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류우익,형식 보다는 내용 중시하는 유연성 발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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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류우익 청와대 전 비서실장이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청와대가 통일부 장관을 교체했지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이명박 대통령이 류우익 전 베이징 대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했는데요. 먼저 왜 ‘내정자’라고 부르는지를 잠시 설명 드릴게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면 인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서 청문회를 합니다. 청문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토하는 추가적인 절차인데요. 이 절차를 통과해야 비로소 장관이 되는 겁니다.

류 내정자는 지난 31일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의 기조는 일관하게 유지하면서도 남북관계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상당히 의미가 있는 발언입니다. 현재 남북관계는 많이 긴장돼 있고요. 이 긴장은 북한이 조성한 거지요. 지난해 천안함을 격침시키고 연평도에 포사격을 하는 굉장히 큰 사건을 일으켰는데요. 아직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류 내정자가 ‘남북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한 건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보건데 유연성은 남북관계에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그리고 핵문제 등에서 일정 수준의 진정성을 보이는 경우 형식보다는 내용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실장님은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데요. 통일부 장관 교체와 관련해서 북한의 외교부나 통전부의 관료들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의 일반 외교관들은 남한의 통일부 장관 임명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워낙 부서가 다르니까 그렇죠. 그나마 (외교부에서) 신경을 좀 쓰는 곳은 ‘조국 통일국’입니다.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곳인데요. 거기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쓰지요.

반면에 통전부는 신경을 많이 쓰지요. 통전부는 제 선배나 후배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곳인데요. (과거) 외국이나 평양에서 통전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통전부는 한국 통일부의 상대방이기 때문에, 통일부와 통일부 장관 등에 대해서 엄청 신경을 씁니다. 왜냐면 통일부 장관의 성향에 따라서 통전부가 할 일과 그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대화나 교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통전부는 좀 바빠지는 거지요. 이번에 임명된 류 장관 내정자는 남북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인물이기 때문에 아마 통전부와 그 밖의 대남부서들이 현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이 6박7일 간의 러시아와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27일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북한으로선 군수물자를 확보하는 게 이번 외교 행보의 목표 중 하나였던 것 같다는 분석이 있지요?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23일 ‘울란우데’라는 곳에서 수호이와 미그 전투기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참관했습니다. 특히 이번 방문에 리병철 공군 사령관을 데리고 갔는데요. 외국 소식통들은 이런 사실들을 볼 때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의 주요 목적이 러시아의 수호이와 미그 전투기 등 최신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소식통들에 의하면, 러시아 측은 김정일 위원장의 이러한 요청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북한에 최신식 전투기를 주면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하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2001년과 2002년 러시아 방문 때도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최신식 전투기를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습니다. 또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주규창 군수공업부장과 박도춘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데리고 가서 최신형 중국제 전투기를 달라고 했지만, 중국 지도부가 거부했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의 내부 동향을 보면,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나 중국 방문의 목적이 인민 생활을 높이기 위한 장거리 여행이라고 많이 선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군사를 강화하고 최신 무기를 달라고 하는 데 기본 목적을 두고 외국 방문을 한 것이거든요. 지금 북한 주민들, 그리고 심지어 군인들까지, 사진을 보면 식량이 부족해서 고생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지도자라는 사람이 무기만 들여올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앞으로는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의식주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지난 1일에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서울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했는데요. 여기 참석한 중국의 저명한 학자가 ‘북중 우호조약은 이미 사문화됐다’는 주장을 내놨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올해는 북한과 중국이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을 채결한 지 50돌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지난 1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학술회의를 열었는데요. 여기 참가해 발표한 사람 중에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유명한 북경 대학교의 주펑(朱鋒) 교수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사람은 연설에서 ‘북중 상호 원조조약은 이미 사문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죽었다는 뜻이죠. 왜냐면, 조약이 살아 있다면 북한과 중국이 합동 군사연습도 하고, 중국이 대규모 군사 지원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것이죠.

주펑 교수가 발제한 내용 가운데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과거 냉전시대 때 체결된 북중 조약은 중국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북한이 소련에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하려는 중국 측의 의도로부터 체결됐다는 겁니다. 이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요. 다른 시각의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박성우: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가족이 알제리로 망명했다는 소식도 들어왔지요?

고영환: 리비아 과도정부 NTC가 이미 승리를 발표했지요. 카다피는 사막에 숨어버렸고요. ‘리비아는 이제 카다피의 독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운 국가가 됐다’는 내용을 (과도정부가) 선포해서 많은 사람들이 트리폴리에 모여서 환호했는데요. 마지막까지 싸우겠다던 카다피는 사막으로 숨어버렸고, 그의 가족은 뿔뿔이 헤어졌어요. 카다피의 부인, 아들, 딸, 손자들은 이웃나라인 알제리로 망명했고요. 맏아들과 카다피의 후계자로 공식화됐던 둘째 아들, 그리고 셋째와 넷째 아들은 다 행방불명됐어요. 어디 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아들은 시민군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리비아 인민의 영원한 지도자라던 카다피는 리비아 사람들의 표현에 의하면 ‘쥐처럼’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온 가족은 죽거나 망명하거나 행방불명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리비아 인민을 더욱 경악하게 하는 건 말끝마다 인민을 위해 검소한 생활을 하고 인민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실제로는, 시위가 끝난 다음에 저택이 다 공개돼서 들여다보니, 달러를 쌓아놓고, 금은보화로 장식하고, 특별기조차도 금은보화로 장식했다는 겁니다. 이걸 보고 있으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씁쓸합니다.

박성우: 카다피의 미래가 어찌 될 건지에 대해선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들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이렇게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