통첩을 한국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북한은 최후통첩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한국에 남북고위급 회담을 제기하였습니다.

남북은 북한의 도발로 촉발된 군사적 긴장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고위급 접촉을 시작하여 지난 25일 오전 0시55분에 최종합의를 도출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북한은 군사분계선 남쪽 지역에서 일어난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하는 한편,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키로 해 최고조에 달했던 군사적 긴장 상태가 해결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남북은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의 상봉 추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 민간교류 활성화 등에도 합의하였습니다.

이번 협상에는 남측에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선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습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새벽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협상 과정에서 난항도 많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협의해 합의했다"며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보도문'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남북관계 사상 처음으로 북한이 도발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였고, ‘재발 방지’라는 단어 대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즉 북한이 그 어떤 도발이라도 재개하는 경우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권한이 한국측에 있다는 것을 남북합의문에 명시함으로써 한국측이 회담에서 완승을 하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합의문에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공동 발표문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측이 ‘유감 표명’이란 표현으로 두루뭉술 넘어간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동 발표문에는 북한의 재발 방지에 대한 명시적인 문구가 없어서 북한이 언제 또다시 지뢰 도발이나 포격 도발 같은 도발을 감행할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상 처음으로 북한이 ‘북측이 지뢰 폭발에 유감을 표시하였다’고 하여 지뢰 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고요. 공동 발표문 제3항에는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고 돼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고 못 박아 향후 북한이 다시 도발해 올 경우 한국 정부는 언제든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비정상적인 사태의 해석권을 한국 정부가 가져왔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비정성적인 사태’란 북한의 핵실험도 될 수 있고, 한국 영해와 영토에 대한 포격이나 한국에 대한 사이버 테러도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더욱 확대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대북 심리전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진실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가 이번 남북회담에서도 증명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박성우: 황병서가 “남조선이 긴급접촉을 통해서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됐을 것”이라고 25일에 말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고영환: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지난 25일 조선중앙TV에 직접 등장해 이번 남북 접촉 경위와 타결 내용을 밝혔습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가지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있어서는 안 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발언을 들으면서 북한 정권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이 으르렁 대다가 남북 합의가 나온 것을 보고 의아해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이 마치도 사과한 것처럼 속이기 위해, 그리고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이처럼 계산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의 달라진 태도가 주목 받았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과정에서 몇 가지 점에서 과거와는 분명하게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한 것도 북한이죠. 또 '남조선'이라는 통상적 호칭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사용한 것은 정말 이례적이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황병서 동지와 김양건 동지가 현 사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관진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판문점에서 긴급 접촉을 가지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평소 한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 당국' 등으로 불렀습니다.

북한이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의 대화상대로 격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고위급 접촉 상대로 먼저 지목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북한 대표단이 판문점 남측 지역에 있는 '평화의 집'으로 내려와 대화를 한 것도 북한의 저자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협상 도중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의가 전개되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 일쑤였지만, 이번에는 진지하고 치열하게 협상을 진행하면서 '판' 자체를 깨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북한이 이번 지뢰 및 포격 도발에서 일단 한 발 물러서 꼬리를 내린 것이라는 관측을 불러옵니다. 즉 북한군 병사들이 사상적으로 이른바 ‘오염’되는 것을 우려하여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데 목숨을 걸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앞으로 주목할 일들은 어떤 게 있나요?

고영환: 남북이 이번 판문점 고위급 접촉에서 향후 관계개선을 위한 당국 회담의 정례화 및 체계화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이제 시작됐고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정례화, 체계화하겠다고 공동보도문의 1번에서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이 회담 체계화의 복원에 나서게 되면 과거처럼 총리급 회담의 하부 개념으로 장관급 회담을 두거나, 이번에 판문점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이끌어낸 '2+2'(남측의 국가안보실장·통일부장관-북측의 군 총정치국장·당 비서) 통로가 상위에 있고 장관급 혹은 분야별 회담이 그 아래에서 가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외에 인도주의적 분야에서도 성과가 날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도 계속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회담이 남북 충돌 국면을 해소하는데 머물지 않고 다방면의 교류와 당국 회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남북 최고위 회담인 정상회담으로까지 연결될 것인지가 자연스러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일 것입니다. 이번 남북합의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통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모두 다 똑 같은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리면 5.24 제재 해제 문제를 필두로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이 남아 있는 상태죠. 앞으로도 순조롭게 난제들이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