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외교 현황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최근에 이란을 방문했지요. 위원님께서는 북한에 계실 때 외교관으로 근무하셨는데요. 과거와 비교할 때, 오늘날 북한과 이란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고영환: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명목상 국가수반이지요. 옛날에 제가 잘 알던 분인데요. 올해 8월 초 이란을 방문하고 로하니 신임 대통령을 만났죠. 김영남은 지난해 9월에도 테헤란을 방문하고 당시 마흐메드 대통령을 만나 과학협력협정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협정 조인식에는 이란 원자력기구의 디바니 총재가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디바니 총재는 핵개발 연구에 참여하여 2007년부터 유럽을 다니지 못하고 있는, 그러니까 제재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당시 이란의 관영통신은 두 나라가 핵개발에 협력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합동연구소 설립, 과학자 교환, 에너지 기술 이전에서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이란과 북한의 교류협력이 이전의 장거리 미사일 협력에서 핵무기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의미합니다.
과거에, 특히 1980년대 북한-이란 관계는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이라크와의 관계가 더 좋았죠. 그러나 이라크가 두차례에 걸치는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북한은 이란과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특히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대다수 나라들이 시장경제 체제를 취하면서 북한은 외톨이가 되기 시작했고, 이란도 반미정책을 취하면서 외톨이가 됐습니다. 그러니 두 외톨이의 관계는 급속히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죠. 현재 이란-북한 관계는 이전에 북한이 동구라파 사회주의 나라들과 가졌던 관계보다 훨씬 좋습니다. 그러니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이 2년도 안 되는 기간동안 두번이나 이란을 방문한 거라고 볼 수 있죠.
박성우: 외톨이끼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신데요. 그런데 북한과 쿠바의 관계도 최근 들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나라의 관계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이전 시기, 그러니까 김일성 시기에 북한-쿠바 양 나라의 관계는 소련이나 중국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김일성은 카스트로를 가장 가까운 전우라고 불렀고, 같은 ‘전호’ 즉 참호를 같이 쓰는 전우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사회주의 동방초소, 쿠바는 사회주의 서방초소를 지키는 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일반사람들이 하는 말로 ‘딱친구’였던 거죠.
이런 관계는 김정일 시대에도, 현재 김정은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김격식 총참모장이 쿠바를 방문해 라울 총리를 만났죠. 물론 군사기지도 방문하고 “우리는 같은 전호를 쓰는 전우”라는 말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격식이 쿠바 방문 중에 북한 선박 ‘청천강’호가 쿠바에 있었고, 그 배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다가 파나마 당국의 검열을 받았습니다. 북한은 이 배에 설탕만 실었다고 통보하였는데, 그 배를 뒤져 보니 설탕 포대 밑에 숨긴 대공미사일 탐지기 부품, 미사일 9기, 1950년대 소련에서 만든 미그-21 전투기 2대, 수류탄 발사기 등 다수의 무기가 발견됐습니다. 파나마 당국은 신고되지 않은 물건을 실은 북한 선박을 억류하였고, 유엔에 이 물품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현재 이 배는 파나마 당국에 억류되어 있고 북한 선원들은 수감되어 있습니다.
저도 설탕가루 포대 밑에 컨테이너들을 숨긴 이 배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았는데, 북한이 떳떳하였으면 설탕 포대 밑에 이런 걸 숨길 이유가 없었고, 파나마 당국에도 신고를 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었겠죠. 북한이 불법으로 무기를 들여오다가 검열에 걸린 것이 틀림없어 보이고요. 이는 북한이 아직도 유엔 결의들을 위반하고 있다는 뜻이고, 또한 이는 북한-쿠바 관계가 긴밀하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아주 최근에 두 나라 사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쿠바의 카스트로 전 총리가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글을 실었는데, 그는 글에서 핵 전쟁은 70퍼센트 이상의 세계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잊지 말라, 남북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남과 북 어디에도 끔찍한 살육이 될 것이다, 이런 경고를 김정은 제1비서에게 했습니다. 김정은의 핵실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가장 친한 ‘전우’에게도 비판을 받는 핵무기를 북한은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쿠바도 북한과의 경제 교류는 유엔 제재를 어겨가면서도 지속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엔 아프리카로 한 번 가 보죠. 북한이 여전히 아프리카를 상대로 하는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위원님, 그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저는 북한 외교부에서 14년 동안 아프리카 외교를 했어요. 북한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아프리카 외교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아프리카 나라에 북한 무기가 들어가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거의 모든 흑아프리카 나라들을 다녀 봤습니다. 그때 아프리카 외교를 중점적으로 한 이유는 김일성이 아프리카 나라들에 원조를 주어 그 나라들을 북한 편에 서게 한 다음, 유엔 총회에서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결의안을 채택하게 하려는 외교적 의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패했어요. 그리고 당시 북한이 아프리카 대륙에 쏟아 부은 외화가 거의 백억 달러 정도에 이른다고 하고요. 그 이후로 북한 경제는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파산하면서 놓아버렸던 아프리카에 북한에 다시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3월에는 외무성 대표단을, 4월에는 인민군 대표단을, 6월에는 보안부 대표단을, 8월에는 당 대표단과 외무성 대표단을 아프리카 대륙에 보냈습니다.
북한이 아프리카에 다시 공을 들이는 이유는 첫째로는 유엔 제재로 북한 무역과 외교가 막혀 있는 현 상황에서 아프리카 외교와 남남협조를 통해 돌파구를 형성하려는 목적이 있고, 둘째로는 이전처럼 아프리카 나라들의 힘을 빌려 북한이 이루려는 외교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데 있고, 셋째로는 아프리카에 자원도 많고 발전속도가 빠르니 경제적 실리를 취하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아프리카 나라들은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던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더이상 북한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멀고 덜 발전된 곳에 가서 그러지 말고, 차라리 아프리카 나라들이 전수받으려 하는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따라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북한의 외교와 관련해서 하나 더 살펴보지요. 북한 주민들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국가의 수가 조금씩 증가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위원님, 이 현상은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비자를 ‘사증’이라고 부릅니다. 북한이 사증 없이 외국을 방문할 수 있는 나라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지요. 2010년에 36개국이던 것이 2013년에 41개국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무사증으로 방문할 수 있는 나라는 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나라들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아프리카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정부 관리들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나라들에 무사증으로 간다는 의미인데요.
국제기준으로 보면 41개국을 무사증으로 간다는 것은 최하위 수준입니다. 한국은 166개국을 무비자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들도 주로 구라파, 일본, 미국 등 발전된 나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증 없이 많은 나라들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자유성과 발전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러시아 학생들이 여름철 야영 장소로 북한이 아니라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위원님, 예전과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고영환: 과거 사회주의 나라들이 있었을 때 소련에서는 자본주의 나라들에 갈 수 없었고, 그래서 북한의 송도원 야영소 등에 왔다 갔다 했죠. 그리고 북한 간부들의 자녀들도 소련에 야영을 가곤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고 자유로운 러시아가 된 다음 러시아 청소년들은 북한에 잘 가려 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통제가 심하고, 자유롭게 나다니지도 못하고, 북한 애들하고 놀려고 하면 너무 딱딱하게 대하고 하니 싫은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송도원 국제 야영소에 러시아 청소년들을 비롯한 외국의 학생들을 거의 공짜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다고 하고요. 대신 러시아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한국 아이들은 훨씬 부드럽고 붙임성이 좋으니, 한국에 많이 오는 것입니다. 참 격세지감이 듭니다. 러시아 학생들이 서울에 야영을 다 오고 말입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외교적으로 보면 남한의 외교 지평이 북한과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넓어지고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